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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평화 Jul 09. 2024

3. 어라, 나도 철부지였네!

철부지 부부 성장기

 나는 신혼 때부터 시동생과 같이 살았다. 남편은 장남이니까, 시골에 있는 동생들과 함께 사는 것에 큰 불만은 없었겠지만 솔직히 나는 좀 더 멋대로 살 수 있는 자유가 그리웠다. 대문을 활짝 열어놓은 상태, 비밀도 없고 신혼의 맛도 없이 지냈다. 항상 대식구였다. 대학교 다니는 시동생 친구들은 술 먹고 가끔 와서 잠도 잤다. 그 친구 중에는 꼭 아침에 전화하는 친구도 있었다. 아침은 자녀와 함께할 소중한 시간이므로 누구한테도 뺏기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시동생과 시누이가 외출하여 저녁 늦게 온다고 하니 마음속으로 신났다. 저녁식사도 해방이고 긴장도 풀어졌다. 부엌에서 잠시 해방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날 오후, 남편과 딸과 아들, 나는 똑같이 TV를 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네 식구가 오순도순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누며 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갔다. 뉴스가 끝나자. 배가 고프다고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나보고 어쩌라고, 나도 배가 고프다고, 해주는 밥을 먹고 싶다고. 나는 철부지 엄마였다. 달콤한 시간은 순간이었다. 그때는 주택가에 식당도 별로 없었고 외식이라는 단어도 익숙지 않을 때였다.  

 모두는 배고프다고 난리 쳤고 다음 끼니를 준비하지 않은 나는 직무유기를 한 셈이었다. 라면에 양파와 달걀을 넣고 끼니를 때운 기억이 난다. 한 끼가 해결되면 다음 끼는 무엇을 먹을지를 미리 생각해야 한다. 가정생활은 먹는 일이 반 이상이다. 한 끼 행복한 식사를 제공하는 주부는 마땅히 존경을 받아야 한다. 맛있는 식사, 영양과 균형 있는 식사를 위하여 주부는 고민하고 선택한다. 주부를 무시하면 그들의 식사도 무시받는다. 돈을 벌어다 주는 남편을 존경하듯이 주부도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나는 그때 밥을 나름 정성껏 해주어도 존경받지 못했다. 내가 자신이 없어서였다. 나는 영양을 너무 따져 맛이 없는 식사를 가끔 제공했다. 건강과 맛이 같이 있어야 한다


 내 친구 정열의 이야기이다. 남편이 출근할 때 가족이 모두 나와 인사한다고 한다. 

 “오늘도 수고하시고 잘 다녀오세요.”

 “딸아, 여보 잘 다녀오리다.”

 하며 맞절을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되고 서로의 소중함과 존경심이 살아난다고 하였다. 가족의 경제적 책임을 지기 위하여 떠나는 남편을 보내는 인사이다. 맞절을 한다는 것은 남편 역시 가정을 잘 이끌어가고 맛있는 식사를 주는 아내에 대한 고마움이다. 이 말을 들은 다른 친구도 따라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척 어색했으나 지금은 서로 상대의 일을 존중하게 되었고, 남편이 퇴근할 때 모두 문에 마중 나와 인사한다고 한다. 

 “오늘 날씨도 더운데 수고 많이 하셨어요.”

 “우리 공주님들 잘 지냈지? 당신의 맛있는 된장찌개 먹고 싶어 빨리 달려왔어요.”

 하며 두 딸과 함께 인사하고 식사하고 행복한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따라 한다면 하루의 품위가 달라질 듯도 하다.  


 부부 십계명을 어설프지만 만들어 보았다. 

 1. 우리 서로 멋진 사람이 되기보다는 서로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자.

 2. 잘난 사람이 되기보다는 진실한 사람이 되자.

 3. 대단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좋은 사람이 되자.

 4. 부부란 철로이다. 몸은 둘이나 가는 길은 하나이다.

 5. 기쁜 일은 부부에게 두 배로 커지며, 슬픔은 둘이 나누면 반으로 줄어든다.

 6. 서로 이기려고 다투지 말고, 서로 짐을 더 지려고 애쓰자.

 7. 여유 있을 때, 아끼고 저축하자. 내 돈이라고 마음대로 쓰면 안 된다.

 8. 역경과 고난이 왔을 때, 더 인내심을 가져보자.  

 9. 하루에 하나씩 즐거운 일을 만들자. 하루가 즐거우면 평생이 즐거워진다.

 10. 마음에 들지 않아도 웃으며 받아들이자. 세상 모두가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다.


 잘 될지는 나도 모르겠으나 시도를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훨씬 유익할 것이라 생각한다. 나부터 슬슬 실천해야겠다. 

 나이 듦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하는 노래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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