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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평화 Mar 29. 2023

1. 내 인생 마지막 배움, 축구일기를 시작하며

2022년 10월 10일

나는 문학을 짝사랑했다. 그 안에 여러 삶이 있었고 그 삶은 나의 도피처요 카타르시스가 되었다. 집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어 도서관이 주관하는 독서동아리에 참가하게 되고 2주에 한 번씩 책을 선정하여 읽게 되었다. 역시 나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는 수필작가였다. 하지만 실력 있는 젊은 선생으로부터 기본과 이론을 처음부터 배우고 싶다며 같이 배우자고 나를 설득했다. 나는 70대 중반이 되어가고 이 수업이 인생의 마지막 배움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용인시 구성에 살았고 친구는 은평구 북한산이 보이는 곳에 살았다. 장소는 친구 동네 문화센터였지만 시설도 좋았다. 일주일에 한 번, 하루 소풍간다고 생각하니 거리는 멀어도 참을 만 하였다.

 

과제로 일주일에 작품 한 편 씩을 내야하는데 내 속에는 나보다 손흥민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흥민의 소식부터 챙겨보지만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그는 나에게 기쁨을 주었다. 나보다는 흥민에 대해 쓰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여 쓰고 보니, 그로 인하여 나의 깨달음이 많아졌고 축구와 세상을 알게 되었다. 


내가 그에게 미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항상 긍정적 마음으로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둘째는 팀을 먼저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는 것이다.

셋째는 속상해도 자기 마음을 잘 다스리고 관리를 잘한다. 

일과가 다 끝난 뒤에도 혼자 남아 연습을 더한다니 정신력이 대단하다. 선수들과 모든 감독들, 스텝들이 제일 좋아하는 선수이다. 나는 그의 인격을 배워야한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없고 그에게만 있는 인격이란 무엇인가?


친구하고 잘 지내는 것도 배우고 싶은 인격중의 하나이다. 케인은 영국 팀의 주장이다. 살다보면 이해관계라는 것이 딱 떨어지면 좋을 텐데 애매한 일이 많다. ‘시합 중 프리킥을 누가 차느냐’, 그중 하나이다. 애매한 일이 생길 때 흥민이가 먼저 베풀고 양보한다. 케인은 영국인이라 보이는 혜택과 보이지 않는 혜택을 받는 선수이다. 그러나 흥민이는 그것까지도 이해하고 친구가 되는 사이이다. 내가 만일 그였다면 정의롭지 못하다고 케인에게 불평을 했을 것이다. 그가 그렇게 했었다면 같이 뛰는 동료는 될 수 있어도 마음을 주고받는 영혼의 단짝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소중한 것임을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일찍 알았는지, 나의 마음이 시냇물이라면 흥민의 마음은 태평양이다. 흥민의 이름을 부를 때마다 기분도 좋다. 우리 민족이 고난 속에서도 흥하는 민족, 흥이 많은 민족의 기운이 밑바닥에 깔려있다고 저절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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