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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Nov 20. 2023

뚱뚱하면 옷을 더 사게 된다고요

사이즈가 매번 달라져


  트위터에서였나, 환경을 위한 가장 좋은 실천 방법은 친환경 원단으로 된 옷을 새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옷을 오래 입는 것이라는 말을 봤다. 지극히 맞는 내용이지만, 그 글을 읽으며 나는 절규하고 말았다. 


'저도 그러고 싶긴 한데요.. 옷을 오래 입을 수가 없다고요~~~!!!' 


  첫 번째로, 뚱뚱하면 우리나라에서 고퀄리티의 옷을 사서 오래 입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나도 백화점 브랜드에서, 또는 명품 브랜드에서 파는 고가의 코트 같은 거 한 벌 사서 50년 입는 그런 것 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런 브랜드에 내 사이즈는 (단언하건대) 없다. 결국 내가 찾는 곳은 늘 그렇듯 빅사이즈 전문 쇼핑몰. 이런 쇼핑몰에서 파는 옷의 퀄리티는 일반적으로... 참 그러하다. 가격은 여타 쇼핑몰에 비해 꽤나 비싼 편이지만 그만큼의 퀄리티를 절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눈물을 머금고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거. 왜냐? 내 사이즈의 옷은 찾으면 사야 하는 수준이니까. 퀄리티가 낮은 빅사이즈 옷을 사면 오래 입을 수가 없다. 두 계절만 지나도 올이 풀리고 보풀이 난다. 그러니 새 옷을 또 사게 된다.


  두 번째로, 몸의 사이즈가 워낙 버라이어티하게 변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특성상 봄에 입었던 옷은 다음 해 봄이 되어야 입을 수 있는데, 1년 동안 몸무게가 그대로였던 적이 없다. 두 가지로 나뉜다. 미친 듯이 다이어트해서 몇 킬로 뺐거나, 아니면 미친 듯이 스트레스받아서 몇 킬로 쪘거나. 몇 킬로 쪘을 경우에는 예상 가능하다시피, 옷이 안 맞아서 울면서 새로 산다. 고작 몇 킬로 쪘을 뿐인데 가슴 부분이 답답하고 치마 지퍼가 안 잠기고 코트에 팔이 안 들어간다. 언젠가 살을 빼서 이 옷을 다시 입으리 하는 마음으로 기존에 입던 옷은 버리지도 못하고 한 사이즈 큰 옷을 다시 산다(실제로 똑같은 옷을 사이즈만 한 사이즈 올려서 또 산 적도 있음). 


  반대로 다이어트를 통해 몇 킬로 뺐을 때는 그냥 좀 큰 옷을 입으면 되지 않겠냐고? 사람 마음이 그렇게 안 된다. 피나는 노력으로 몇 킬로 뺀 순간, 그때의 나는 예전의 나와 다른 내가 된다. 날씬하고 자신감 있는 녀성! 다시는 살쪘을 때의 나로 돌아가지 않을 테야. 그런 굳은 마음가짐으로 현재(살 빠진) 사이즈에 딱 맞는 옷들을 마구 사댄다. 살 빠졌을 때의 핏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나중에 찌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보다 다시는 찌지 않을 거라는 다짐이 더 크다는 게 문제다. 물론 이 다짐은 100에 99는 지켜지지 않고, 다음 해 같은 계절이 되면 n킬로그램 더 찐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며(...) 또 새 옷을 사게 된다. (이하 무한반복)



사진: UnsplashSiora Photography



  애초에 이 몸무게쯤 되면, 옷을 사는 것은 즐거운 쇼핑 행위라기보다는 살기 위한 생필품 사기에 가까워진다. '내 마음에 드는 예쁜 블라우스를 사야지' 하고 쇼핑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내 몸에 맞는 사이즈에 몸이 거대해 보이지 않는 핏의 블라우스면 뭐든 사야지'의 마인드로 물건을 검토하는 것이다. 그러니 매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 옷을 산다고 한들 행복할 리 없다. 옷을 남들보다 더 살지언정 몸에 맞는 옷은 제한적이니 그다지 패셔니스타가 될 수도 없다. 


  최근에도 겨울을 맞이하여 니트 한바탕 구매 대소동을 벌였다. 빅사이즈 쇼핑몰에 들어가서 내 몸에 맞는 사이즈의 니트들을 우르르 구매했다. 이렇게 또 친환경적 생활에서 한 발자국 멀어졌다. 하지만 부디 용서해 주길 바란다. 나라고 이렇게 몸무게가 자주 바뀌고 싶어서 이러고 사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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