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면
1.
길 건너편, 멀리서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오고 있었다. 횡단보도까지는 아직 50미터, 마침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뀌었고 자연스럽게 그 자리에서 길을 건넜다. 굿 타이밍. 기분 좋게 버스가 오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고 기다리고 있는데 누가 내 어깨를 툭 친다. 누구지, 돌아보는 순간 얼음. 경찰이었다. "무단 횡단하셨습니다. 신분증 보여주십시오."
블라블라블라, 당황했다. 그리 급한 볼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리 배차시간이 긴 버스도 아닌데, 왜 무단횡단을 한거야. 아효. 당황스러움이 스치고, 그 다음에는 스멀스멀 억울함이 찾아왔다. 나는 그리 무단횡단을 자주 하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다. 눈 앞에서 파란불로 바뀐 신호등, 고작 50미터 앞에서 건넌 것 뿐인데. 여기 나 말고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 곳인데. 차마 입 밖으로 내진 못했지만 계속 생각했다. 아 짜증나.
어찌 되었건, 무단횡단이 불법이라는 건 착각했다 변명할 것도 없이 초등학생이라도 다 아는 사실이니 "죄송합니다." 하면 그만일걸, 사족을 붙였다. 코 앞으로 온 버스를 보면서 빈정대기 시작한 거다. "다 됐나요? 저 버스 타려고 무단횡단했는데 저거 못하면 억울할 것 같아요." 진상 진상, 도대체 왜 그랬을까. 경찰관이 나를 흘낏 보더니 정류장으로 막 들어오는 버스로 다가가며 말한다. "걱정 마십시오, 잡아 드릴 테니까." "아니, 괜찮...!"
말릴 틈도 없이 열린 문을 막고, 버스 기사님께 소리쳤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 분 확인할 것이 있어서."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경찰한테 함부러 빈정대는거 아니다. 10초쯤, 범칙금 통고서를 뽑아 건네주시고, 나는 고스란히 쏠리는 시선을 받으며 버스에 탔다. 기사님과 백미러에서 눈이 마주쳤다.
2.
내 다시는 무단횡단을 하나 봐라. 나는 원래 무단횡단을 자주 하는 사람이 아니니 이거 지키기가 뭐 얼마나 어렵겠어, 생각했다. 그런데 의식적으로 ‘지켜야 할 것’을 생각을 하고 나니, 무의식중에 내가 ‘지키지 않았던 것’이 잘 보였다. 몰라서 안 지켰을까. 그동안 단지 걸리지 않았을 뿐, 무의식중에 나는 쉽게 쉽게 무단 횡단을 하는 사람이었다.
3.
‘내가 주께 범죄치 아니하려 하여 주의 말씀을 내 마음에 두었나이다’ (시편 119편 11절) 말씀을 마음에 두지 않으면 내가 얼마나 무의식 중에 주께 범죄하는지, 우리는 쉽게 잊는다. 몰라서 지을까. 알면서도 무의식중에, 죄책감 없이 그리한다.
4.
무의식중에,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지켜야 할 것은 마음에 두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