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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책을 직접 팔아보기로 함

2024 퍼블리셔스테이블 참가 후기


  마감이 없었다면 끝내 인쇄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이다. 독립출판 워크숍을 이끄셨던 선생님이 같은 워크숍에 참여했던 수강생들에게 모여서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나가보지 않겠냐고 묻지 않으셨다면, 거기에 뭣도 모르고 덜컥 신청하지 않았다면, 완성했던 인디자인 파일과 표지 일러스트 파일은 그렇게 파일로만 남았을 것이다. 끝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인쇄를 미루던 나는 결국 <퍼블리셔스 테이블>이 열리기 이틀 전에 책들을 받아 보았다. 


  내 글을 책으로 만들어서 손에 받아보면 엄청난 감동이 몰려올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n백 권의 책이 현관 앞에 쌓여있는 것을 봤을 때는 감동받기보다는 덜컥 겁이 났다. '이.. 책을 어떻게 다 보관하지? 어떻게 다 팔지? 평생 옆에 끼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퍼블리셔스 테이블>에서 판매할 책을 적어도 30권씩은 들고 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도 전혀 믿음이 가지 않았다. '한 권도 안 팔릴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같은 부스에 참여한 분들과 나눠서 부스를 지키기로 했기 때문에, 나는 금토일 중 일요일에만 부스에 나가게 되었다. 자신감이 잔뜩 떨어진 채로 금요일 아침에 30권을 부스에 가져다 놓은 나는, 그 이후 판매수량이 적히는 엑셀 시트에 내 책이 팔렸다는 표시가 될 때에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 정말 팔린 것인가? 내 책이? 두근두근하며 일요일에 부스로 출근한 나는 그날 하루 동안 너무나 많은 행복을 느꼈다. 내가 느낀 행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먼저, 나를 만나고 내 책을 구매해 주기 위해 굳이 먼 길을 와주신 지인 분들에 대한 감사가 첫 번째 행복이었다. <퍼블리셔스 테이블>에 나가기 전에 딱 두 군데에서 홍보를 했다. 한 곳은 소설 쓰기 모임, 다른 한 곳은 넷플연가(기록 관련) 모임이었다. 두 모임 모두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독립출판 페어에도 관심을 가져주시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를 가지고 홍보하긴 했지만, 실제로 와주실 거라고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두 모임 모두에서 방문해 주신 분들이 있었고, 내가 부스를 지키고 있을 때를 일부러 맞춰서 선물까지 가지고 찾아와 주신 분들까지 있었다. 세상에.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귀중한 주말 시간을 나를 위해 할애한 걸로도 모자라 먹을 것까지 사와 주시고, 심지어 내 책도 사 주시다니. 그냥 약속해서 만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감사와 행복이었다. 누군가 나를 위한 행동을 해준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인 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정말 좋았다. 


  두 번째 행복은, 나를 전혀 모르는 분들이 내 책을 사주시는 데서 비롯되었다. 나는 솔직히 정말로(진심으로) 내 지인이 아니라면 내 책을 사주실 분은 없을 거라고(흑) 생각했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덕질하는 얘기에 관심을 가질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내 책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이 꽤 많았다!!!! 조금 웃기게 지은 제목('왜요? 제가 덕질하는 사람처럼 보이나요?')을 보고 피식 웃으며 멈춰서는 분들도 있었고, 친구를 불러와 제목을 가리키며 같이 키득키득하는 분도 있었다. 그런 한 분 한 분에 다 감사했다. 이전에 관람객의 입장에서만 페어에 갔을 때는 사지도 않을 거면서 샘플을 들춰보고 샘플에 대해 옆사람과 이야기하고 하는 건 판매자에게 실례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엄청나게 잘못된 생각이었다. 어떤 형태로든 내 창작물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힘이 났다. 특히 고심해서 지은 책 제목이 좋은 반응을 얻는 것 같아 굉장히 신나고 뿌듯했다.


  책에 반응을 보여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했지만, 물론 책을 사주신다면 더더더더더더더! 감사했다. 내가 부스를 지켰던 일요일 오픈 직후에 책을 사가신 손님이 한 분 계셨는데, 책을 보면서 막 웃으시더니 나중에는 친구를 데려와서 그분에게 홍보까지 해주셨다(그분도 책을 사셨다). 내가 직접 본 첫 손님이었는데, 책을 산다고 하셨을 때 거짓말 안 하고 뒤에 날개가 달린 천사처럼 보였다(실화입니다). 내 이런(?) 책을 좋아해 주시고 심지어 사 주시다니! 너무 신기하고 행복했다. 책과 책갈피(나름 홀로그램으로 제작해서 이것도 반응이 좋았음)를 드리며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세요'라고 말씀드렸는데, 이 말은 정말 이백 프로 진심이었다. 무려 돈을 내고(!) 내 책을 구매하신 분들이 조금이라도 내 책으로 인해 즐거움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벅찬 행복 속에 금토일 이어졌던 <퍼블리셔스 테이블>이 끝났고, 벌써 판 책에 대해 정산까지 받았지만 아직까지도 어안이 벙벙하다. 내가... 만든... 책을 누가 사주다니..? 이렇게 순수한 행복감을 맛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만에 정말 행복했다. <퍼블리셔스 테이블>이 개최되기 전날이었던 금요일에 참여했던 넷플연가 모임에서, '나를 표현하고 그것을 인정받는 경험'이 스스로에게 중요한 것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었다(비슷한 문장을 모임장님이 제시해 주셔서 그걸 보고 느꼈다). 결국 나는 책으로 나를 표현하고, 또 그 책을 누가 사줌으로써 인정해 주었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지난 주말 순수하게 행복했던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너무 소중한 경험을 하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그러니 이제 앞으로 내가 할 일도 점점 명확하게 보이는 듯하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스스로를 표현하고, 그걸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나가야지. 경험에서 얻은 깨달음이 너무나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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