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도 친근한 밤 : 갤러리 탐험

포르투에서의 첫날밤

by 노니


포르투갈을 가기로 결정하고, 몇 개월 동안 여행을 기다리는 동안 나는 이 낯선 나라에 홀딱 빠져 있었다. 그중에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중 하나는 그림이었다. 포르투갈 출신 작가들의 독특한 일러스트들과 다양한 색감들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포르투갈 작가의 그림책들이 꽤 유명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난번 어린이 도서관에 들러 포르투갈 작가의 그림책을 잔뜩 찾아 읽었다.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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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산책길 중간에 있던, 가보고 싶었던 갤러리에 들렀다. 그림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면서 해외에 오면 그렇게 그림을 본다. 글자를 볼 순 없으니까. 큭큭. 미술관도 좋고, 갤러리도 좋다. 뭔지 잘 몰라도 되도록이면 들어가서 보려고 노력한다. 풍성히 누리려고 애쓴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구석구석의 인테리어를 구경하는 것도 큰 재미다.

포르투에 있는 O! galeria 갤러리.

아담한 규모의 갤러리 안은 핫한 일러스트 작가들의 작품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환상적이다. 빼곡히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 넣은 공간, 이 곳은 걸려있는 그림도 행복할 것 같았다. 정말로 그림을 위한 공간. 그리고 이번 여행에 확실히 알았다. 나는 빈티지를 좋아한다. 빈티지 천국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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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 열린 문 사이로 햇살도 빼꼼히 들어와 있다.


매장 안의 그림은 모두 판매하는 상품,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사고 싶은 그림들이 많았다. 사 오진 못했지만. 비싸지 않은 그림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사지 못했다. 언젠가, 마음에 드는 그림을 한 번만 고민하고 턱-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아마 올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전엔 내가 포르투갈에 아무렇지도 않게 혼자 올 수 있는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으니까.



들어가자마자 호들갑을 떨었다. 어머어머어머. 너무 좋아서. 조심스럽게 혹시 사진을 좀 찍어도 되는지 물었더니 테이블을 지키고 있던 미녀 직원이 엄청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슈어"라고 말해줬다. 친절한 포르투 사람들.




미리 예약을 해놓은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내 기준으로는 늦은 저녁인데, 이 식당은 저녁 예약이 7시 30분부터 됐다. 저녁 식사를 늦게 시작한다고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사람이 많지 않았다. 실내도 깔끔하게 괜찮지만 야외 테라스 자리가 더 인기 있는 듯, 곧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로 꽉 찼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이 많아 보였다. 뭐, 유명한 곳이 아니라 그런 걸 지도. 샐러드와 화이트 와인, 문어 요리를 시켰다. 샐러드 나쁘지 않았고, 와인 맛은 워낙 잘 모르고. 문어 요리 맛있었다.



저 접시 들고 오는데 접시에 꽃장식인 줄, 문어 구이 옆에 있는 건 고구마튀김이었다. 달콤한 고구마튀김은 (내 생각에) 양파소스에 곁들여져 나왔고 뜬금없지만 맛있었던 목이버섯은 오일 소스에 곁들여져 있었다. 아무런 소스도 없었지만 바삭하면서도 촉촉했던 문어구이는 좋았다. 하나도 안 남기고 한 접시를 다 비우니 약간 느끼해서 커피가 마시고 싶어 졌다. 느끼함의 원인은 양파소스였던 듯. 저렇게 먹어서 30유로 조금 넘게 나왔다.



다 먹고 나와보니 어느새 바깥이 어두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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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ja가 떠난 에어비앤비는 조용했다.



아기자기한 부엌을 구경했다. 어디 하나 빼놓을 곳 없이 다 마음에 들었다. 요리를 해 먹을 일이 없어 물 먹을 때 밖에 안 갔지만. 헤헤.



미친 듯이 피곤하지만 잠은 딱히 오지 않는 첫 번째 밤이었다. 마트에서 사 온 나타와 슈퍼복, 납작 복숭아를 먹으며 내일 일정을 찾고 일기를 끄적대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어디서든 잘 자는 건 엄청 장점이지만, 이 방은 원래의 무던한 성격을 제하고라도 포근한 게 꼭 집 같았다.


포르투갈이라니, 내가 정말 포르투갈이라니. 올 것 같지 않았던 순간은 성실히 다가오고 있었다. 제대로 휴가를 즐기리라, 포르투갈에서의 여름휴가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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