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소감
각종 현생에서의 일들과 소설 쓰기로 지쳐 있던 10월의 나는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마감(10/27)을 앞두고, '그 주 주말에 빡세게 작업해서 응모해야지'라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다가온 그 주 주말, 감기에 또(!) 걸려 처절하게 후회하며 약기운을 빌려 겨우겨우 편집하고 제출했다. 이번엔 그 후기를 짧게 써 보려 한다.
이번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앞두고 내 결심은 사뭇 비장했다. 그간은 매거진으로 발행했던 글들이 10개 이상 쌓이면 동일한 제목의 브런치북으로 묶어 발행하고, 그만큼 글이 쌓이면 발행하고 해 왔다. 습관적으로 글이 모일 때마다 브런치북을 만들었던 것. 하지만 브런치북을 만들 때도 기획과 그에 맞는 목차 순서 배치 등등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기존에 만들었던 브런치북들을 삭제하고 새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판타스틱 공공기관 유니버스>는 의미 없이 두 개로 쪼개져 있었던 브런치북을 하나로 합쳤다. 브런치북이 뭔지도 정확히 몰랐던 시절 글이 10개 이상 모이니까 신기해서 만들어봤던 것들이어서 전부터 합치고 싶었던 것이었다. 다만 1, 2권 중 1권이 갓 만들었을 때 브런치 앱 메인을 장식했던 경력이 있어서 제법 많은 라이킷수와 구독 통계가 남아있었기에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마인드로 과감히 삭제하고(물론 삭제하기 전에 소중한 통계들은 캡처해 뒀다) 계획대로 1, 2권을 합쳐 새로운 버전의 <판타스틱 공공기관 유니버스>를 만들어냈다. 이참에 표지도 공공기관에 어울리는 것으로 만들어서 넣었다.
내가 브런치에서 제일 애정하는, 덕질 관련 글들을 모아두었던 브런치북 <지난한 인생을 구원해 주는 덕질>은 리뉴얼하며 제목을 바꿨다. 같은 내용으로 묶어서 독립출판한 책 <왜요? 제가 덕질하는 사람처럼 보이나요?>가 꽤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던 것을 생각해, 같은 제목으로 브런치북도 묶어낼 요량이었다. 그런데 글자수 제한에 걸려서 그대로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원래 제목에서 '왜요?'를 빼고 <제가 덕질하는 사람처럼 보이나요?>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다른 일상 에세이 브런치북에 들어있었던 글들도 몇 개 가져와 넣어 완성본으로 만들었으며, 표지도 디자인해 새로 넣었다. 표지 디자인은 포토샵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는데, 너무 마음에 쏙 들어서 독립출판할 때의 표지도 이걸로 바꿀까 진지하게 고민했다(결국 원안대로 가긴 했지만). 표지부터 내용까지 가장 애정하는 브런치북이 이렇게 완성되었다.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노리고(?) 리뉴얼하려고 마음먹었던 브런치북은 위의 두 개가 다였다. 하지만 <제가 덕질하는 사람처럼 보이나요?>를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일상 에세이 브런치북 두 개를 삭제하게 되어, 여러 글들이 소속을 잃고 떠돌게 되었다. 이것들을 묶어서 재배치해 만들어낸 브런치북이 <안 편안한 일상의 생각들>이다. 이 브런치북은 그냥 놔두기엔 아까운 글들을 모아둔 거라 나중에 또 리뉴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여하간 이렇게 새롭게 만들어낸 세 개의 브런치북에 연재 브런치북 하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두 개의 브런치북을 더해, 총 여섯 개의 브런치북을 이번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수없이 많은 브런치북 중에 단 10개(이번엔 심지어 에세이는 7개)의 브런치북에만 주어지는 영예. 늘 나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응모해 왔지만, 이번에는 어쩐지 안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렇다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 고 외치고 있는 내 안의 나를 토닥이며 그래도 덕분에 미루고 미뤄왔던 브런치북 리뉴얼을 해내지 않았느냐고 말해본다. 이번에 열심히 글 쓰고 응모까지 해낸 모든 작가님들께 박수를 보낸다.
덧. 소설 부문에 응모할지 말지를 끝까지 고민했다. 무시하기엔 세 군데 모두 너무 매력적인 출판사들이었다.. 저기서 내 책이 나온다면? 하고 늘 꿈꿔왔던 출판사니까. 하지만 나는 4만 자 이상의 중~장편 원고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단편 여러 개를 써서 내기엔 아직 완벽히 완성된 단편 여러 개가 없었으니(흑흑).. 눈물을 머금고 이번 기회는 놓아주자 생각했다. 물론 내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모든 소설 중 뭘 골라서 어떤 형태로 냈어도 뽑히지 않았을 거라는 걸 스스로도 너무 잘 알지만(그래서 슬프지만), 그래도 어쨌든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다음 프로젝트에도 소설 부문이 있다면 그때는 꼭 제출해보고 싶다. 일단 열심히 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