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쩌다 공기업을 퇴사하고 글을 쓰게 되었는가

콘텐츠 독립클럽 1주차 글

단단님의 콘텐츠 독립클럽 1주차 글감(일하면서 겪은 사건 중에서 인생의 변곡점이 된 중요한 장면 3개)에 대한 글입니다.



1. 회사가 너무 재미없어서 그걸 이야기하고자 브런치 시작


10년 넘게 다닌 회사에서 하는 일들이 너무 지루했다.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만 무한대로 하며 지내다, 갑자기 브런치가 떠올랐다. 글 쓰는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브런치 많이 한다던데? 나도 한 번 해볼까? 브런치를 통해 뭔가를 꼭 이뤄보겠다고 결의에 차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이 회사의 답답한 점을 나도 글로 써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공기업에 다니면서 느꼈던 것들을 정리한 글 몇 개를 모아서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했고, 합격한 후에는 열흘에 한 번 꼴로 글을 올렸다. 누가 시켜서 했으면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 글 쓰는 게 재미있었고, 몇몇 글이 브런치 메인에 올라 좋은 반응을 얻자 신이 나기도 했다. 그렇게 글쓰기를 향한 내 길이 시작되었다.



2. 덕질에 푹 빠져 브런치 연재 시작


브런치에서 공기업 관련 글만 쓰던 와중,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새로운 덕질이 시작되었다. 한 드라마와 그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들의 덕질이었는데,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새로운 떡밥이 올라올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내 배우들 너무 사랑스럽고 내 드라마가 전 세계에서 제일 잘 만든 드라마 같고... 여하간 그렇게 푹 빠져서 덕질하다 보니 자꾸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팬과 연예인의 관계는 뭘까?', '어째서 내 배우만 생각하면 이렇게 마음이 아플까?' 같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글로 옮겨보고 싶어졌다. 그렇게 나는 브런치에서 [제가 덕질하는 사람처럼 보이나요?] 브런치북을 연재하게 되었다. 누가 봐주길 바라서 쓴 것이라기보다는 내가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쓰기 시작한 것에 더 가까웠다.


3.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


덕질 관련 글들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에 선정되어(!) 『사랑할수록 나의 세계는 커져간다』라는 책으로 출판되었다. 브런치와 출판사에서 힘써주신 덕분에 신인 작가로서는 굉장히 과분한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사실 그렇다고 해서 내 인생이 바뀔 정도의 엄청난 금액을 벌었냐 하면 그것은 아니었다(애초에 책으로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첫 책의 출간을 통해 나는 경험해버리고 만 것이었다.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고, 좋아해 주는 것의 기쁨을 말이다. 글을 쓰는 행위가 너무나 즐겁고, 글에 대한 긍정적 반응을 보는 것은 더욱 즐거웠다. 이 즐거움을 내 인생의 중심으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회사에 다니면서 취미로(또는 사이드잡으로) 글을 쓸 수도 있을 것이었다. 이성적으로는 그게 옳은 판단인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은 회사라는 안정적 장치를 놓아주고 모험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그만큼 글쓰기를 사랑하고 더 하고 싶으니까. 이제 나는 글쓰기를 내 업으로 삼은 채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