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한창 사람이 고플 때, 넷플연가나 트레바리 같은 모임 플랫폼에서 이것저것 신청해 들어 봤었다.(관련해서 브런치에 글도 썼었다.) 하지만 역시 마음의 준비를 안 한 채로 급작스럽게 시작해서였을까? 아니면 기대가 너무 커서였을까? 결국 한두 번 나가고 환불신청하거나 그나마 환불도 받지 못하고 참여하기를 중단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런 데 나가는 건 영 나랑 맞지 않는 것인가 보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렇게 몇 달이 흐르고, 여름이 지나갈 때쯤 넷플연가에서 새로운 모임을 하나 발견했다. '기록'을 통해 나의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내용의 모임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모임마다 보고 와야 하는 콘텐츠가 영상이 아니라 책이었다. '그렇다면, 책을 좋아하는 정적인(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지 않을까?' 작은 희망이 생겼고 기록이나 셀프브랜딩에도 관심이 많았기에 조심스럽게 신청해 보았다. 하지만 신청하면서도 여전히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있었다. 이번에도 한두 번 참여하고 그만두게 되면 어떻게 하지? 하는 마음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되더라도 너무 자책하지는 말자, 너무 기대하지 말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첫 모임에 나갔다.
첫 모임부터 짜잔 하고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사람과 어색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은 역시나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했다. 다만 그룹별로 나누어서 세션을 진행했기 때문에 내 이야기를 할 기회가 많은 것이 좋았고, 모임에 참여한 다른 분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분위기여서 마음이 편안했다. 모임을 이끌어가는 모임장님이 하이텐션이라기보다는 차분하신 편인 것도 불안했던 나를 안정시켜 주는 요소 중 하나였다.
매 모임마다 여러 미션이 있었고, 그 미션에 대한 내 생각들을 써 내려간 다음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발표하는 것이 주를 이루는 모임이었다. 모임을 통해 나는 내가 글을 쓰고 싶고, 그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란다는 점을 깨달았다.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것은 그간 내가 애써 부정해 오던 요소였는데, 이번 모임을 통해 인정할 수 있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었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하는 모습은 왠지 자존감 없어 보이고 의존적인 사람처럼 보여서 싫다는 내 안의 편견 아닌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 모임을 통해 내 중심을 잃지만 않는다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받고 싶어하는 것 또한 자연히 추구할 수 있는 욕망 중 하나임을 깨달았다.
네 번의 모임을 빠짐없이 모두 참석하고 번개도 한 번 나가면서, 모임에 참여하는 열 명 이상의 멤버들의 이름까지 모두 외우고 사람들의 성향이나 원하는 바를 매칭할 수 있을 때쯤 모임이 끝나 그 점이 가장 아쉽다. 역시 나 같은 사람에게는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네 번의 모임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 사람들과 평소 어디서도 나누지 못할 만한 주제의 대화들(숨겨온 나의 꿈, 10년 뒤 되고 싶은 내 모습 등)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꽤나 값진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또 비슷한 모임이 열린다면 이제 망설임 없이 신청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즐거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