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겨울은 봄을 품고 있다.
어제는 눈이 세상을 하얗게 만들었다. 오늘은 비가 내린다. 겨울은 끝자락에 봄을 숨겼다가 조금씩 선을 보이고 있었다. 매서운 겨울도 따스한 봄볕에 맥을 못 춘다. 며칠 후면 구정 설이다. 나뭇가지에 쌓인 하얀 눈은 다 녹았다. 눈과 비를 함께 먹은 대지가 촉촉하다. 대지는 조건 없이 모든 것을 다 품는다. 건조한 내 마음에 봄비가 닻을 내린다. 겨울은 봄을 품고 있었다.
나는 왜 쓰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쓴다.
무슨 말이 하고 싶었는데? 세상과 내 생각이 다른 그것을 쓰고 싶었다.
무엇이 다른데? 세상은 나를 바보라고 부르며, 나 역시 세상을 바보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나를 바보라고 부르는 이유가 주제일 수 있는 단편소설을 연재하려고 한다. 5년 전에 썼던 글이다. 제목은 ‘아름다운 황혼’이다. 일주일에 두 쪽씩 발행할 예정이다. 황혼이 무엇이라고 아름다울까 할지 모르겠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젊었을 적보다 황혼을 더욱 아름답게 살고 있다. 젊었을 적은 환경에 억 메어 수동적이며 부정적으로 살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이며 긍정적으로 환경을 이기고 살고 있다. 그래, 사람은 좋은 쪽으로 변하여 살고 싶은 것이다. 모든 젊음은 황혼을 품고 있는 것이다.
뉴스에서 우리의 축구가 기적이라 말하고 있다. 축구는 둥글고 승패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사우디와는 연장전 끝, 승부차기에서 이겼다. 호주도 후반 추가시간에 동점골을 만들었고, 연장전에 결승골을 넣어 2대 1 승리를 거두었다. 이것이 축구이고 인생이다. 축구도 인생도 역설이다. 역설이 없으면 무슨 재미일까. 빤한 질문과 대답은 재미가 없다. 손흥민이 선수들에게 말했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질 거니까 너희들은 자신 있게 공을 차라고.”
“그때 우리들은 절대 안 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를 위해서 뛰는데 힘들다는 핑계는 필요 없다.”
한국과 호주, 경기가 끝난 후 흥민이는 상대편 선수들을 안아주었다. 호주 관중석에 가서도 호주 선수들이 잘 싸웠다고 박수를 쳐주었다. 그게 참 인생이다.
나는 글을 나 혼자 쓰지 않는다. 친구를 옆에 두고 쓴다. 이 글은 시와 음악과 자연을 벗 삼아 썼다. 그들은 나에게 좋은 영감을 주고,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살 이유도 알려주고, 켤 때나 끌 때 전혀 불평하지 않는다. 나도 보답을 해야 한다. 나는 너무 연약하여 줄 선물이 없고 나의 영혼을 준다. 그들은 내 영혼을 받지 않는다. 받는 이가 없는 내 영혼은 자유롭게 우주를 날아다닌다. 한 꽃 위에 나비는 앉았다. 그리고 꽃을 자세히 보기 시작한다. 꽃은 시들어 간다. 옆에 작은 새순들이 나오고 있다. 모든 절망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