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용기를 내어보았다

by 노니

지난 면접 이후로 또 몇 주간 구직 사이트를 열어 보지 않았더랬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 사이에 간극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고 나는 어느 한 곳에 방점을 찍지 않은 채, 여전히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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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구직'을 위한 메일을 쓰기 위해 메일함을 열었다.

그 사이 다녀온 강릉 여행, 여행에서 들렀던 카페의 사이트를 구경하다가 '에디터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던 것. 우연히 들렀던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내리는 공간이 아니라 강원도의 로컬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문화 공간을 지향하고 있었다. 강원도를 알리는 매거진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강원도 매거진에 에디터라니, 서울 토박이인 내가 무슨 수로' 며칠을 고민했지만 결론은 역시. 뭐가 어찌 되었건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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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카페에 방문한 뒤, 사이트를 찾아보다가 에디터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에디터 경력이나 매거진 관련 일을 해본 경력은 전혀 없습니다.

또한 강릉에 살았다거나, 강릉 출신도 아니긴 합니다.


다만 강원도를 무척 좋아하고, 여행 매거진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른 지역의 지역 매거진을 재미있게 본 적 있어서 공고에 나와 있는 기획 의도와 콘텐츠 등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지원을 해야 하는지 궁금해서 메일을 보냈습니다.

확인 후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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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도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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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OO 님.

먼저 문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원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지금 거주하시는 곳, 향후 글쓰기 활동을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온/오프라인 편집회의 가능 여부 등)에 대해 의견을 주시면 됩니다. 이후에는 오프라인으로 한 번 만나 뵙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매거진에 대해서는 저희도 긴 호흡으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가볍게 출발하고, 초기에는 영리의 목적이 아니다 보니 에디터분들에게도 최대한 부담이 안 가는 방향으로 운영 방향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편하게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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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마이 갓.

꽤 멋진 카페였다. 촌스러운 얘기지만 강릉이 아닌 서울에 있다 해도 잘 나갔을만한 근사한 곳이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강원도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회다. 답장 한번 왔을 뿐인데, 상상 속의 나는 이미 강원도를 누비며 여행하는 에디터가 되어 있었다.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답장은 금방 썼지만 다시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보다가 1시간쯤 지난 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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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OO 님!

빠른 답변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는 OOO이라고 합니다.

현재 나이는 36살이고 살고 있는 곳은 서울입니다.

강릉에서 90분이면 도착하는 상봉역과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습니다.

현재는 일을 쉬고 있지만 앞으로 다시 일을 하게 되면 주말을 이용해 편집회의 등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 이력을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5년간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그 뒤 5년간 여성 의류 인터넷 쇼핑몰에서 일했습니다.

참으로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일들을 하며 10년을 성실히 일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하며 다시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은 중에 OO이 눈에 띄었습니다.

여행 다녀온 글들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고, 특히 강릉과 관련한 글들을 써보고 싶습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바라보는 강릉에 관해서요.

블로그와 브런치의 주소를 첨부합니다.

이렇게 새로운 일에 지원을 하는 것도 참으로 낯설고... 서투네요 ^^;

일단 이 정도로 간단히 적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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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이런 적극적인 면이 있는 줄은 몰랐다.

용기를 내서 메일을 보낸 덕에, 그날로부터 한 달이 지나 우리는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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