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 2시간의 낭만

by 노니


짧은 여행의 마지막 날, 아쉽고 또 아쉽지만 다음이 또 있으니까.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서울에 올라가기로 했다. 정말 예보대로다. 삼일 내내 비가 왔다. 미리 짐을 정리해 맡겨두고 체크아웃을 했다. 노트북만 들고 우산을 쓰고 택시를 탔다. 슝슝 달려 내려서 도로 옆 카페에 내렸다. 한적한 곳이라 뚜벅이가 방문하기에 편치 않은 위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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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인스타에서, 언젠가 보고 기억해뒀던 카페. 그러게. 기억해놓으니 언제고 또 오게 되는구나. 속초에 가기로 결정해놓고, 이 카페는 오는 날 아침에 들를거라고 정해놨었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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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시간을 알아보고 넉넉히 도착한건데, 문이 닫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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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계속오고, 닫힌 문 앞에서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아 어떻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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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만 봐도 빈티지하고 예스러운게 내 스타일인데. 참 예쁜 카페 건물을 기웃기웃 구경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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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예상에는 없었던 상황이지만, 뭐 별 수 없지. 일단 버스를 검색해보니 다음 버스가 오려면 30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택시는 당연히 안다니는 길. 일단 날도 시원하고 컨디션도 괜찮으니 버스 올 때까지 주변을 좀 걷자 싶어 우산을 받쳐쓰고 여기 저기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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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이런 탑이 있어서 올라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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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시간이 다되었길래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다가 슥- 카페를 올려다봤는데 두둔 불이 켜졌다. 원래 켜져 있던 불이었나 기억은 잘 안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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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수가 문을 열었다. 이번 여행에서 틀렸어,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사히 카페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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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빈티지. 나는 암만 생각해도 빈티지가 취향에 맞다. 심플 깔끔 세련보다는 말이지. 너무 좋아서 이렇게 사진을 많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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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릴 잡고 앉았는데,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꼭 그림 같다. 세상에. 이 표현 너무 진부한거 아는데 ㅠ

창이 아니라 액자 같다 정말로. 이 순간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
"저는 무슨 착한 일을 했기에 또 이렇게, 호사를 누리고 있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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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아래로, 빗줄기가 만들어 내는 결들 때문에 창 밖 풍경이 조금 아른아른하다. 물 고인 도로 위를 자동차 바퀴가 빠르게 비비며 지나가는 소리가 가끔씩 들려온다. 촤아- 경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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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께서 오픈 시간이 늦어진 걸 너무 미안해하시며, 커피 한잔을 더 주겠다고 하셨다. 감사합니당. 천년 만년있고 싶은데 시간이 많이 없어 아쉬웠다. 흑. 비가 오는 궂은 날에도, 끊임 없이 한 두팀씩 손님이 들고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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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겠노라고 다짐하며 아쉽게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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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는 동아서점과 완앤송, 완벽한 날들과 설악문화센터면 족하고도 넘친다 생각했는데 알쉬미커피가 추가되었다. 내가 모르는 좋은 곳들이 또 얼마나 많을까. 한번에 많이는 어렵지만 이렇게 올 때마다 하나씩, 자박자박 걸어다니며 아끼고픈 곳들을 늘려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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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그니쳐(?) 여행 셀카를 남기고 미친 듯이 뛰어가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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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앞 국수 집에서 겁나 맛있는 국수를 먹으며 속을 데웠다. 이름도 생각 안나고, 사진도 안 찍었네. 완벽한 날들 골목에 바로, 1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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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미리 예매해 둔 버스표를 취소하고 2시간 늦춰 다시 표를 끊었다. 빠지기 싫은 수업이 있는 날이라, 수업 시간에 맞춰 넉넉히 여유있게 예매한 표였는데, 취소하고 아주 타이트 하다 싶을 정도로 임박한 시간으로 바꿔 끊었다. 고작 2시간이지만, 여기에 더 있고 싶어서. 그냥 그러고 싶어서. 딱 2시간의 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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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날들에서 체크아웃 하면 공짜 음료를 한 잔 주신다. 너무 좋으네. 마지막 음료까지 마시고, 마음껏 여운을 즐긴 뒤 서울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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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휴가 왔나봐요."


평일 아침부터 카페를 찾은 여행객에게 카페 사장님이 물으셨다. 대강 "네."하고 지나가면 될 걸 수다쟁이는 굳이 설명을 덧붙인다. "지금은 일을 쉬고 있는데, 다음 주 부터 출근하게 되어서 잠깐 여행왔어요." 투머치 토커. 내 설명을 들을 사장님이 밝은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와, 축하해요."


작년 가을, 퇴사하고 바로 떠난 여행. 빠이에서 치앙마이로 넘어오는 버스안에서, 함께 탄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무려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캐나다 친구들이었다). 지금 퇴사 여행 중이라고 하니, 듣고 있던 여자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콩그레츄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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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 결국 입사도 축하할 일, 퇴사도 축하할 일이다. 입사 축하를 받는 그 순간, 퇴사를 축하받던 찡한 순간이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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