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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온도 Mar 30. 2023

마켓에 진심인 치앙마이

쇼핑에 진심인 내 딸

 

 치앙마이 여행을 알아보면서 기대됐던 것 중 하나인 마켓! 

치앙마이에는 다양한 마켓이 있다. 새러데이마켓, 선데이마켓, 러스틱마켓, 코코넛마켓, 참차마켓, 치대야시장, 나이트바자, 원님만 화이트마켓 등등.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시장이나 마켓 같은 곳은 크게 찾아다녀 본 적이 없다. 사람들 북적이는 곳보다는 그냥 여유롭게 야외테라스에서 커피나 마시며 사람구경하는 걸 훨씬 좋아하므로. 그래도 사람들이 치앙마이는 마켓에 진심이라고 말하니, 이번여행에서는 마켓 구경을 열심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유명한 마켓과 내 취향의 마켓을 찾아 몇 곳을 일정에 넣으니 설레는 마음이 서서히 차올랐다.




 1. 코코넛마켓

여러 마켓 중에 가장 가고 싶었던 코코넛 마켓. 푸르른 야자수 배경이 너무 청량하고 한적해 보여서 나도 가서 그 여유를 누리고 싶었다. 택시를 타고 도착해서 내리니 사진에서 본 풍경 그대로 그림 같았다. 초록초록 야자수가 가득하고 바람 솔솔 부는 맑은 날씨에 벤치와 평상에서 간단하게 먹을거리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 마켓이라기보다 관광지 같은 느낌이었다. 예쁜 풍경을 사진에 담는 사람들 틈에서 우리도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성공적인 사진 찍기를 마치고 평상에 앉아 내가 고른 팟타이와 아이가 고른 코코넛 아이스크림, 망고를 먹으며 한껏 여유를 즐겼다.




 2. 러스틱마켓

이곳은 다른 마켓에 비해 물건들 퀄리티도 높고 깨끗하고 분위기 좋은 마켓이었다. 젊은이들의 마켓 같은 느낌이랄까. 비록 나는 아줌마지만 마켓 입구부터 신이 났다. 알록달록 예쁜 뜨개가방들과 귀여운 액세서리, 다양한 옷들과 곳곳에 있는 커피트럭들. 젊은 감성이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마켓이었다.

"하우머치? 하우머치?" 나보다 더 신이 나서 자꾸 하우머치를 남발하는 아이를 진정시키며(가격이 써져 있는데 왜 계속 물어보는 거니) 원하는 것을 모두 살 수는 없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물가가 싸긴 하지만 쓸데없이 많이 살 수는 없으니, 아이에게 일정 금액을 정해주고 그 안에서 쇼핑을 하기로 했다. 아이는 한 바퀴 둘러보더니 금방 토끼인형을 골랐다. 핑크코에, 부드러운 털로 덮인 토끼인형이 내가 보기에도 귀여웠다. 이걸 사면 다른 걸 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내 경고를 뒤로하고, 아이는 아주 행복해하며 토끼인형을 샀다(거기서 산 토끼인형은 한국에 돌아온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친구들 선물 준다고 자잘한 선물 몇 개를 산 후 돈이 떨어진 아이는 쇼핑에 관심을 잃고 지겨워 하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과 쵸코라떼를 사주며 달래 보았지만 자기는 시원한 건물 안에서 아빠랑 둘이 있을 테니 엄마는 혼자 쇼핑하라나. 결국 나 혼자 열심히 쇼핑했지만 결정장애라서 아무것도 구매하지 못했다(다른 분들은 가시면 꼭 뭐라도 사 오시길, 여기가 물건이 제일 예뻐요!). 고민하다가 사 오지 못한 물건들이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3. 새러데이마켓과 선데이마켓! 

치앙마이 마켓 중 하이라이트인 새러데이마켓과 선데이마켓. 끝이 나지 않는 마켓을 걸으며 되돌아가야 하나, 끝이 있긴 한 걸까 몇 번을 고민했다. 다행히 쇼핑에 신난 아이가 지쳐하지 않는 덕분에 마켓의 끝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여기는 마켓의 규모도 크고, 싸고 다양한 물건과 음식들이 정말 많았다.  


 남편은 마켓에서 짐꾼 역할을 하며 지루하게 걷다가 먹을거리 파는 곳이 나오면 눈을 반짝였다. 신중하게 구경 후 누텔라로티를 사 와서 서로 누텔라 많이 묻은 부분을 먹으려고 아이와 눈치싸움을 했다. 아이는 마켓 초반에 충동구매로 정해진 자기 돈을 다 소진해 버린 후, 애절한 눈빛으로 물건들을 슬프게 바라보며 걸었다. 이제 돈 없어서 못 사는데 자꾸 "하우머치" 하지 말라하니 그냥 가격만 알고 싶은 거라며 자기를 내버려 두라는 어린이. 애잔하고 간절하게 한참 물건들을 보고 있으니 아저씨들이 한번 해보라고 자꾸만 손에 쥐어주셨다. 어디 갔나 싶으면 아저씨들 옆에서 두꺼비 목탁을 두드리고 있고, 또 어디 갔나 보면 클레이 모양 만들기를 하고 있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아이를 쫓으며 결국 어쩔 수 없이 자잘한 물건들 몇 개를 더 샀다(그렇게 우리 집에 두꺼비 목탁은 길을 잃고 봉지 안에 버려져있고, 갈 곳 잃은 작은 파우치들이 굴러다니고 있지만). 그래도 그렇게 소소하고 알차게 자기돈(?)으로 쇼핑을 한 아이는 무척 뿌듯하고 행복해했다.




처음으로 마켓의 재미를 알아버린 따님. 작은 돈으로 소소하게 이것저것 살 수 있는 마켓이 너무 재밌었는지 한국에 돌아와서도 몇 번을 이야기했다. 친구를 만날 때마다 자기가 고른 선물을 가져가서 나눠주며 무척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가 스스로 고르고 선택하고 구매하고 나누는 모든 과정들이 소소한 행복을 배우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이번에 잘 구매하지 못한 나는 소소한 행복을 누리러 치앙마이 마켓 다시 가고 싶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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