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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평화 Oct 18. 2023

10. 절망 대면하기 (1)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 했다. 

그는 향락적이며 무신론적 실존에서 유신론적 실존주의자가 되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실존을 통찰하고 스스로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그가 절망이라는 늪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그는 가장 행복한 사람은 태어나지 않았던 사람이고, 그다음 행복한 사람은 태어났다가 죽은 사람, 그리고 가장 불행한 사람은 현재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나는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이 이야기를 듣고 이 철학자의 말에 잠시 위로도 받았다. 

‘그래, 나뿐이 아니라 모든 삶은 고난인 거야,’하며 사람들과 생명 있는 모든 것에 연민도 가져 보았다. 나중 알고 보니 그의 말은 본인의 말이 아니라 성경 전도서 4장에 나와 있는 솔로몬의 말이었다. 세상 최고의 영광을 누렸던 솔로몬이 노년에 한 말이었다. 


솔로몬은 이스라엘의 3대 왕이었고 유명한 다윗왕의 아들이었다. 

21세에 왕이 된 그는 일천번제 제사를 하나님께 드렸다.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고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마음을 종에게 주사 주의 백성을 재판할 때, 선악을 분별하게 하소서.”라고 솔로몬이 대답했다. 하나님은 마음이 흡족하여 지혜와 함께 솔로몬이 구하지 안 했던 총명과 장수, 부를 함께 주었다. 솔로몬은 지혜의 왕이었다. 

솔로몬의 이 재판은 유명하다. 

한집에 사는 두 여인이 3일 사이로 남아를 출산했다. 두 여인이 한 아이를 데리고 와서 서로 자기 아이라고 우기자, 솔로몬은 아이를 반으로 나누어 주라고 하였다. 신하가 아이를 칼로 치려고 하자, 한 여인이 아이를 죽이지 말고 저 여인에게 아이를 주라고 하였다. 솔로몬은 죽이지 말라는 여인에게 아이를 주었고 나머지 여인에게 합당한 벌을 내렸다.


솔로몬은 통치초기에는 아가서라는 사랑에 관한 책을 썼고, 젊었을 때는 잠언을 써서 매일의 삶 속에서 겪는 실제의 문제들을 성공적으로 이루도록 가르침도 주었다.  

노년에 쓴 전도서의 첫 문장은 이러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분명 헛되다는 의미는 사람마다 각각 다르다. 

이 책에는 세상도 헛되고 삶도 헛되고 해 아래 모든 것이 다 헛되지만 헛되지 않은 것이 있다고 한다. 삶의 불확실성에 대한 조언과 헛된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지혜를 말하고 있다. 

헛되지 않은 삶이란 하나님을 경외하며 만족하고 사는 길이라 했다. 전도서는 심오하며 동시에 의심스러운 책이지만 한번 읽고 행하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기적 같은 책이다, 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절망이라는 병에 다시 빠진 거 같다. 

믿었던 사람한테서 실망스러운 말을 들었고 그 말이 병이 되었다. 

더 큰 절망으로 번지기 전에 전도서를 읽고 싶다.  

전도서는 불의와 불합리성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그래도 진리는 살아있으니 삶의 의미와 기쁨을 찾자고 나에게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철학자 키에르케고르도 전도서를 읽고 세상사는 이치를 통찰했을까? 

그리고 유신론적 실존주의자가 되었을까? 


절망이라는 병이 내 안에서 꽈리를 틀라고 하면 일단 세 가지를 먼저 생각한다.

첫째) 역지사지, 먼저 상대방 입장에서 나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뭐,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큰 문제는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잊힐 거 같다.

그런 사람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며 흔들렸던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또한 나의 잘못도 있었고 그 과정을 인식하게 된다.

둘째) 작은 일에 감사하는 일이다. 절망하느라 감사할 것들을 많이 놓쳤다.  

오늘은 장마 뒤에 살짝 햇빛이 찾아왔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밀렸던 빨래를 신나게 하였다. 내 안에 찌꺼기도 같이 빨았다. 

행복과 파랑새는 내 안에 있었는데 나는 멀리서만 찾아다닌 것이다. 약 한 달에 한 번꼴로 절망이 나에게 찾아오는데, 육 개월에 한 번으로 주기를 늘리게 되기를 웃으며 소망해 본다.   

셋째) 사실 이만하면 족하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욕심을 내려놓는 일이다.

나물 먹고 물먹고 하늘을 보니 이만하면 족하다는 옛 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인생은 긴 마라톤이다. 소모전을 벌이지 말고 숲을 보며 여유를 갖자. 

오랜만에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조용히 사그라지는 석양도 무척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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