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오늘은 울고 싶어라
‘오늘은 울고 싶어라’는 가수 김수희가 불렀던 애모에 나오는 노래 가사이다. 노래는 사랑하는 님을 그리워하는 내용이었다.
말숙은 자신에게 닥친 일들이 잘 되지를 않자, 겉으로는 웃었으나 속이 상했다. 설상가상으로 형부가 죽었다는 부고 소식을 들은 것이다. 두 가지 일이 겹치자 말숙은 울고 싶었다.
말숙은 도서관에서 하는 일들을 처리하는데 미숙했던 자신을 알았다. 상부에 보고할 때의 유의점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 일이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위에서 분명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라고 지시가 내려졌으나 말숙은 그냥 흘린 것이다.
돌아가신 둘째 형부는 말숙의 자매들이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었다. 자상하고 친절하고 처제들에게 잘해 주었으며 그의 삶 자체가 교육적이었다. 사범학교를 졸업한 고등학교 생물 선생이었다. 방학 때면 처제들을 모두 집으로 초대했다. 식물원도 데려가 주었고 큰 도서관과 동물원도 데려가 구경시켜 주었다. 처가갓집에 올 때마다 큰 가방에 작은 꽃들을 가져와 꽃의 이름과 관리에 대하여 자근자근 설명도 잘해주었다.
모범이 되는 교육자로서 대통령상까지 받은 그에게도 큰 갈등이 있었다. 그에게는 결정을 짓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는데 진화론과 창조론의 선택이었다. 과학자로서 진화론을 믿었으나 전부 믿었던 것은 아니었다. 창조론을 기웃거렸으나 역시 만족하지는 않았다. 그가 치매에 걸리자 믿음 좋은 그의 아내가 다니던 교회목사를 초대했다.
그는 목사의 기도에 위로와 평안을 받았다. 치매라고 해서 24시간이 모두 치매인 것은 아니었다. 잠시 치매가 오고 그때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그들의 대화에 창조와 진화가 나왔고 드디어 그는 해답을 찾은 듯했다. 과학이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은 신학이 답을 주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뇌수술하기 직전에 가족을 모두 만났다. 모두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어려운 문제를 풀어 아무 걱정이 없는 그는 가족에게 웃음을 보내며 손을 흔들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그때의 인자한 모습과 미소를 가족들은 잊지 못했다. 그는 수술 후 코마상태에 들어갔고 하나님의 품으로 떠났다.
말숙은 자신도 형부처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삶의 숙제를 끝내고 인자한 모습으로 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지금의 문제를 잘 풀어 나가야 한다. 도서관에서 보고를 잘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회장에게 물어보면 되는 일이다.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그동안 건강 때문에 자리를 너무 비웠는데 시간 관리도 몸 관리도 잘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운동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말숙은 운동보다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오늘을 울고 싶지 않으려면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야 한다. 말숙은 운동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오늘을 사랑하라,는 말이 떠올랐다.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이니까. 오늘만 정신 차려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