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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디브라운 Jun 26. 2018

2018 국제 도서전 세 번째 날

지금 나는 패스 연습 중 

서프라이즈, 생일상을 받았다. 하. 생각도 못 하고 있다가 너무 감동받았다. 나보다 나이는 많이 어린데, 항상 마음 씀씀이가 어른스럽다. 모자까지 씌워주고 생일 초를 꽂아주는데 하마터면 눈물 날 뻔.

동네 친구 다영이랑 아침 겸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다영이가 결혼한 뒤로는 거의 다영이네 집에서 만난다. 편하고 좋고, 강아지들도 있고. 오예. 세상 편한 복장으로 놀러 갔는데 이게 무슨 일. 



서프라이즈, 생일상을 받았다. 하. 생각도 못 하고 있다가 너무 감동받았다. 나보다 나이는 많이 어린데, 항상 마음 씀씀이가 어른스럽다. 모자까지 씌워주고 생일 초를 꽂아주는데 하마터면 눈물 날 뻔.



진짜 맛있게 먹었다. 바닥까지 박박 긁어먹음. 상을 치우고 바닥에 늘어져 수다를 떨다가 다음 스케줄 때문에 집에 왔다. 항상 헤어지기 아쉬운 사람. 돌아오는 길에, 감사 문자를 보냈는데 돌아온 답장에 눈물이 왈칵 났다.

 

나도 준비하면서 넘넘 행복했징. 쌤이 하나님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어! 특히 나한테는 죵말 죵말 소중한 사람이야 ♥♥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와서 너무 고마웠다. 




집에 돌아와서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오늘도 코엑스를 향했다. 3일째 도서전. 오늘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정세랑'작가님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국제 도서전 이벤트 [독서클리닉]에 당첨되어서 작가님과의 (자그마치)30분 독대. 당첨된 걸 알았을 때, 정말 큰 생일 선물을 받았다고 생각했었다. 그만큼 기뻤다는 얘기. 마치 소개팅 나가는 사람처럼 반은 떨리고 반은 설레며 하루하루를 기다렸다. 생전 안 입는 원피스도 꺼내놓고(막상 입어보니 맘에 안 들어서 서둘려 셔츠를 다려 입고 나섰지만). 작가님과 인스타그램 친구인데 요즘 올라오는 사진들에 식물이 많아서 선물은 식물 화분으로 준비했다. 어제 <벤치워머스X오버그린파크>부스에서 미리 식물을  사뒀다. 되게 오래 고민하고 결국 산뜻하고 강렬한 빨간 잎의 '아글라오네마 엔젤'로 결정했다. 여자들은 작고 귀여운 잎과 도자기 화분을 좋아한다고 추천해주셨는데 나는 여자가 아닌 건지 뭔지 계속 눈에 들어오는 건 넓적한 잎과 수수한 토기 화분이었다. 사장님의 추천을 따를까 말까, 끝까지 고민했으나 내가 좋은 걸 선택하기로 했다.


푸른 숲 인스타공식계정에서 퍼 온 사진


이렇게 책과 식물을 같이 팔고 있는 부스, 여기가 제일 좋아서 삼일 내내 들러서 구경했다. 역시 사람 보는 눈은 비슷한 게, 항상 사람이 넘치게 많았다. 재밌는 책도 많아 보이고. 책은 이번에 구매 못했지만 벤치워머스 언젠가 만날 날이 있을거야요. 


https://m.cafe.naver.com/lovegreen2/291807에서 퍼 옴


https://blog.naver.com/0147rewq/110177576481에서 퍼 옴


이렇게 생긴 애들. 너무 예쁘다. 그리고 몰랐는데 아글라오네마 엔젤은 바로, 



레옹에 나오는 바로 이 유명한 화분 속 식물이었다. 생각보다 유명한 식물이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잎은 초록색인 걸 보니 잎이 꼭 빨간색으로 자라는 건 아닌가 보다. 잎 색깔에 맞춰서 산 빨간 봉투의 카드에 삐뚤 삐뚤한 글자로 편지를 짧게 썼다. 어찌나 떨리던지, 계속 안절부절.



이렇게 생긴 부스 앞에 앉아서 작가님을 기다렸다. 시뜨루 커튼 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작가님의 실루엣에 설레며. 입장. 30분이 어색하게 지나갔다. 실제로 뵌 세랑작가님이 한없이 가깝게 느껴졌다. 팟캐스트에서 작가님이 출연하신 프로그램들을 종종 찾아 듣는 편이라 심지어 목소리도 너무 친근했다. 그러나 우린 초면. 마음 만 가까웠지 어색해서 몇 마디 제대로 건내지도 못했다. 흑.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나를 위해 정성껏 추천 도서를 손글씨로 작성해오셨다. 감동. 추천해주신 모든 책 중, 단 한 권도 읽은 게 없어서 민망. 오직 나만을 위한 것이니 공개는 하지 않겠다. 하하하. 한 권 한 권 왜 읽었으면 좋겠는지도 덧붙여 말씀해 주셨다. 그리고 그중 제일 첫 번째 추천 책은 선물로 준비해오셨다. 으앙 감동 ㅠㅠ



작가님의 모든 책이 나에게는 제일 좋아하는 책이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책 하나에만 사인을 받자 하고 며칠 전부터 고민을 했다. 고민 고민하다가, 집에서 나오기 전 본능에 이끌리어 《보건교사 안은영》을 짚어 들었다. 내가 제일 힘들 때 즐겁게 읽었던 책이고, 처음 작가님을 알게 된 책이고, 제일 여러 번 읽은 책이고. 여튼 작가님께서 정성껏 사인을 해주셨다.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이니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셨다. 사범대 나와서 임용 공부한 열심으로, 회사를 키운 열심으로 못할 일이 뭐냐고. 또 성실한 사람이니, 부지런한 사람이니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말해주셨다. 많이 쓰는 게 중요하다고. 잊어버리기 싫은 말들이 많았는데 며칠 지났다고 벌써 가물가물해진 순간들도 많다. 이런저런 다정한 얘기들이 어색하게 이어졌다. 대화를 나누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해버렸다. 젠장. 울고 싶지 않았는데 전혀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울어버렸다. 함께 사진도 찍었는데 너무 못 나와서 개인 소장만 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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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께서 요즘 대세는 네이버 포스트 아니냐고 하셔서, 포스트도 만들어 작성하기 시작했다. 뭐든 해보기.


 



작가님과의 꿈같은 시간을 마치고 나와 가희를 만났다. 


참 고마운 동생, 사람을 그렇게 잘 챙긴다. 생각해보니 내 주변에 있는 이들은 보통 나보다 좋은 사람이다. 다행이다. 주변 사람을 통해서 나를 보자면, 참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가희가 얼마나 세심하냐면, 엊그제 마카롱 먹고 싶다는 포스팅을 보고 대번에 마카롱을 건넬 만큼 세심하다. 진짜 진짜.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같이 올려봅니다. 



책을 선물 받았다. 앞표지에 휘갈겨 쓰는 가희의 시그니처 편지와 함께. 가희가 잘 쓰는 말, '언니가 생각나서~' 언니가 생각나서 이 책을 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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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는 책, 어떤 때는 음반, 어떤 때는 공연, 어떤 때는 기사, 또 어떤 때는 안부다. 표현에 인색한 못난 언니라 늘 내 마음만큼 표현은 못 하지만, 들을 때마다 그 말은 참 다정한 온기를 가졌다. ‘언니가 생각나서’ 함께 있지 않을 때 누군가가 나를 생각한다는 건, 이 정신없고 각박한 세상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말 중 하나일지 모른다고. 그렇게 생각했단다 가희야, 보고 있나. 하하하. 



마음 산책 부스는 정말 예뻤다. 독보적으로 예뻤다. 언젠가 독립하면 내 방을 이렇게 꾸며놓고 싶다. 사실 별거 없는데, 마이너스의 손이자 식물 죽이기의 달인에게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엇, 어어어엇. 방금 전에 세랑 작가님께 선물 받은 '실비아 플라스'작가님의 책이 좌르르 진열되어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실비아 플라스'를 알기 전과 알고 난 후, 이제 내 시야는 조금 더 넓어졌다. 도서전에 3일이나 온 보람이 있네. 크크. 그러나 저러나 참 굉장하신 작가님인 것 같다. 소설가에 시인에, 동화작가에, 드로잉까지. 만능 재주꾼. 얼른 《벨자》부터 읽어봐야지. 




도서전을 나가기 전, 친구 부스에 가서 인사를 했다. 오늘은 손님들로 문전성시. 



내가 다 뿌듯, 열심히 살자 친구야. 노력하는 과정이 아름다운 만큼, 아름다운 열매로 결실 맺기를. 과정을 모르고 결과만 보면 다 쉽다. 다 부럽다. 그러나 그 과정을 알면 그렇게 쉽게 한 마디로 결과에 대해 말할 수 없다. 내가 친구의 지난한 과정을 잘 몰라 함부로 쉬이 여길까 봐, 그냥 말을 아꼈다. 그 앞에서는 더 웃었다. 더 웃겼다.  




가희와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항상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아, 나에게 다양한 자극을 주는 것이 고맙다. 




그러다가 확인한 메시지. 



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너무 행복했다. 모르고 있던 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도 아닌데, 그냥 너무 감격했다. 결코 큰돈이 아니지만 귀해서 견딜 수 없었다. 사실 나에겐 큰돈이다. 내 첫 고료. 

https://033life.com

이곳에 강릉 관련 글을 연재하게 되었다. 블로그에만 글을 쓰다가 그 글에 누군가 고료를 준다고 하니 너무 감격스럽다. 점점 더 멋진 글을 쓰는 사람이 될 거다. 믿고 연재할 수 있게 해 준 마음에 보답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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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으면 그대로 사라질 것 같아 조바심 낼 때가 훨씬 많았지만, 그래도 나 한 걸음씩 걷고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될 때마다 감사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오늘도 한 걸음 걸었다. 의미 없어 보이는 패스가, 슛으로 연결되었다. 아직 2점 슛인가. 헤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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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들을 붙여주세요, 하고 기도했었다. 내 기도를 들으신 걸까. 그런 거겠지. 주변에 너무 감사한 사람들이 많다. 선물을 줘서가 아니라. 흐흐. 



공삼삼 대표님(?)이 생일 선물을 보내주셨다. 
여행을 좋아하니 《B 매거진 교토》, 글을 쓰시는 분이니 은유 작가님의 《쓰기의 말들》을 선물한다는 멘트와 함께. 생각하고 고른 선물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더 열심히 해서 내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 너무 든든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정말로. 그렇다면 나도, 많은 사람이 읽어도 부끄럽지 않은 글을 써야겠지. 좋은 글이라는 게 뭔지 아직 잘 모르지만. 



겸손을 가장한 교만. 열심히 해온 것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내 교만이었다. 일 년이라는 기간 동안 꾸준히 글을 쓰면서 조금씩 글을 읽는 사람들이 생겼다. 객관적인 수치로 보자고 해도 이제 블로그의 '오늘의 조회수'는 평균 100은 무조건 넘는 것 같다. 캬. 꾸준히 들어와서 나의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성실히 하트를 눌러주는 좋은 이웃들도 생겼다. 귀찮을 텐데 굳이 로그인까지 해서 댓글을 남겨주는 낯선 이들도 주기적으로 있다. 딱히 태그도 달지 않는 인스타그램에도 팔로워가 거의 200명이나 생겼다. 하트 수도 1년 전에 비하면 거의 평균 10개 이상씩 늘었다. 크흡. 브런치의 구독자 수도 1명 빠진 100명이다. 조만간 100명을 달성할 것 같다. 조회 수는 거의 평균적으로 150 이상 되는 것 같다. 가끔 비정상적으로 1만 대의 조회 수가 있는 날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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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 SNS 최고의 유입어는 '강릉'이다. 나랑 무슨 좋은 인연이 있길래, 강릉과 이리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나. 행복하다. 

꾸준히 계속, 의미 없어 보이는 패스를 할 거다. 내 서툰 패스가 의미 있는 곳에 가닿기를, 꿈처럼 기대하며. 솜씨 있는 사람이 어딘가에서 요령 좋게 채가길 기대하며. 뭐 그게 아니라도 좋다. 매일매일 패스 연습을 하는 동안, 내 패스 실력은 늘어 갈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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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이나 도서전에 가다니, 백수 참 좋구먼. 
신나고 행복한 3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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