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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Nov 02. 2023

TV에 나오는 뚱뚱한 사람은 멍청하거나 웃겨야 한다

과연 정말 그런가?


  최근 일상이 심심해서 이 드라마 저 드라마를 좀 챙겨보고 있다. 초반 1~2회를 보다 재밌으면 쭉 이어서 보고 아니면 그만두고 하는 식이다. 그렇게 모 드라마를 시작했다, 1회만에 특정 장면이 마음에 걸려서 보는 것을 중단하고 말았다. 내가 보면서 고통스러웠던 장면은 아래와 같다. 


※ 참고로 이 드라마는 코미디액션 장르이고, ㅇㅇ이가 주인공이다. 그러니까 이 대화에서 나오는 '아들'은 주인공의 동생인 셈이다. 잃어버린 딸 ㅇㅇ이를 되찾기 위한 가족 회의에서 주고받는 대화라는 점을 알려둔다.


아버지 : 애가 탄수화물 중독인 건 알았어?

(뚱뚱한 아들에 카메라가 한번 가고)

처남 : 매형 모르는 게 이상하죠. 

아버지 : 얘가 왜 이렇게 돼지인지 사람인지 분간 안 되게 먹기만 하는데? 다 엄마 사랑이 부족해서야.

            애정결핍이라고. 뚱뚱해서라도 주목받고 싶은 관종이 된 거야!

아들 : 아빠, 사람 앞에 두고 너무한 거 아니에요? 

어머니 : ㅇㅇ이(첫째)가 없는데 내가 제정신으로 살았겠어?

아버지 : 그렇다고 애한테 자꾸 밥만 먹이니까 이렇게 된 거잖아!

어머니 : 다 엄마 잘못이야

외할머니 : 미안하다 내가 너무 먹였다.

아들 : 얘기 포인트가 왜 저한테 가는지 모르겠어요. 부담스러워요.

외할머니 : 그만해! 돌이킬 수 없어!




   위 장면은 가족회의 장면 중 지극히 일부이며, 전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었다. 이 장면이 들어간 이유가 있다면 그건 오직 '웃기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를 보기를 중단했다. 뚱뚱한 사람에 대한 미디어 속 묘사는 늘 이런 식이다. 둔하고, 때로는 멍청하고, 때로는 눈치 없는. 그런 캐릭터로만 소비된다. 아니면 좀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거나 먹는 것에 과하게 집착해서 모두에게 웃음을 주거나. 물론 뚱뚱한 사람 중에 실제로 그런 성격의? 성향의?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뚱뚱함'이라는 외적인 요소를 특정 부정적 성격과 한 세트로 납작하게 만들어서 반복 전시한다는 것이다.


사진: UnsplashTowfiqu barbhuiya



  뚱뚱하면서도 다양한 성격을 가진 캐릭터들을 보고 싶다. 뚱뚱하고 똑똑한 주인공 친구, 뚱뚱하고 서늘한 성격의 악역(탐욕스러운 이미지의 전형적 뚱뚱한 악역은 사양한다), 뚱뚱하고 귀여운 조연, 궁극적으로는 뚱뚱하지만 당당하고 멋진 주인공까지. (여기에서 뚱뚱함이란 일시적으로 드라마 초반에만 뚱뚱했다가 살을 싹 빼고 나오기 위한 장치로 쓰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일반적 특징 중 하나로만 나와야 한다. 아무렇지 않게) TV에서 좀더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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