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6월 떠나는 제주여행
“어머님 올해도 가시는 거죠?”
“네~ 다음 주 일주일은 유치원 못 와요 “
6월이 되면 원감님이 의례히 질문하시는 우리의 여행.
봄이 오면 언니랑 나는 바빠지기 시작한다. 매년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는 제주일정을 계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행기 최저가를 검색하고, 좋은 숙소 후보 리스트를 뽑는다. 좋은 비행시간에 합리적이고 감성적인 숙소 예약을 마치면 렌터카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그러고 나면 세부적인 계획은 여유를 갖고 세워도 충분하다.
어쩌다 보니 6월에 언니와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도를 함께 갔고, 그 기억이 좋아서 매년 6월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일주일씩 여행을 떠나게 됐다. 다연이가 4살 때부터 제주도를 함께 가기 시작했으니 벌써 4년째 연례행사처럼 가고 있다. 매년 갈 때마다 좋았던 제주여행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몇 가지를 적어보고자 한다.
1. 독채
나는 여행에서 숙소가 제일 중요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빡센 여행보다 한가롭고 느릿한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시간을 많이 보내게 되는 안락한 숙소가 제일 중요하다.
방 2개 이상, 거실과 부엌 그리고 마당이 있는 독채. 가끔 시골집을 개조한 곳에는 개미나 벌레가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 리뷰확인은 필수다. 청결과 위치는 필수적인 요소이며, 신상숙소일수록 금상첨화다.
마당이 있으면 도시에서 누리지 못했던 자연과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으므로 필수는 아니지만 최대한 있는 곳으로 찾는다. 마당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 한가득 편안해지니까.
동네가 제주스러운 소박한 마을이면 더 좋다. 시간 날 때 틈틈이 아이들과 동네산책을 하며 느리게 가는 시간을 자연과 함께 오롯이 누릴 수 있으니. 산책하다가 알아낸 동네 작은 카페, 소담한 맛집을 방문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2. 스냅사진
워낙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가난한 청년의 배낭여행을 졸업하고 지갑에 여유가 생긴 여행을 하게 된 순간부터 여행을 떠나면 스냅사진을 찍곤 했다.
물론 결혼하고 아기 낳고 살찌고 나서는 그전만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여행 가면 작가님이 찍어주는 전문적인 사진은 꼭 찍으려 한다. 제주스러운 풍경과 해맑은 아이들의 표정. 물론 내가 잘 나온 사진을 찾으려면 몹시 힘들지만(다이어트에 실패한 채 여행을 떠나므로). 매년 이때가 아니면 남기기 힘든 예쁜 가족사진을 갖게 되는 것만으로 만족스럽다.
스냅사진을 찍게 되면 누구나 다 아는 관광지가 아닌 작가님들만의 고유의 비밀 장소를 안내받게 되는데, 매번 감탄을 하게 된다. 자연 그 자체만으로 눈부신 배경이 되어 주는 곳들.
3. 하루에 하나만
아이들과의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리한 일정을 짜지 않는 것이다. '하루에 하나만'이라는 마음으로 일정을 계획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러 가지를 하려다가 따라주지 않는 아이들로 분노 가득한 하루를 마주할 수도 있으니. 분노를 미연에 방지한다.
주요 일정 하나를 잡고, 그 근처에 맛집이나 카페를 리스트 업 해 놓는다. 한 곳을 잘 구경한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아이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선으로 식사와 카페의 시간을 누린다. 엄마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아이들도 그 시간들을 넉넉히 누릴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욕심부리지 않고 시간자체를 느긋이 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주 여행이 매년 힘들지만 좋았던 이유는 함께여서였다. 아이들 셋이서 복작복작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만으로 마음이 충만해져서 매년 또다시 제주를 찾았다. 아이들 셋이서 분주하게 바닷가에서 모래를 파고 미역을 주워오는 모습. 동네 카페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색칠공부, 종이접기를 하던 모습. 승마를 처음 해보고 말위에서 해맑게 웃던 아이들. 숲놀이터에서 신나게 달려가던 아이들의 뒷모습. 숙소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진지했던 아이들. 꽃들을 구경하며 돌담길을 따라 걷던 순간들.
제주에서의 순간들이 여유와 따뜻함이 담뿍 담긴 기억으로 아이들에게 남았으면 좋겠다. 육아에 지쳐 달려오던 우리에게도 떠올리면 미소 지을 수 있는 쉼표 같은 기억이기를.
한 살 더 먹은 아이들의 2023년도의 제주여행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