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어린이집, 같은 유치원, 다른 초등학교?
옆 동에 살던 언니가 작년에 첫째 입학을 앞두고 이사를 갔다. 사실 이사 간 곳도 그다지 먼 거리는 아니다. 버스로 3 정거장, 걸어서 15-20분 정도 거리다. 하지만 바로 옆동에 살던 언니가 이사라니. 같은 어린이집, 같은 유치원을 다녔고 당연히 초등학교도 함께 다닐 줄 알았는데. 그날부터 새로운 고민이 시작되었다.
우리에게 어린이집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엄마네 아파트 1층에 있는 어린이집. 엄마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서 바로 맡길 수 있는 최적의 조건. 비가 와도 눈이 와도 상관없는 그곳. 엄마가 어린아이들을 돌봐주시던 시기였기 때문에 우리는 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그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었다. 그리고 조카들과 내 딸은 다 같이 어린이집을 다녔다.
유치원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곳. 세 명 다 같은 유치원을 다녔고, 이제 내 딸은 졸업을 앞두고 있다. 세 명 다 같은 기관을 다니다 보니 선생님들도 동일하고, 서로 친구들도 많이 알아서 좋았다. 다연이는 매번 유치원에 가서 사촌동생 서연이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울거나 무슨 일이 있으면 집에 와서 알려준다. 유치원 버스 타고 오는 서연이를 유치원 문 앞에서 기다렸다가 둘이 손 꼭 잡고 들어간다. 가끔 동생교실 가서 개다리춤도 춰주고, 번쩍 들어 빙빙 돌려주기도 해서(키가 거의 비슷한데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건지) 서연이네 반 아이들이 다연이를 재밌는 언니로 다 알고 있다고 한다. 서로의 유치원 친한 친구들 이름까지 다 아는 아이들. 매일 붙어있어서 세 자매 같은 어린이들이다.
언니가 이사를 가고, 고민을 하다가 작년 가을쯤 우리도 이사를 가기로 결정했다. 언니가 이사 간 곳이 새 아파트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아이 키우기에 좀 더 좋은 환경이었다. 무엇보다 이사를 가면 6년의 초등학교 생활을 함께 할 수 있고, 언니에게 다연이 등하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긴 고민과 준비 끝에 결론을 내리고 집을 내놨다.
하지만 너무 긴 고민을 했나 보다. 2022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은 침체되었고, 우리 집은 팔리지 않았다. 부동산에 대해서 잘 모르는 우리는 당황했고, 3번 정도 집을 보러 사람들이 왔지만 결국 집은 팔리지 않았다. 여름쯤에 내놨으면 집이 팔렸을까?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 해도 그때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을 것 같다. 그리고 얼마 전 나는 입학통지서를 받았고, 초등학교 예비소집일까지 다녀왔다.
사실 다연이는 적극적이고 활발하고, 자기주장 확실한 아이라서 조카들과 다른 초등학교를 간다고 해서 힘들어할 것 같진 않다. 등하교 문제는 엄마의 도움을 받고, 근무시간을 조금 조정하고 학교 돌봄과 학원들을 알아보면 된다. 하지만 긴 고민 끝에 이사를 결정하고, 아이들이 학교를 같이 다니는 상상의 나래를 이미 펼쳐버린 나는 사실 참 많이 아쉬웠다. 언니집 위층으로 이사 가는 행복한 꿈에도 잠시 빠졌었는데. 와장창 꿈이 깨지고 현실로 돌아온 나는 3개월씩 묶어두었던 예금들도 일 년으로 바꾸고, 가구들도 다시 정리하고 있다.
어제 언니집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놀고 식탁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데, 언니가 갑자기 훅 치고 들어온다.
아직 안 늦었어. 입학 전에만 이사하면 되지!!
이제 1월인데 뭘~
희망고문하지 말아 줘. 나 지금 다 포기하고 정리했단 말이야. 이번에 또 행복한 상상을 시작했다가 실패하면 너무 슬플 것 같아. 그래도 같은 피아노 학원 다니니까 그게 어디야!! 어차피 일주일에 5일은 만나는 사이인데!!!
같은 초등학교 보내기는 실패했지만 이제 책가방도 사러 가고 학원스케줄도 다시 짜고 입학준비를 열심히 해봐야겠다. 다연이가 자꾸 장난감 정리를 하며, 우리 집 팔릴 수 있게 집청소 한다고 하는데. 자꾸 친구들에게 자기는 어디 초등학교 갈지 아직 결정이 안 됐다고 하는데. 이사는 못 갈 것 같다고 장난감 정리 너무 열심히 안 해도 된다고 말해줘야겠다.
다연이와 몇 번 부동산을 다녀오고 난 후 다연이가 유치원 장래희망 발표에서 부동산 중개사가 꿈이라고 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좋은 집을 구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유치원 선생님께서 전화 오셔서 어떻게 이런 직업을 알았는지 신기하다고 말씀하시는데 ‘내가 너무 집이야기를 많이 했나’ 쑥스러웠다. 워낙 하고 싶은 게 많은 아이인데 엄마가 이렇게 새로운 꿈 하나를 추가해 주는구나.
*사진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