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적인 기업문화를 가진 대부분의 회사가 그렇듯이 교도소나 구치소의 직장 내 분위기는 매우 딱딱하다. 수용자가 보는 앞에서 직원들끼리 격 없이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실실 웃으며 근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엄연히 이곳은 형벌을 집행하는 곳이고 그렇기에 가볍거나 만만한 분위기로 조성되어서는 안 된다. 그런 분위기가 만연하다면 교도소 내 질서와 규칙은 우스운 것이 되어버린다.
보안과 출입문 바깥은 수용자가 없고 직원들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딱딱한 분위기는 그대로다. 직원들끼리의 거수경례문화가 아직 존재하고 말투도 뭔가 다나까를 써야 할 것 같은 경직된 문화가 있다. 이런 문화 때문인지 직장 내에서 직원들 간의 대화도 웃음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환경 때문에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문화인 것 같다.
이 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야간근무를 들어가기 전에 교육사항을 듣기 위하여 같은 부 직원들이 한데 집합했다. 직원들은 스무 명이 넘지만 말 한마디 하는 사람 없이 조용했다. 야간에 문제 수용자들이 바글거리는 수용동에 투입되는 그 기분은 전쟁터에 끌려가는 병사의 마음과도 같다. 뭔지 모를 긴장감과 적막감, 우울함이 감돌고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교도소 내의 어두침침한 환경은 그 기분을 한층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이윽고 당직계장님의 교육시간이다. 당직계장님께서는 평소 실없는 농담을 자주 하셨다. 그 적막하고 우울한 분위기에 농담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역시나 그날도 웃는 사람 하나 없었다. 한두 명이 쓴웃음을 지어 보이지만 금세 무표정으로 바뀐다. 나 또한 그 실없는 농담을 싫어하는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런 농담을 하셔서 분위기가 더 굳어버리는 것 같고 그냥 할 말만 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나도 이제 어느덧 근무한 지 꽤 시간이 흐르고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직원 간의 따뜻한 말 한마디나 실없는 농담조차도 직원들 사이에 윤활제가 된다는 것을. 우리 교도관은 단독으로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직원들 간에 서로가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내가 자신 있게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을.
몇 년이 지났지만 실없는 농담을 하시던 그 계장님의 유치한 개그가 가끔씩 그립기도 하다. 그때는 그렇게 듣기 싫었지만 직원들의 입가에 옅은 미소라도 띄우려고 하시던 계장님의 노력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런 실없는 말 한마디로 내 우울하고 경직된 마음도 조금씩 풀렸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