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 부부 성장기
남편은 날카로운 외모와 반듯한 직사각형 모습이고, 나는 둥글고 부드러운 모양과 영혼이 자유로운 방랑자였다. 그는 세상에 살면서 힘으로 진 적이 없다고 말하였다. 나는 싸워서 이긴 적이 딱 한 번 있었는데, 그때도 이겨놓고 질 것을 그랬다고 후회했다. 나보다 연약한 자에게 이긴 다는 것을 수치로 여겼다. 힘이 강한 자에게 이기는 것이 소원이었으나 이긴 적은 없고, 약한 자에게는 같이 동등하게 지냈으니 세상에 싸울 일이 없었다.
식습관도 반대이다. 그는 고기를 선호하고 나는 생선을 좋아한다. 그는 매운 김치찌개, 나는 부드러운 된장찌개를 선택한다. 그는 토마토를 썰어 설탕에 찍어 먹고 나는 그냥 먹는다. 그에 맞는 식단으로 요리를 하였지만 지금은 간편한 건강위주로 먹는다.
신혼 초의 일이었다. 남편은 장남이었고 동생들이 와서 함께 살았다. 그때는 학생들이 각자 도시락을 싸갈 때였다. 시동생의 도시락을 아침마다 싸주었는데 삼일이나 가져가지를 않았다. 사 일째 되는 날은 나도 화가 나서 도시락을 싸주지 않았다. 아침을 차려주면 빵과 커피를 마시고 간다. 중·3이라 돌아서면 배고플 때인데 아침을 먹지 않고 학교를 간다. 시골 시어머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왜 도시락을 안 챙겨주느냐? 아침밥도 가끔 안 챙겨준다고 하던데.”
“도시락은 싸주어도 안 가지고 가서 안 싸주었고요, 아침밥은 챙겨주어도 먹지를 않아 안 챙겨주었어요.”
“도시락을 안 가져가도 날마다 싸주고, 아침을 안 먹어도 매일 챙겨 놓아라.”
“휴! 먹어야 재미가 있어 밥을 챙겨주지요. 어머니, 나도 아이 키우면서 힘드네요.”
“왜 말대꾸를 하느냐? 말대꾸하는 며느리는 못 봐준다. 시어미가 말하면 알겠다고 하며 행하면 될 것을. 당장 아비 바꾸라.”
“엄마, 알겠어요. 막둥이가 입이 너무 짧아서, 반찬 투정도 잘하고.”
“그래도 네가 중간 역할을 잘해서, 어떡하든 아침밥은 먹고 학교에 보내야 한다.”
시어머님의 전화를 받은 남편은 갑자기 화를 내며 말했다. 한마디도 거르지 않고 어머님한테 받은 그 감정과 자신의 속내음까지 합하여 말로 나한테 쏟아냈다.
“여보, 내일부터 막둥이 아침밥 안 먹고 학교에 가면 당신 죽일 거야.”
“뭐라고, 나를 죽인다고? 죽일 수 있어? 당신 그 말에 책임져야 해.”
순간 이대로 넘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이혼하지 못할 바에는 고쳐서라도 써야 한다. 내 자식의 아빠니까 잘못한 것은 늦게라도 바르게 고쳐야 한다. 가구가 고장 났다면 고쳐서 쓰면 되는 거라 생각했다. 죽을 각오로 나는 대들었다. 말 함부로 하는 문제를 지금 고치지 않으면 말의 실수로 재앙까지 올 수 있다. 나는 부엌으로 갔다. 칼은 고기 써는 칼과 야채에 맞는 칼이 있었다.
“여기 칼이 두 개 있으니, 양손으로 죽여 봐. 죽인다면서 말에 책임을 져야지.”
나는 그에게 칼을 주었으나 그는 받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 잘못 말한 미안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면 말의 조심성을 배울 기회가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한걸음 뒤로 물러가고 있었다. 나는 의도적으로 한술 더 떴다.
“어디 죽인다고 했으니 죽이라고. 나도 이 더러운 세상 살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칼을 들고 가까이 갔다. 그는 뒤로 몇 바퀴 물러서더니 뒤돌아 가고 있었다. 나는 다시 칼을 제자리에 놓고 가사 일을 정리했다.
부부로 산다는 것, 쉬운 일은 아니다. 극과 극이 만나는 일이다. 남편이라는 세상을 이해하며 나의 세상을 살아야 한다. 우리는 두 세상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최고의 영광을 누렸던 솔로몬 왕도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말했지만 세상에 헛되지 않은 것 단 하나가 있다.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해야 산다. 사랑이 없으면 재미도 없고 지루하여 살기도 힘이 든다. 사랑에는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내가 겪어본 부부란 처음에는 엉겁결에 살고, 중간에는 정신없이 살고, 말년에는 불쌍해서 사는 것이다. 행복한 결혼생활은 소소한 삶에 감사하고, 서로 다른 점을 어떻게 극복하며 나가느냐에 달려있다. 이제야 우리는 서로 다른 점을 이해하고 웃는다. 여기까지 사실 몇십 년이 걸렸다.
행복한 부부생활의 필수는 감사와 사랑이다. 사랑은 자비와 남을 불쌍히 여기는 연민하고도 통한다. 감사와 사랑이 있다면 어떤 고난도 헤쳐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