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뉴 이어

by 노니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고 돌아온 새벽,
2019년 첫 날, 엄청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방을 똑똑 두들기는 소리에 일어났더니 엄마가 말한다. “외할아버지네 다녀올께, 넌 쉬고 있어.” 언젠가부터 같이 가자는 말도 안한다. 물론 가자고 했어도 안 갔을거지만.

더 자고 일어나서 버거킹 딜리버리로 치즈와퍼주니어세트를 주문했다. 맛있게 먹고나서 국가 부도의 날을 보다 잠들었다. 다시 이어 봐야지, 하다가 또 잤다. 엄마 아빠가 인천 외갓집에 다녀오는 동안 나는 내 방에서 쇼파로, 고작 몇 걸음 움직인게 전부였다. 아, 햄버거 받으러 나갔다 왔구나.

그리고 엄마 아빠가 저녁을 먹는 동안 방청소를 시작했다. 다 치우기 싫어서 딱 반만 치웠다.

이게 2019년 첫 날, 내가 한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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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연말 분위기 안 나, 연초 분위기 안 나, 하는 말을 많이 한다. 나 또한 공감했다. 그런데, 특별히 뭔가를 한 건 아닌데 2018년은 마무리가 좋았다.

​지난 마지막 주 토요일, 목장 모임을 통해 고마움과 사랑을 나눴고 주일에 또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눴다. 그리고 월요일에 고마운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다. 난 이런거 꼭 챙겨 연락하는 사람이었는데 언젠가부터 특별한 날, 연말 연초 같을 때 인사하는데 인색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올해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몇 번이나 눈물이 났다. 기쁨의 눈물. 저녁에는 가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함께 송구영신 예배를 드렸다. 사랑하는 동생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고, 예배가 너무 행복해서 왈칵 왈칵 눈물이 났다.

​별건 없었다. 특별할 건 없지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이 며칠동안 이어진 것 뿐. 이걸로 충분하구나, 생각하며 감사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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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출근 첫 날, 출근 하자마자 휴가신청서를 올렸다. 점심 먹고 오니 신청서 결재 완료 메일이 도착해있다. 룰루. 신이가 난다

점심 시간, 내가 오늘 정도의 날씨는 딱히 춥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추위 더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나는 더위를 심하게 많이 타는 사람, 대신 추위에는 강하다. 동료들 대부분 추위가 너무 싫다는 분위긴데, 나랑 다른 동료 하나만 더위가 아주 끔찍하다는 애길 나눴다. 그 얘기를 듣고 있던 동료 A가 나 말고 다른 동료를 꼭 집으며 말한다. "OO은 왜? 키고 크고 날씬해서 민소매 맥시 드레스 같이, 시원한 거 입으면 예쁠 것 같은데. 얼굴도 하얗고!” 읭

A는 말하지 않았다. ‘키도 안 크고 안 날씬하고 얼굴도 안 하얀 사람은 더위가 끔찍할만도하네.’ 라고. 하지만 어쩐지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꼭 말을 해야 전달되는 건 아니다. 이런건 뭐, 상처를 받거나 할 일은 아니다. 누구나 모든걸 상상하고 헤아릴 수 있는건 아니다. 암만. 당연히 나 또한. 다만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나는 조금씩 더 섬세해기를 다짐하게 될 뿐.

연말 기분도 새해 기분도 안 난다는 동료들 사이에서, 어쩐지 좋은 마무리와 좋은 시작을 하고 있는 나는 기분 좋게 입을 다물었다. 다 말해야 좋은 건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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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에 집중해야지. 새해를 허락해 주심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