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사랑스럽고 소박하고 친근했던, 매력 넘치는 포르투의 마지막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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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 아침이라고 다를 건 없지. 어느새 시차에 적응해 알람도 없이 일어났고, 이제는 편안하게 잠금장치가 없는 욕실에서 목욕을 하고, 풀어헤쳤던 캐리어를 정리하고. 그리고 평소처럼 아침 산책을 나섰다.
도우루 강변으로 접어들기 전, 동네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하고 가기로 했다. 오늘은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추가하기로. 인심이 좋기도 하지. 에그타르트+에스프레소 세트에 달달한 초코 쿠키를 하나 더 추가했다. 이렇게 해봐야 1.5유로. 몇 모금 나눌 것도 없이, 홀짝홀짝 마시고 금방 일어나 나왔다. 유럽 사람 다 됐네그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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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루이스 다리 2층 입구로 갔다. 마지막까지 정말 날씨가 좋았다.
8월 중순에 들른 포르투는 아침저녁은 꽤 쌀쌀해서 겉옷을 입어야 했다. 밤엔 양말 신고 자면 딱 좋은 정도. 낮에 해가 나면 금방 쨍쨍해서 반팔이나 얇은 긴팔을 입기 좋았다. 덥긴 한데 땀이 난다거나 하는 정도는 아닌, 습기 없는 쨍한 여름 날씨. 비는 내가 있는 동안 한 번도 안 왔다. 2017년 8월의 포르투 날씨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걷기 좋은, 여행하기 좋은 날씨.
마지막으로 건너는 다리. 아쉽다. 아쉽다. 아쉽다. 한 발자국씩 걸을 때마다 아쉬움을 새겼다.
옆으로 이런 풍경이 펼쳐져 있는 덕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내려다보는 이 풍경, 포르투에 있는 며칠 동안 몇 번이나 이 풍경을 보러 왔다. 일상에 치이고 치여 무뎌졌던 마음이, 잔잔히 흘러가는 도우루 강처럼 서서히 잠잠히 흐르고 있었다. 출발하기 전부터 에너지가 많이 없었다. 여행도 힘이 있어야 하는 건데, 여력이 없으니 매일 비슷한 패턴으로 걷고, 지쳤을 때는 억지로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여행의 중반이 돼서 포르투를 떠날 즈음,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는 것이 스스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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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가 이렇게까지 바로 옆을 지나간다. 차랑 자전거랑 뭐 다 같이 다닌다. 마침 곁을 지나가기에 순간 포착.
으아 못 잃어 이 풍경.
이 풍경을 보면서 다 읽고 싶었던 책, 여기서 나머지를 다 읽어버렸다. 강력하게 감성을 자극하는 글들을 읽으며, 사람이 없다는 아침의 이점을 대놓고 즐기기로 했다. 엉엉 울어버리기. 스트레스받으면 잘 하는 짓인데, 감정을 그냥 나 좋을 대로 훅- 놓아버렸다.
책을 읽다가 눈만 들면 펼쳐지는 비현실적인 풍경 덕에, 참 비현실적인 독서시간이었다. 풍경에 대한 기억은 얼마 안가 잊히겠고, 읽은 책의 내용 또한 그리하겠지만, 그래도 깊이깊이 마음에 새기는 시간. 또 말해보게 된다. 떠나온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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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
강 위로 배가 지나갔다. 파문이 인다. 배가 물 위를 지날 때 만들어지는 무늬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잠시 후, 시간이 지나니 무엇이 지나갔는지조차 모르게 다시 강이 흐른다. 무늬는 사라지고, 그 전과 같은 모습으로 강이 다시 흐른다. 지금의 시간들이 내 강물 위에 만드는 파문을 머릿속에 그렸다. 다 사라질 것이다. 이 전과같이 다시 흐를 것이다.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생각이 길어지는 아침 산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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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자.
아까보다 다리 위를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런 풍경이 어떻게 질릴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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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장사를 시작하는 가게들에서 물청소가 한창이다. 좋아하는 아침 풍경.
지나는 길에 성당이 있어 들어갔다. 낡았다. 보시다시피.
나에게 교회(성당)는 한없이 편안해질 수 있는 곳이라, 보이면 들어간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문이 열려 있는 교회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다. 누구라도 오시오, 그 열려있는 마음이 좋다.
이르케 낡은 교회. 그런데도 색이 꽤 선명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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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걸어보니, 이 포르투라는 동네 아무렇게나 막 걸어도 다 거기서 거기다. 마음 놓고 걸었더니 그 유명하다는 마제스틱 카페도 나온다. 포르투 유명 관광지 중에 하나. 막상 포르투에 와서는 생각도 못 했던 곳이었는데 걷다 보니 다 만나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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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 싶었던 곳에 마지막에 들렀다. <ALAMBIQUE> 서점이면서 카페면서, 갤러리다. 내가 들렀을 때는 포르투의 풍경을 세밀화로 그린 그림들이 전시 중이었다. 너무 좋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재밌다. 집들 사이사이 걸려 있는 빨래들, 가렌더. 정말 특이하게 생긴 카사다뮤지카 건물.
유명한 포트와인과 포도들, 히베이라 광장, 동 루이스 다리와 도루 강. 으아 좋다 좋아.
타일 바닥 사랑스러워. 커피를 먼저 주문했다.
겉에서 보면 작아 보이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꽤 넓다. 이곳에 오기를,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서울에서 오랫동안 기대했노라고. 설레는 마음 전할 길 없지만 너무 행복했다.
카푸치노를 시키고. 아 커피도 너무 예뻐.
어쩐지 다정한 느낌의 테이블.
카사다뮤지카 건물 옆에는 음표가 흐르고.
세랄베스 공원 입구, 시그니처 삽도 있고.
저기 저기 클레리구스 교회도 있고. 그림이 너무 재밌었다. 다녀온 곳들을 숨은 그림 찾기처럼 찾아내는 재미.
가장 좋은 서점?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뽑혔다는 상장 같은 게 걸려 있었다. 그런데 정말이지 아름다운 곳. 꽤 많이 기대를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대를 만족으로 바꾸어 줬다. 어느 곳보다도 많은 쇼핑을 했다. 책도 사고 수첩도 사고, 문구도 사고.
주인 언니가 너무 다정했다. 유명하게 알려진 곳이 아니어서 그런지, 동양인이 어떻게 알고 왔는지 궁금해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으나 아쉽게도. 언제나처럼 최대치의 눈빛과 끌어올린 양쪽 볼로 내 마음을 전하고 나왔다. 꿀 먹은 벙어리. 그럼에도 아, 좋은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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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집 앞에 있는 도서관 건물에 들어갔다. 가본다 가본다 하고 떠나기 전에야 겨우 와봤다.
여기도 낡은 건물. 어디고 아낌없이 벽에는 그림이 가득하다.
으아아아아아아. 아쉬워라. 도서관 가운데는 작은 정원이 있고, 이곳에 앉아 편안하게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걸 즐기지 못하고 돌아가는구나 싶어 아쉽고도 아쉬웠다. 서점에서 시간을 너무 쓴 탓에 정원만 후딱 둘러보고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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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사둔 버스표 시간 때문에 이제 나가야 할 시간이다.
내가 너무 편안히 머물렀던 gracja의 작은방, 사랑스러운 풍경을 눈으로 쓰다듬어 주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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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는 아늑했고, 개인실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호스트가 며칠 여행을 간 터라 집에 아예 없었다. 덕분에 굉장히 편안하게 썼지만 호스트와 말 한마디 거의 못해봤다. 한국 부채와 엽서를 준비해 갔었는데 주지 못하고 왔다. 마지막으로 나오면서 인사를 하고 열쇠를 주려고 호스트의 방 문을 두드렸는데, gracja의 남자 친구가 팬티 바람으로 나왔다. 미안하게도 내 노크에 깼는지 정말 팬티만 입고. 흑흑. gracja가 집에 없다고 해서 남자 친구에게 키를 건네고 작별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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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까지는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두근 두근한 기분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약속된 시간, 사람을 꽉 채운 버스가 리스본으로 향했다. 포르투 안녕, 이제 리스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