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라떼는 2019년 크리스마스 무렵에 우리에게 오게 되었다. 우리 부부와 동거 동락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는 게 놀랄 따름이다. 지금도 우여곡절이 많지만 그때 왔을 때 비하면 라떼가 많이 성장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오늘도 목욕 후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화장실 뒷정리 후 거실에 갔더니 매트에 쉬 실수를 했다. 라떼!!!!!!!
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지만 오늘도 무사히 잘 참았다. 지금부터 라떼의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해보려 한다.
입마개를 하고 개 집과 함께 버려진 아이. 1년가량 보호소 생활을 보낸 아이.
이 아이가 바로 우리 집 마스코트 라떼다.
나는 라떼의 슬프고 복잡한 이 서사에 눈길이 계속 갔다. 그런데 오빠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지 않았고 나는 이상하게 이 강아지에게 동질감이 느껴져서 꼭 데려와야겠다고 결심했다. 나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이 존재가 너무 안쓰러웠다.
결국 오빠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의 강력 추진 하에 라떼를 데려오게 되었다. 나는 오빠를 너무 잘 알기에 한동안은 슬퍼하겠지만 머지않아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생각보다 그 기간은 길었고 2019년 우리 집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차갑다 못해 따가웠다.
오빠 눈치 살피랴 우리 집에 온 새 생명을 챙기랴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라떼를 데려오기 전 강형욱 훈련사님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강아지 훈련 영상을 정말 많이 봤지만 강아지를 키우는 게 처음이다 보니 한동안 참 많이 헤맸다. 오빠와 충분한 상의를 통해 우리 집만의 규칙을 만들었고 라떼가 그 규칙을 익힐 수 있도록 일관성 있게 라떼를 대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은 거실과 부엌에서만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했고 소파 및 의자에는 올라오지 못하도록 했다. 간식도 훈련 이외에는 주지 않기로 했고 당연히 사람음식도 주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치킨을 먹을 때 낑낑거리며 하울링 할 때는 마음이 아팠지만 적절한 한계 설정이 우리뿐 아니라 나중에는 라떼도 편할 거라며 서로를 다독였다. 그 대신 비나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와도 우비를 입고 꼭 1일 1 산책은 시켜주었다. 그게 우리가 라떼에게 해줄 수 있는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라떼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것은 뭐니뭐니에도 털 문제다. 이중 모라 그런지 털이 굉장히 많이 날리는데 청소를 해도 5분도 채 가지 못한다. 털 뭉치들이 데굴데굴 굴러다닌다. 적당히 마음을 내려놓게 되었고 집 안에서는 예쁜 옷을 입는 것을 포기하고 강아지와 활동하기 편한 운동복만 입는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강아지를 키우는 것은 아이를 치료하는 것만큼 어렵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힘들지만 또 다른 행복이 존재한다. 예전의 나는 바깥에서 강아지를 만나도 거기에 시선을 두지 않았고 어떠한 감흥도 느끼지 못했다. 라떼를 입양하고 나서 내 일상은 크게 달라졌다. 가족을 잃어버린 강아지를 발견했을 때 집을 찾아주겠다고 새벽에 동물병원을 방문하기도 하고, 강아지를 안고 운전하는 사람을 볼 때면 사진을 찍어서 신고를 했다. 또 보호소에서 여전히 생활하는 라떼 친구들이 가여워 정기후원도 시작했다.
강아지와 내 관계에서 일어나는 작업들로 일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이 많이 바뀌었고 내 삶은 더 풍요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