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로 결정하기까지
떠나고 싶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떠나지 못했던 외국. 어디든 훌훌 떠나고 싶었다. 늘 조심하며 사람 많은 곳 피해 가며 지낸 창살 없는 감옥 같던 생활.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답답한 생활이 몇 년간 지속되니 숨이 턱턱 막혀왔다. 작년 여름 조심했지만 결국에 온 가족 모두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걸리고 나니 지뢰밭에서 지뢰를 피하는 것 같던 초조한 마음이 풀리며 자유로워졌다. 코로나 항체가 없어지기 전에 빨리 어디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한 마음으로 여행지들을 알아봤지만 여러 가지 상황들이 따라주지 않아 결국 그 어디도 떠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되었다. 곧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는 딸을 보며, 초등학교 입학 전에 어디라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분주했다. 인터넷으로 세계 곳곳을 찾아 헤매며 고민에 빠졌다. 어디로 가야 좋을까.
어디를 가도 상관없다는 남편과 수영을 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따님. 혼자서 고군분투 몇 날 며칠을 인터넷 해외여행 리뷰 속에서 길을 잃고 떠다녔다. 따뜻한 나라가 좋을까. 아니면 춥지만 온천은 어떨까. 도시로 떠나는 건. 비행기는 오래 타도 괜찮을까. 무수히 많은 물음표 속에 코로나 전에 갔던 다낭으로 마음이 기울어졌다. 풀빌라에서 게으르고 여유롭게 지냈던 행복한 기억의 다낭. 나무늘보 같은 나에게 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비행기 시간이 아이를 데리고 움직일만한 좋은 시간이 아니었다. 게다가 예전에 갔던 비행기표 가격에 비해 너무 비쌌다.
그렇게 고민만 하다가 1월이 되어버렸고 당장 2월에 떠날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도대체 어디로 떠나야 하나. 이번에도 못 가는 것일까.
그렇게 한껏 고민으로 가득 찬 채 출근해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직장동료가 치앙마이는 어떠냐고 물었다. 코로나 터지기 전에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우연히 듣고 아이랑 가기 좋은 곳이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치앙마이를 다녀온 적 있던 동료는 내 여행 취향에 맞을 것 같다며 적극 추천했다.
그날 점심시간 치앙마이를 검색해 보니 정말 나무늘보인 내가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아 보였다. 초록초록 자연 속의 카페도 예쁘고, 숙소들도 깔끔하고 가격도 저렴했다. 이곳이다! 정신없이 치앙마이 비행기표를 찾고 또 찾아 좋은 시간대에 합리적인 가격인 비행기표를 겨우 발견했고, 지체할 틈 없이 급하게 결제했다. 여행 날짜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으므로 다음 날 급하게 숙소까지 가장 저렴한 '취소불가' 숙소로 예약을 진행해 버렸다.(너무 급하게 하다 보니 실수로 쿠폰을 쓰지 못해 마음이 쓰렸다)
이틀 만에 비행기표에 숙소까지 결제하고 나니 실감이 났다. 드디어 떠나는구나! 남편도, 아이도 모두 오랜만에 떠나는 여행에 신나 했지만, 누구보다 가장 설레고 들뜬 건 나였다.
낯선 곳에서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을 즐기러 떠나자!!
그렇게 게으르고도 알찬 치앙마이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