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편안한 제이드 Nov 20. 2023

뚱뚱하면 옷을 더 사게 된다고요

사이즈가 매번 달라져


  트위터에서였나, 환경을 위한 가장 좋은 실천 방법은 친환경 원단으로 된 옷을 새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지고 있는 옷을 오래 입는 것이라는 말을 봤다. 지극히 맞는 내용이지만, 그 글을 읽으며 나는 절규하고 말았다. 


'저도 그러고 싶긴 한데요.. 옷을 오래 입을 수가 없다고요~~~!!!' 


  첫 번째로, 뚱뚱하면 우리나라에서 고퀄리티의 옷을 사서 오래 입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나도 백화점 브랜드에서, 또는 명품 브랜드에서 파는 고가의 코트 같은 거 한 벌 사서 50년 입는 그런 것 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런 브랜드에 내 사이즈는 (단언하건대) 없다. 결국 내가 찾는 곳은 늘 그렇듯 빅사이즈 전문 쇼핑몰. 이런 쇼핑몰에서 파는 옷의 퀄리티는 일반적으로... 참 그러하다. 가격은 여타 쇼핑몰에 비해 꽤나 비싼 편이지만 그만큼의 퀄리티를 절대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눈물을 머금고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거. 왜냐? 내 사이즈의 옷은 찾으면 사야 하는 수준이니까. 퀄리티가 낮은 빅사이즈 옷을 사면 오래 입을 수가 없다. 두 계절만 지나도 올이 풀리고 보풀이 난다. 그러니 새 옷을 또 사게 된다.


  두 번째로, 몸의 사이즈가 워낙 버라이어티하게 변한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특성상 봄에 입었던 옷은 다음 해 봄이 되어야 입을 수 있는데, 1년 동안 몸무게가 그대로였던 적이 없다. 두 가지로 나뉜다. 미친 듯이 다이어트해서 몇 킬로 뺐거나, 아니면 미친 듯이 스트레스받아서 몇 킬로 쪘거나. 몇 킬로 쪘을 경우에는 예상 가능하다시피, 옷이 안 맞아서 울면서 새로 산다. 고작 몇 킬로 쪘을 뿐인데 가슴 부분이 답답하고 치마 지퍼가 안 잠기고 코트에 팔이 안 들어간다. 언젠가 살을 빼서 이 옷을 다시 입으리 하는 마음으로 기존에 입던 옷은 버리지도 못하고 한 사이즈 큰 옷을 다시 산다(실제로 똑같은 옷을 사이즈만 한 사이즈 올려서 또 산 적도 있음). 


  반대로 다이어트를 통해 몇 킬로 뺐을 때는 그냥 좀 큰 옷을 입으면 되지 않겠냐고? 사람 마음이 그렇게 안 된다. 피나는 노력으로 몇 킬로 뺀 순간, 그때의 나는 예전의 나와 다른 내가 된다. 날씬하고 자신감 있는 녀성! 다시는 살쪘을 때의 나로 돌아가지 않을 테야. 그런 굳은 마음가짐으로 현재(살 빠진) 사이즈에 딱 맞는 옷들을 마구 사댄다. 살 빠졌을 때의 핏을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나중에 찌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보다 다시는 찌지 않을 거라는 다짐이 더 크다는 게 문제다. 물론 이 다짐은 100에 99는 지켜지지 않고, 다음 해 같은 계절이 되면 n킬로그램 더 찐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느끼며(...) 또 새 옷을 사게 된다. (이하 무한반복)



사진: UnsplashSiora Photography



  애초에 이 몸무게쯤 되면, 옷을 사는 것은 즐거운 쇼핑 행위라기보다는 살기 위한 생필품 사기에 가까워진다. '내 마음에 드는 예쁜 블라우스를 사야지' 하고 쇼핑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내 몸에 맞는 사이즈에 몸이 거대해 보이지 않는 핏의 블라우스면 뭐든 사야지'의 마인드로 물건을 검토하는 것이다. 그러니 매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 옷을 산다고 한들 행복할 리 없다. 옷을 남들보다 더 살지언정 몸에 맞는 옷은 제한적이니 그다지 패셔니스타가 될 수도 없다. 


  최근에도 겨울을 맞이하여 니트 한바탕 구매 대소동을 벌였다. 빅사이즈 쇼핑몰에 들어가서 내 몸에 맞는 사이즈의 니트들을 우르르 구매했다. 이렇게 또 친환경적 생활에서 한 발자국 멀어졌다. 하지만 부디 용서해 주길 바란다. 나라고 이렇게 몸무게가 자주 바뀌고 싶어서 이러고 사는 것은 아니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TV에 나오는 뚱뚱한 사람은 멍청하거나 웃겨야 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