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필요하지 않은 것

by 노니

엄마가 지난 주 여행에 내 샌들을 빌려 신고 가셨다. 가방도 겉옷도, 하다 못해 모자도 내껄 빌려가고 싶어 하셨다. 내 눈에는 뭐하나 쓸만한 게 없는데 엄마 눈엔 예뻐보였나보다. 오랜만에 가는 여행, 예쁘게 하고 가고 싶으셨나보다. 당연히 그렇겠지. 가져가고 싶으시다는 건 다 꺼내 드렸다. “발 편하게 운동화 신고 가지 뭔 샌들이야~”같은 말은 안했다. 그냥, 혹시 발 불편하면 고민말고 새 신발 사서 신으라고 용돈을 드렸다. 뿌듯했다.

그리고 죽 잊어버리고 있다가, 신발장에 놓인 샌들을 보고 생각이나 물었다.
“엄마, 이거랑 같은 걸로 하나 사줄까?”
같이 신어도 되지만, 난 발볼 넓은 45, 엄마는 발볼 없는 40-45. 서로 딱 맞는 발은 아니다.엄마가 좋아하셨다. 같은 걸로 한 사이즈 작게 주문해달라신다.

그리고 나와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신발 주문했어?”
“아니 아직”
“잘했어, 그냥 사지마”
“왜?”
“없어도 돼. 여름 샌들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순간 욱, 한마디 하려다가 참았다. 대신 “그럼 가을에 꼭, 예쁜걸로 하나 사” 하고 끊었다.

꼭 필요하지 않은 걸, 별 고민 없이 사는 삶도 있다는 걸 엄마도 모를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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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귀걸이를 선물 받았다. 색감이 화려하고, 달린게 많아 무거운 귀걸이다. 누군가의 귀에 달려 있으면 다시 한번 돌아 볼 것 같이 예뻤다.

매일 할 수 있는 무난한 걸 사려다가 이걸로 골랐다는 친구의 말이, 듣기 참 좋았다.

이렇게 화사한 귀걸이를 보며 나와 어울릴거라고 생각해줘서 좋았고 무엇보다 무난하지 않은, 꼭 필요하지 않은 귀걸이라 좋았다. 이 귀걸이와 함께 어떤 옷을 입을지 생각하는 동안, 그만 행복해졌다.

행복은,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로 부터 오는 경우가 많다. 돌아보면,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마, 엄마라고 많이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