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붕어빵들
"지연아, 어서 골라!!"
"다연아, 불량식품 고르지 말고!!"
"서연아, 골랐으면 이쪽으로 나와 있자"
아파트 단지 상가에 있는 작은 문방구는 아이들의 단골집이다. 슈퍼만큼이나 자주 가는 곳. 할아버지한테 용돈 받은 쌈짓돈을 들고 설레는 눈빛으로 입장한다. 금액을 정해주면 그 가격 안에서 자기가 사고 싶은 것 고르기 시작!
언니의 붕어빵인 지연이는 셋 중에 문방구 가는 것을 제일 좋아한다. 갖고 싶은 것이 많은 아이인데 금액이 한정적이니 가장 효율적으로 구매하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기웃 꼼꼼히 살핀다. 신중하게 고르는 아이를 한참 기다리다 보면 너무 답답해서 "이것도 예쁜데, 아니면 저건 어때?" 하고 옆에서 계속 훈수를 둬 본다. 조금이라도 빨리 고르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하지만 소용없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문방구에 손님들이 여러 차례 지나쳐 가고, 기다리다 지쳐 이제 가야 한다고 화를 낼 때쯤에야 겨우 하나를 고르는 아이. 진짜 기다리다 지친다.
나의 붕어빵인 다연이는 문방구 쇼핑을 크게 즐기지는 않는다. 문방구에 들어가자마자 "안녕하세요!!" 씩씩하게 인사하고 친해진 문방구 아저씨와 잠깐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고 나서 한 바퀴 구경한 뒤에 불량식품 코너로 출발한다.
"엄마, 내 돈으로 동전 초콜릿 몇 개 살 수 있지?"
불량식품 사지 말라는 내 잔소리를 뒤로하고 초콜릿, 젤리 쇼핑을 알차게 하는 어린이. 수첩이나 학용품, 액세서리 같은 걸 사는 게 어떻겠냐고 꼬셔봐도 별 소용없다. 불량식품 계산하고 남은 돈 500원을 들고 오늘은 어떤 뽑기를 할지 고민하며 밖에 뽑기 하러 나간다. 이미 입에는 동전 초콜릿 하나 물고서.
아직 누구의 붕어빵인지 알쏭달쏭한 막내 서연이는 수줍게 문방구에 들어가서, 요리조리 천천히 살펴본다. 그러고는 작은 목소리로 "이모, 이거 유치원 친구가 있는 건데. 나도 이거 살래"라고 말한다. 사도 된다고 하면 두 손으로 살포시 물건을 들고 구석에서 언니들의 쇼핑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지루할까 싶어서 "서연이도 조금 더 구경해 볼래?" 하고 물으면 자기는 더 구경할 것 없다고 언니들의 쇼핑을 지켜본다.
아이들의 문방구 쇼핑을 보고 있으면 아이들 모습에서 언니와 내 모습이 보인다. 언니랑 같이 쇼핑을 가면 나는 쇼핑할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자고 할 때가 많다. 그럼 언니는 옷 사러 왔는데 무슨 소리냐며 대충 먹고 빨리 더 구경하자고 한다. 문방구에서 물건 안사고 불량식품 사는 다연이와 물건 사기 초집중하는 지연이와 붕어빵 아닌가.
세아이를 보고 있으면 우리를 너무 닮아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밥을 잘 안 먹는 것도 그리고 점의 위치까지 닮아있는 걸 보면 내 아이가 확실하구나 싶다. 아이들의 어떤 점은 나를 닮아서 특별하고 또 어떤 점은 나를 닮지 않아서 특별하다.
가족은 붕어빵 같은 거네요.
붕어빵들처럼 닮았고, 따뜻하고 달달해.
푸른 바다의 전설 6화
우리의 귀엽고 소중한 붕어빵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빛깔을 만들어 가는 동안 따뜻하고 달달하게 늘 곁에서 힘이 되어 줘야겠다.
* 사진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