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가 왔다.
[OOO 면접 안내] 서류전형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유선으로 면접 안내차 다시 한번 연락드리겠습니다.
그 아래로는 면접 일자와 면접 장소, 찾아가는 방법과 복장에 관한 간단한 코멘트가 이어졌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유명 온라인 쇼핑몰이었다. 주로 수입 브랜드들이 입점해있는 종합몰에서 낸 공고였다. 여긴 또 언제 이력서를 냈었던 거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언젠가부터 다시 쇼핑몰 구인 공고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쇼핑몰을 다시 다닐 일은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젠가부터라고 모호하게 말했지만 사실은 그 시점을 알고 있다. 내가 냈던 몇 번의 에디터 공고 중, 단 한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한 바로 그 시점부터였다. 매거진, 출판사, 웹진 가리지 않고 마구마구 넣었지만 단 한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글을 쓰는 일을 바로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어디든 이력서를 내면 바로 연락이 올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었다. 아니, 사실은 기대했다. 그랬으니 실망을 한 거겠지. 마음이 무너질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쇼핑몰 구인 공고를 열어 보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도 아니면서 될 것 같은 곳, 연락이 올 것 같은 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다. 매일은 아니지만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질 때쯤 한 번씩, 그래도 경력직을 고른다고 골라서 구인 공고를 넣었던 것 같은데, 막상 연락 온 곳은 [경력 무관, 학력 무관]을 내세운 쇼핑몰의 공고였다. 안 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다시 쇼핑몰의 신입 CS 직원이 되려고 쇼핑몰 실장을 그만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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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면접일이 다가오자 점점, 가야만 할 것 같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피하는 건 비겁한 일이라고, 하얀 셔츠를 빠빳하게 다려 입고 흰색 드라이빙 슈즈에 발을 넣으며 생각했다. '괜찮을 거야. 내가 일했던 곳보다 훨씬 큰 쇼핑몰이니 배우는 것도 많을 거야, 그리고 내가 쇼핑몰 다니면서 했던 일 중에 CS를 제일 좋아했으니까.' 계획도, 생각도, 아무것도 없이 그저 마음만 급했다. 그러니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는 건 고사하고, 스스로를 자주 궁지로 몰아넣었다.
회사는 수서역에 있었다. 지하철이 수서역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내가 이 일을 꼭 해야 할까. 아니 뭐, 이리 심각할 거 있나. 잠깐, 몇 달 해볼 수도 있는 거지 뭐. 일하면서 글 쓰는 일을 계속 구하는 거야. 지금 당장 글 쓰는 일이 구해지지 않으니까 해보는 거야' 마음속, 무수히 많은 내가 각자 하고 싶은 말을 해댔다. 내가 먼저 스스로를, 또 일을 무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꾸 비참해진 것뿐이었다. 혼란스럽기 짝이 없는 마음으로 회사에 도착했다. 면접을 볼 회사는 지하철에서 바로 이어지는, 수도 없이 많은 회사들이 입점해있는 큰 건물의 9층이었다. 공지 받은 대로 9층에 내려 문을 열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면접 대기실은 이미 열 명쯤 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내가 면접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너무 다양한 연령과 옷차림을 한 사람들의 눈이 일시에 나에게 쏠렸다. 애써 쿨하게, 사실은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구석에 가서 앉았다. 그들의 눈이 나에게 쏠릴 때 나도 순식간에 그 공간에 있는 이들을 눈으로 훑었다. 내가 보기에 그 사람들은 나와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보였다. 부끄러운 말이다. 그러나 솔직한 마음이었다. 나는 여기 있는 사람들과는 달라,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말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사실은 나, 지금 딱 이 수준 밖에 안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꽉 채우면 마음이 쿵쿵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 멋대로 그곳에 앉아 있는 이들을 평가하고 또 무시했다. 너무 부끄러운 고백이다. 그때의 내 마음은 아주 엉망이었다.
면접실 한구석에 멍청히 앉아있었다. 일찌감치 도착한 탓에 면접 시간이 20분도 넘게 남아 있었다. 유난스럽게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지만 당연히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