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점프 슬라이딩이라니요?
지하철에서 있었던 광경이다.
지하철 문이 닫히는 시점, 한 청년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뛰어내리더니 점프 슬라이딩하여 지하철 안으로 간신히 들어왔다. 지하철 문은 그의 발끝을 건드리며 닫혔다.
그 광경을 본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눈을 휘둥그레 청년을 쳐다보았다.
한 아주머니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어디 다친 데는 없냐고 물어보았다.
재빨리 일어난 그는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제대한 지 얼마 안 되는 내 아들 같아서 하는 이야기인데, 앞으로는 조심했으면 좋겠네.”
사람들의 관심이 어색했던지 그는 웃으며 목례하고 앞 칸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말한 아주머니는 내 옆 자리에 앉아있었다.
모두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용기 있게 좋은 말을 해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군대 2년 동안 아들 보고 싶지는 안 했나요?”
“휴가를 자주 나온 편이라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아들한테나 나한테도 2년이라는 그 세월이 헛된 시간은 아니었어요. 아니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그럼 엄마도 군대에 함께 갔었나요?”
“아이고, 농담도 잘하시네요. 그게 아니고요. 저는 아들의 인성에 대하여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제대 후에 아들을 신뢰하게 되었어요.”
“요즈음은 군대에서 인성도 가르치나요?”
“그건 모르겠어요. 부대에서 아들은 제초 반에 있어 풀을 깎는데 가슴이 저며 왔다고 했어요. 풀이 파란 피를 토하고 냄새를 풍기며 자신을 비껴가더래요. 풀한테 미안해서 마음이 아팠다고 하더군요.”
“심성이 참 고운 아들이네요.”
“나는 냉정하고 감성도 아름다움도 모르는 재미없는 아들인 줄만 알았어요. 아들은 전공이 물리학과여서 딱딱하고 정확했지요. 대충 말하는 나하고는 전혀 맞지 안 했거든요. 군대 가기 전까지는 이런저런 일로 티격태격 많이 다투었지요.”
“아들의 새로운 면도 보고 신뢰도 하고 군복무가 전혀 아깝지 안 했겠네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 눈치 더니 입을 열었다.
“아들한테 2년은 아까운 시간이 아니라 잠깐 쉬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청춘을 재정비하면서 젊음의 돌격을 고르고, 방향과 속도도 확인하고 돌아보는 시간이었어요.”
“군 생활을 아주 유용하게 잘 보내셨네요.”
“제대하고 보니 상대를 배려할지도 알며 어른이 되어 있었어요.”
“반듯한 생활 습관이 제대 후에도 가능하던가요?”
“습관은 좀 흐트러졌지만 복학하고 군에서 같이 지냈던 친구를 만나 식사도 같이하고, 학생사회인이 되었어요.”
“필요 없는 군 생활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다 마음먹기 달렸네요.”
“그럼요, 저는 BTS 진, 제이홉도 군대에 잘 갔다고 생각해요.”
“그렇죠. RM도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고 하더군요.” 나도 미장원에서 들은 RM 이야기를 하였다.
“RM을 좋아하세요? 나도 좋아해요. BTS 멤버 다 좋지만 RM은 속이 꽉 찼어요. 하며 환히 웃고 있었다.”
“어머, 나도 그래요. 2018년 유엔연설에서 방탄소년단 RM이 진정한 사랑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Love yourself’ ‘Love myself’라는 말을 했지요.”
“마약 투약 등 잘못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사랑을 하라는 말입니다. 또래의 아들이 있다 보니 별 말이 다 나오네요.”
그녀 말을 듣고 이제는 내가 신나 있었다.
“맞아요, 자신은 한국의 작은 곳에서 태어나 꿈을 켜어가고 있지만,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세상의 보이는 것만 생각하면 실망한다고 했지요. 자신을 살라고 했어요. 과거의 실수한 것도 오늘의 실수도 내일 할 수 있는 실수도 모두 자기 것이라고, 그런 철학자 같은 말을 잊을 수가 없어요.”
“어머, 기억을 잘하시네요. 연설 마지막 즈음에 ‘여러분은 누구입니까?’ ‘무엇이 여러분의 심장을 뛰게 만듭니까?’ 했지요. 그래서 나도 오늘 심장 뛰는 일을 하러 갑니다.”
“어디로 무슨 일을 하러 가시는데 심장이 뛸까요?”
“강남역이요. 시집간 딸의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사위가 많이 아프다고 하네요. 딸도 몸이 안 좋다고 하여 이렇게 반찬을 만들어 갑니다.”
“정말 심장 뛰는 일이네요. 다음이 강남역인데 한마 뜨면 지나갈 뻔했어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오늘 고마웠어요.”
“저도 마음에 맞는 대화를 오랜만에 했어요. 짐도 많은데 수고하시겠어요.”
“심장이 뛰는 일은 피곤치도 않아요. 덕분에 지루하지 않고 빨리 왔어요.”
“조심히 가세요. 딸 부부 건강하기를 진심으로 바라요.”
그녀는 내렸다.
사람마음은 비슷한 구석도 많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그녀와 한 대화를 반추해 보았다.
다음은 신사역, 여기서 갈아타서 친구를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