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이 왔다. 기껏해야 일기만 겨우 끄적이는 사이 10월이 왔다.
1일
여전히 적응중이었던 회사를, 추석 연휴를 끼워 일주일을 넘게 쉬고 나왔더니 책상도 어색하고, 컴퓨터 화면도 어색하다. 나참, 그럼에도 오랜만에 물건너 다녀온 여행 덕에, 신기하게 조금 환기가 되었다. 9월의 마지막 날 10월의 큐티를 샀다. 그리고 1일 아침엔 삼백만년 만에 큐티를 했다.
아직은 서둘지 말자고, 머리로는 알면서도 좀처럼 차분해지지 않고 성마르게 부글대던, 지나치게 잦게 끓어오르던 감정들을 조금 떨어져서 보았다(이런 여유는 딱 하루 가능했다). 일하자 일. 마음의 환기는 그렇다치고, 누적된 육체의 피곤은 어찌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영이가 여행 다녀와서 출근하니 피곤하죠 커피 마시고 해요, 사랑이 담긴 커피를 보내왔다. 아니 참 언제 이렇게 세심하고 사랑스러운 어른이 된거지. 잘 자랐다 김다용.
2일
명함이 나왔다. 아직은 이름 뿐인 에디터로 새로운 시작이다. 누군들 그렇지 않겠는가마는, 참으로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이다.
원하는 타이틀을 얻게 되어서 매일 기쁜데, 정말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거라고 생각한다. 인내해야 한다. 인내에는 유독 약한 녀자라고, 나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는데 지금은 별 수 없다. 버텨야지.아직은 타이틀만으로도 불쑥 불쑥, 버틸 힘이 솟을 때가 있다.
그냥 열심히 집중해서 일하고, 사무실 안에서 누군가 쉰소리를 던지면 동료들과 같이 낄낄대다가 내가 또 쉰소리를 내뱉기도 하고. 한참 졸릴 때쯤 살짝 이어폰 꽂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도 좀 듣고, 어김없이 칼퇴근을 하고, 집에 가는 길은 서늘한 가을 바람이 발등을 감싸고, 그것만으로도 참 다행인 애송이 에디터의 하루였네. 그냥 순간 순간 복잡했던 씁쓸함일랑 '아직은 시간이 필요해' 마음 속 들숨날숨으로 들이마셨다가 내쉬기도 하고.
'회사에 도움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기특한 아니, 철 없는 소망을 자꾸 품는 거 보니 살만한 거다. 그러니 아직은 한참 더 오르락 내리락 할 예정.
3일
이틀 밖에 출근 안했는데 하루 또 논다니. 선물 같은 휴일에 황송해 하며 개천절을 보냈다.
그냥 평범한 대화만으로도 응원 받는 느낌을 받는 이와 함께 하며.
4일
노트북을 들고 출근했으나 집으로 바로 퇴근했다.
5일
이른 출근에 스트레스 받지 말자며 어제 오늘 10시에 출근했고 7시에 퇴근했다. 아침엔 비가 많이 왔다. 버스에 앉을 자리가 없어 섰는데 몇 정거장 지나 내 옆에 아주 키가 작은 여자분이 서셨다. 표현이 이상하지만 아이의 키를 가진 어른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내 앞에 있는 의자에 있는 아래쪽 손잡이를 잡고 있던 손을 슬그머니 위쪽 손잡이로 옮겼다. 잡을 곳이 없어 위태롭게 서 있던 여자분은 손을 뻗어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마침 눈 앞에, 목발을 짚느라 우산을 잡을 손이 없어 그대로 비를 맞고 있는 어르신이 절뚝 절뚝 지나가신다. 우리는 손이 두개 뿐이라. 주춤 주춤 뒤로 가서 우산을 기울였는데, 이대로는 뭔가 애매하다. 마침 뒤를 돌아보신 아저씨께 어색하게 웃으며 더 우산을 기울이자 아우 괜찮다고, 만류하신다. 내가 불편하게 해드리는 걸까 싶어 더이상 어쩌지 못하고 내가 앞서 걸었다.
어제도 오늘도 커피를 사마셨다. 위로가 필요하다고, 너무 스스로 자주 생각한다.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거냐. 친구와 이야기 하다가, 그 놈의 인정 인정 인정! 이라며 책상을 팡팡 치며 승질을 냈다. 대충 살자. 돌고 돌아 결론은 또.
안전가옥이 연휴라서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오늘도 집으로 바로 귀가했다.
6일
어제 밤 늦게 언니네가 집에 왔다. 언니네와 조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 하루가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간다. 언니의 매일이 이렇다고 생각하면, 그런 중에 독서를 하고 자신을 세우고 가꾸고 정비하는 그 매일이 참 존경스럽다. 언니와 형부에게 회사 이야기를 했다. 전적으로 내 편을 들어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건 참 좋은 일이긴 한데, 듣고 있다보면 내 머리 속엔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거다.
'자꾸 스트레스 받는 내게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그러면 슬그머니, 아니 뭐 회사가 그정도로 힘들진 않고 라는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하고 싶은 말을 잔뜩 뇌를 거치지 않고 해댔더니 조금 덜 말해도 되겠다는 생각이들었다.
7일
사랑스런 쌍둥이가 한달 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웰컴백.
뭔가 또 변화의 바람을 정면으로 맞고 돌아온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흠 오늘 한번의 대화로는 부족해서 곧 다시 만나야겠군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주일 저녁 시간이 너무 좋다. 예배 드리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잔뜩, 많이 만나고, 지치지 않고 돌아와 쉬는 평안한 밤이 너무 좋다. 다음 날이 월요일이라는 것만 빼면 거의 완벽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