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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온도 Mar 13. 2023

마사지는 처음이라

8살 어린이 마사지 중독기록

여행을 준비하면서 태국에서는 마사지를 꼭 받으라고 추천을 많이 받았다. 여행지에서 마사지를 받아본 적도 없고, 한국에서도 딱 한번 남편과 마사지를 받아본 경험이 전부인 나는 살짝 두려우면서도 설렜다. 마사지를 여행계획에 넣고 나니 마사지를 받는 동안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됐다. 키즈마사지, 어린이 마사지로 열심히 검색을 해보았지만 코로나 전에는 있었던 어린이를 위한 마사지는 지금은 다 없어져서 찾을 수 없었다. 열심히 인터넷에서 후기를 찾아보니 마사지받는 동안 애들은 영상을 보여주거나, 아니면 엄마 아빠가 돌아가면서 한 명씩 받거나, 아니면 드물게 아이도 같이 마사지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 뭐 어쨌든 상황 봐서 유연하게 대처해 보리라 ' 하는 마음으로 여행을 준비했다.




치앙마이에 도착한 첫날. 마사지는 계획에 없었지만 구경하다 보니 저녁 먹기에는 시간이 일러서 이때다 싶어 마사지하는 곳을 찾았다. 근처에 한 곳이 있어 받으러 가보니 1시간 정도 후에 받을 수 있다고 먼저 예약을 하라고 했다. 아이에게 같이 받을 건지 물어보자 자기는 마사지 안 받고 영상을 보겠다고 해서 남편과 나는 1시간 머리+등+어깨 마사지를 예약했다.

1시간 후에 우리는 발을 씻는 것을 시작으로 룸에서 시원하게 마사지를 받았다. 아이도 헤드폰을 끼고, 영상을 보느라 깔깔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사지가 끝나갈 즈음에는 졸린지 잠깐 자기도 했다. 마사지가 끝나고 준비해 주신 다과를 먹으며 심심하지는 않았는지 물어보니, 자기는 재밌는 영상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했다. 그런데 내일은 꼭 자기도 마사지를 받아보겠다고 했다. 엄마 아빠 받는 거를 보니 좋아 보였다며.


그렇게 8살 어린이의 마사지여행이 시작되었다. 우리 아이가 여행을 가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수영하는 건데, 그것만큼이나 마사지는 꼭 해야 하는 중요한 루틴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조식 먹고 반드시 수영을 한 시간 하고, 오후에는 마사지를 받는 것이 치앙마이 여행의 고정일정이 되었다.

처음에는 괜찮을까 싶어서 발마사지를 한 시간 받았다. 꽃과 라임이 띄어진 물에 발을 씻겨주는 것부터 좋아서 수줍게 웃던 아이는 발마사지를 시작하자 엄마 아빠를 한 번씩 번갈아보며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그렇게 좋아하며 발마사지를 받다가 끝날 때쯤이면 잠이 들었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맛있는 과자와 차를 마시며 즐거워했다. 몇 번 발마사지를 행복하게 받더니 이번에는 자기도 누워서 받는 마사지를 받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다 같이 한 시간 타이 마사지를 예약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아이는 너무 좋아했다. 이번에는 잠들지 않고, 행복한 얼굴로 마지막까지 깨어있었다. 자기 오늘 너무 좋았다고.




여행기간 내내 마사지 예약은 잘했는지 확인하던 아이. 특별히 근육이 뭉친 것도 아니고, 어깨결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마사지 노래를 불러댔을까. 생각해 보니 마사지받는 동안 사랑받고, 귀여움 받고, 귀하게 대해준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마사지를 받으러 갈 때마다 마사지사 분들께서 너무 귀엽다고 해주시고, 이름이 뭔지, 나이가 몇 살인지 물어봐주시며 환대해 주셨다. 아이 자체를 예뻐해 주시는 게 나에게도 느껴졌다. 발을 씻어주실 때부터 발이 작아서 귀엽다고, 무릎에 앉혀서 씻겨주시는 분도, 자리까지 안아서 데려가 주시는 분도 있었다. 그때마다 아이는 수줍어하면서도 새어 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자리에 앉아서도 편하게 있다가 자도 된다며, 작은 수건을 살며시 올려주시기도 하고 아이라고 대충 하시는 게 아니라 열심히 마사지를 해주셨다. 다 끝나고도 꼭 안아주시고, 머리도 예쁘게 다시 묶어주시며 귀엽다고 계속 웃어주시니 아이입장에서는 그 시간자체가 사랑받는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마사지 후에는 맛있는 과자나 과일까지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았겠는가.



워낙에 관심받고 사랑받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다 보니 마사지 시간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나와 남편은 뭉친 어깨와 아픈 허리, 몸이 쑤신 거를 푸느라 힐링의 시간이었다면 아이는 사랑받고 예쁨 받는 힐링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여행 마지막 밤 숙소로 걸어오면서 이번 여행에서 뭐가 제일 좋았냐고 물으니 마사지받는 것이 가장 좋았다는 아이. 처음 받아본 마사지가 아이에게 좋은 기억이라 다행이고, 아이라고 대충 하는 게 아니라 정성스럽고 귀하게 대해주신 마사지사 분들께 너무 감사하다. 치앙마이 여행의 기억이 그분들의 사랑과 친절함 덕분에 따뜻한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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