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계속될 것이지만요
하도 새로운 일을 시도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답답해서, 그런 모습을 극복해보고자 시작한 연재였다. 매주 어거지로라도 그간 안 해봤던 일들을 해 보고 그에 따른 소회를 글로 풀어냈다. 그렇게 총 25개의 글이 모였다. 새로운 일을 스물다섯 가지나 해보다니, 스스로 매우 뿌듯하고 대견하다(물론 그중엔 일부 함정이 숨어있긴 하다). 그리고 이제 그 연재를 종료해보려 한다.
연재를 멈추는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았다. 처음 브런치북을 만들 때는 무조건 30화를 꽉 채울 생각이었다(브런치 정책상 30화까지만 쓸 수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번주 연재 소재를 생각하다 더이상 새로운 소재가 생각나지 않음을 깨닫고 나자, 굳이 한 회차를 쉬어가기까지 하며 연재를 계속할 필요는 없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어쩌면 시작한 연재를 잘 마무리하는 것도 하나의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었다.
연재하는 도중 고비도 참 많았다. 특히 중간에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했던 몇 달이 끼어있어서 더욱 그랬다. 퇴사를 한창 생각하던 때에는 이 연재의 마무리 글을 '회사를 그만둬 봄'으로 하려고 마음까지 먹었었다(흐흐). 그만큼 절박하게 그만두고 싶었다. 어찌저찌 수습되어 지금은 다시 성실히(?)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여하간 그만큼 부침이 심한 나날들에 썼던 글들이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
'연재'라는 방식 때문에 다른 브런치북보다 이 브런치북에 일종의 애착 같은 것이 느껴진다. 매주 수요일만 되면 글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에 두근거렸던 심장, 한 주를 보내다 뭔가 새로운 일을 해내면 '아싸 이번주 소재 획득했다!' 하며 좋아하던 기억, 부득이하게 연재를 한 주 건너뛸 때면 느꼈던 아련한 죄책감들까지, 이제 당분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잊고 묻어둘 추억이 되었다.
연재하며 시도했던 일 중에서 가장 신나는 일은 역시나 책을 직접 만들고 팔아본 경험이었다. 정말 근사한 일이었고, 그 근사한 일을 꽤 괜찮은 결과로 이끌어냈다는 것이 더욱 좋았다. 이 브런치북을 연재하고 있었기에 당시의 세세한 감동과 기쁨을 글로 남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무슨 글을 써야 할지, 앞으로는 어떤 시리즈를 기획해야 할지 다음에 대한 플랜은 전혀 없다. 당분간은 짧은 글들을 쓰며 휴식을 취하면서 새로운 기획을 고민해볼 예정이다. 매주 수요일에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에서 잠시 벗어나 쓰고 싶을 땐 쓰고, 안 쓰고 싶을 땐 안 쓰며 살아볼 요량이다. 집에 수백 권의 팔아야 할 책이 쌓여 있으니 일단 독립서점마다 입고문의 메일을 보내야 하겠고, 당장 이번주부터 시작될 소설 수업도 성실히 들어야 하고... 할 일은 여전히 많고 새로운 도전도 여전히 계속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브런치북을 연재하며 스물 다섯 가지의 글을 쓰는 동안 새로운 도전에 대한 거부감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제 낯선 곳에 가고,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별로 두렵지 않다. 나에게 있어서는 큰 성장이다. 그것만으로도 이 브런치북의 의미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