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일기는 문학의 기본이 된다
며칠 후 다시 소설반이다. 오늘은 일기를 시로 짓는 수업이다.
어떤 학생들은 일기장을 통째로 가져왔고, 필요한 내용만 복사해서 가져온 다른 학생들도 있었다.
“오늘은 일기를 시로 변형하여 쓴 두 작품을 감상하겠어요.” 강사가 말했다.
수강생 1
제목 신의 소리
다들 열매를 맺는데
너는 무얼 했느냐
간신히 숨운동만 했구나!
부끄러운 줄 알라!
“문학이란 첫째는 인생의 진실을 보여주며, 둘째는 정신적 미적 쾌락과 즐거움을 주며, 셋째는 삶의 의미와 성찰을 깨닫게 하는 종합적 기능이 있어야 해요.” 강사가 말했다.
수강생 2
제목 가을, 단풍, 하늘
가을이 살포시 왔어요
맞을 준비도 못 했는데
단풍이 마음을 빨갛게 물들였어요
은행잎도 노랗게 덩달아 같이
하늘은 우주도 덮고 산도 쓰레기도 내 죄도 다 덮어
제일 큰 어른임을 알았어요.
가을 단풍 낙엽이 지나간 자리
빈 허공에 무엇인가 충만했어요.
“두 시의 느낌은 어땠나요?” 강사가 물었다.
“두 시 모두 성찰을 주며 무엇인가 생각나게 하네요.” 복희가 말했다.
“또 다른 느낌은요?” 강사가 말했다.
“첫 번째 작품은 엄마한테 혼나는 거 같아요.”
“놀고만 먹었다고, 꼭 나에게 하는 말이에요.”
“두 번째 시 마지막 줄에 무엇으로 충만했는지 궁금하네요.”
“작가와 대화하여 볼까요? 숨지 마시고 작가님은 나와 보세요.” 강사가 말했다.
“(수줍어하며) 마지막 줄이 문제지요. 무엇이 무엇인지는 나도 몰라요.
(수강생들과 강사, 모두 웃는다)
어떤 깨달음이 왔는데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내가 작아지는 느낌?”
“맞아요. 내가 작아져야 상대방이 크게 보이고 겸손해질 수 있어요. 글은 내가 티끌같이 작을수록 좋은 글이 나오지요.” 강사가 말했다.
“빈 허공에 가을 향기가 충만해요.” 수강생이 말했다.
“그 문장도 어울리네요. 무엇인지를 지금 생각해서 발표해 볼까요?” 강사가 말했다.
“빈 허공에 평온이 충만했어요.” 다른 수강생들이 말했다.
“빈 허공에 자연의 웃음이 충만했어요.”
“빈 허공에 따스함이 충만했어요.”
“모두 잘하셨어요. 다음 시간은 수필로 넘어가겠어요. 수필로 쓰실 분 준비해 오세요. 물론 수필이라는 장르에 일기가 들어갑니다. 그러나 일기를 객관화시켜 볼까요?” 강사는 말하며 수업을 끝냈다.
“오늘 허전한 가슴이 채워지는 수업이었어요.” 수업 후 수강생이 말했다.
“맞아, 행복을 찾아가는 느낌, 그리고 우리가 시인이 된 느낌이야.”
(모두 손뼉 치며 미소 짓는다.)
재국은 혼자 남아 복희를 기다린다.
“복희 씨! 제 딸이 식사 한번 하자고... 리라를 찾아서 너무 고맙다고. 숙진이가 꼭 날짜와 시간을 받아오라고 하네요. 더 이상 미루지 말라고 성화네요.”
“그렇게 안 해도 되는데, 그날은 괜찮아요.”
“고마워요. 그럼 약속한 날 뵙겠어요.” 재국은 인사를 하고 신이 나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