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화 Feb 25. 2022

똥쟁이와 오줌싸개

ADLs 중


                         “똥쟁이와 오줌싸개”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 초등학생 시절의 기억들이 존재한다. 나는 초등학생 3학년 때까지도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했는데, 그래서 수업 중 바지에 똥을 쌌고 모든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갈 때까지 나는 똥과 함께 하루를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반 친구들이 놀리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똥 냄새가 분명히 났을 것 같은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똥을 가지고 집으로 갔다.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울면서 얘기했다.

“엄마 나 똥 쌌어”   

엄마는 엉거주춤 들어오는 내 자세를 본 순간 바로 캐치했고 소리 질렀다.

“대체 넌 왜 그러니? 왜 그 모양이야?”

정말 많이 맞았고 혼이 났는데 그게 해결책이 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나는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이불에 자주 지도를 그렸고 종종 똥을 데리고 들어왔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확실히 심리적인 어려움과 감각적인 어려움이 공존했던 것 같다. 엄마를 속상하게 했다는 생각에 죄책감과 좌절감을 느꼈고 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가 나를 자주 휘감았다. 나는 내 어릴 적 경험을 통해 대소변을 가리고 뒤처리를 혼자 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면, 한글을 떼고 영어공부를 하는 것만큼이나 자조기술을 훈련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내가 맡고 있는 학령기 아동 중 한 명은 아직 대변 뒤처리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가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머님께서 아이 스스로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렇게 너무 안 시켜도 문제지만 사실 너무 빨리 시켜도 어려움이 생긴다. 그럼 배변 훈련은 언제 시켜야 할까? 대소변 훈련은 아이의 생활연령이 아닌 발달 수준을 고려해야 해서 결정해야 한다. <발달장애아를 위한 배변훈련 가이드> 책의 내용 중 너무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는 배변훈련을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선행기술 5가지를 제시한다. 1. 변기에 적어도 3분 동안 혼자서 앉아 있을 수 있는 능력 2. 아이가 소변보는 주기가 최소 1시간 이상이 될 수 있는 방광조절 능력 3. 스스로 옷 입고 바지 내리기 등 자조기술 습득 4. 공격과 떼쓰기, 자해 등 문제행동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줄이기 5. 특정 행동 후 보상의 개념이 온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아이의 인지 수준도 중요하게 보지만 방광을 조절하는 능력도 중요하게 본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즉, 내장기관도 결국 감각인데 감각 조절 능력도 배변훈련 시 아주 중요하다. 아이의 인지 수준, 감각 조절 능력이 갖춰졌을 때 훈련을 시작한다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내가 맡은 아이들을 봤을 때, 대소변을 가리게 되면 자신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고 해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게 되고 그것이 아이의 자존감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    


느린 아이들도 배울 건 배워야 합니다.

ADL(일상생활 활동: 배변훈련, 밥 먹기, 양말 신기 등) 연습은 동작을 인지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많은 연습이 필요한데 치료실에서 연습하는 것만으로는 사실 연습 양이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학교, 집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일반화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부모님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작가의 이전글 강아지 돌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