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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안한 제이드 Feb 15. 2023

살이 찌는 병인데 살을 빼야 나아진다니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빼 봐야지요


  나의 이 말하기도 싫은 병(?)은 대학생 때 시작되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원활히 잘하던 월경이 멈춘 것이 첫 신호였다. 월경을 안 하는 것이 몇 달 이상 이어지자 이상하다 싶어 산부인과를 찾았고 그곳에서 나는 내 몸의 문제를 찾기 위해 몇 시간에 걸쳐 물을 배가 빵빵해질 때까지 마시고 난소 초음파를 받았다(난소 초음파는 일반적인 상황에서 하면 잘 보이지 않아서 물을 많이 마시고 받거나 질/항문 초음파를 받아야 한다). 유난히 무서웠던 몇 시간을 보내고 나서, 나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라는 난생처음 듣는 병명을 듣게 되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주요 징후/증상은 1) 만성 무배란, 2) 임상적 고안드로겐혈증 증상(다모증, 여드름으로 발현), 3) 비만 의 세 가지이다(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인용). 그렇다. 정말 놀랍게도(?) 이 증후군은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월경을 멈추게 하고, 여성인데도 몸 곳곳에 털이 나게 하며, 여드름으로 고생하게 하고, 가장 중요하게는 살이 찌게 한다. 살이 찌는 것이 주요 증상이라고 책에도 나와 있는 것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급격히 살이 쪄서 대학생 때 과체중을 넘어선 나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역시 '비만' 증상이었다.


사진: UnsplashDiana Polekhina



  그렇다면, 이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로 나오는(아마도 가장 중요할) 것이 이것이다. 1) 체중 감량. 정말이다. 살이 찌는 것이 그 증상인 이 병을 낫게 하는 가장 주요한 방법은 '정상 체중으로의 복귀를 위한 생활 패턴의 개선(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인용)'이다! 생전 처음 듣는 병의 이름에 충격받은 나는 산부인과에서 '살을 10kg 이상 빼든지, 호르몬약을 평생 먹든지 해야 합니다'라는 말을 듣고 2차 충격에 빠졌다. 일단은 살을 빼 보기로 하고 집으로 쓸쓸히 돌아오던 날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 이후부터 내 몸에 한정해서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학교에 다니고 회사에 가는 결코 쉽지만은 않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살로 다시 돌아왔고, 불어난 몸으로 몇 년에 한 번씩 산부인과에 가면 살이 왜 더 쪄 왔냐고 혼나고 지금이라도 살을 더 빼야 한다는 지극히 타당한 훈수를 듣고 돌아왔다. 뭔가를 먹을 때마다 '아 나는 살을 빼야 하는데...' 하는 일반적인 여성의 고민 + 병자로서의 압박감까지 추가된 죄책감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나는 착실히 살을 찌웠다. 사실 병으로 인해 몸의 호르몬이 불균형하니 같은 양을 먹어도 남들보다 더 쉽게 찌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면 또 산부인과에 가서 혼이 나고...의 무한 반복이었다. 결국 나중에는 산부인과 방문조차 기피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그리고 2023년이 되었다.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최고 몸무게를 찍었다. 몸에 대해서만큼은 반쯤 포기하고 살아가고 있었지만, 이대로는 정말 안 되겠다는 생각이 (또 한 번!) 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 브런치에 내 병명을 밝히고, '치료'라고 쓰고 '체중 감량'이라고 읽는 그 시도를 올해도 해보려 한다. '왜 이렇게 살이 쪘어?'라는 걱정 어린 부모님의 잔소리도 이제 그만 듣고 싶다. 그리고 살이 찐 채로 살아온 내 인생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도 정리해서 기록해 보려 한다. 이번 글쓰기 시도가 부디 좋은 결실(체중 감량)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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