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애벌레가 있었다.
그 애벌레는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었다.
애벌레가 길을 가는데 다른 애벌레들이 다들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애벌레가 말했다.
" 다들 어디를 가는 거야?"
" 나도 몰라. 단지 다른 애벌레들을 따라갈 뿐이야."
다른 애벌레가 대답해 줬다. 애벌레는 다른 애벌레를 따라가 보았다. 점점 더 애벌레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애벌레는 발견했다. 거대한 애벌레 기둥을. 그 기둥은 애벌레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애벌레 기둥에는 먹이를 공급해 주는 시스템이 있어, 애벌레들은 정기적으로 먹이를 먹을 수 있었다.
기둥에 있는 수많은 애벌레들이 다른 애벌레를 밟고 점점 더 위로, 위로 가고 있었다. 아까 이야기를 나눴던 애벌레가 그 기둥으로 합류했다. 애벌레도 그 기둥으로 합류했다. 애벌레들은 서로서로를 밟고 위로, 더 위로 올라가려 했다.
애벌레는 다른 애벌레들처럼 위로, 더 위로 올라가기 위해 발버둥 쳤다.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었다. 기둥을 올라가는 도중에 만난 애벌레들 중에는 가시 돋친 몸을 가진 애벌레도 많았다. 그들은 서로서로를 찌르고 있었다. 애벌레 중에는 포근한 털을 가진 애벌레도 있었다. 그런 애벌레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대다수의 애벌레들은 가시가 돋쳐 있었다. 가시 돋친 애벌레와 몸을 부딪힐 때마다 애벌레는 몸이 움츠러들었다.
너무 아팠다. 하지만 애벌레 기둥을 올라가려면 어쩔 수 없었다. 애벌레의 몸에서는 피가 나기 시작했고, 점점 지쳐갔다. 아무리 노력해도 기둥의 끝이 어디인지 알지 못했다.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놀란 애벌레들이 잠시 기둥을 올라가는 것을 멈췄다.
"이게 무슨 소리지?"
"에구 어떡해. 어떤 애벌레가 기둥 아래로 떨어졌나 봐. 가끔 그런 경우가 있어."
애벌레는 자신보다 기둥 윗부분에 있는 한 애벌레가 기둥 아래로 떨어진 것을 보았다. 그 애벌레는 아마 죽었겠지.
잠시 멈추었던 애벌레 기둥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했다. 다른 애벌레들이 곧 다시 기둥을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애벌레는 점점 지쳐갔다. 하지만 이미 오르기 시작한 애벌레 기둥이라 가만히 있으면 점점 아래로 밀려난다. 자기 자리를 유지하는데도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은 한계다. 애벌레는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는 것도 힘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애벌레는 보았다. 화려한 나비를.
나비가 기둥 밖에서 날아다니며 애벌레를 보고 웃고 있었다. 그 존재는 애벌레 기둥 아래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녔다. 애벌레는 에너지를 겨우 짜내 나비를 불렀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저는 나비라고 해요. 당신도 저처럼 될 수 있어요"
애벌레는 나비가 부러웠다.
"당신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당신은 몸이 통통하군요. 그럼 저처럼 나비가 될 수 있어요. 일단 애벌레 기둥을 나오세요. 그리고 저를 따라오세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애벌레는 가만히 힘을 빼고 있었다. 가시 돋친 애벌레들만 피했다. 가만히 있어도 애벌레 기둥에는 위로, 위로 가려는 애벌레들 때문에 애벌레는 자동으로 밀려 나오게 되었다. 애벌레는 나비를 따라갔다.
나비는 한 나무를 가리켰다.
"여기서 고치를 만드세요.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고 나면 당신도 나비가 될 수 있어요."
애벌레는 나무 위로 올라갔다. 애벌레는 나비가 알려준 대로 고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애벌레는 에너지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지만, 있는 힘을 다 짜내어 고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치를 만드는 데는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들었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드디어 애벌레는 고치를 뚫고 나비가 되었다!
나비가 된 애벌레는 믿을 수 없었다. 내가 이렇게 아름답게 변하다니. 그리고 어디든 훨훨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게 되었다. 자유롭게 날면서 어디서든지 먹이도 구할 수 있었다. 나비는 훨훨 자유롭게 날아가다가 한 애벌레 기둥을 발견했다. 애벌레였을 때, 그 애벌레 기둥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했었기 때문에 나비는 애벌레 기둥을 타고 위로 날아갔다. 애벌레 기둥의 끝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런데.. 애벌레 기둥의 가장 상단에는.. 또 다른 수많은 애벌레 기둥이 있었다. 애벌레 기둥의 끝은 없었다. 간간이 상단에서 추락하는 애벌레만 있을 뿐..
나비는 애벌레 기둥에서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애벌레 기둥의 아래로 내려가 다른 곳으로 가려는데, 기둥 안에 있는 애벌레 중에 한 애벌레가 나비를 불렀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그 애벌레는 예전에 자신이 나비를 보았을 때의 눈처럼, 지친 몸이지만 동경의 눈으로 화려한 나비를 바라보았다.
"저는 나비라고 합니다"
"당신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저를 따라오세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하지만, 저는 애벌레 기둥을 여기까지 오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이 애벌레 기둥을 나갈 수 없어요"
".. 그러면 저처럼 될 수는 없어요"
나비의 말을 듣고 그 애벌레는 망설이는 듯했다. 하지만 곧 애벌레는 선택했다.
"저는 애벌레 기둥을 끝까지 오르겠어요. 여기 남아 있겠습니다."
나비는 그 애벌레를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비와 우박이 쏟아졌다. 비, 우박, 바람이 매우 강했다. 나비는 이것들을 피하려 다른 장소로 가려했다. 애벌레 기둥의 반대쪽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매우 거센 비바람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기 힘이 들었다.
뚝.
갑자기 나비는 자신의 몸이 추락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늘을 날던 자신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날아오는 우박들에 맞아 날개가 꺾인 것이었다.
나비는 땅으로 떨어졌다. 날개 부상이 심각해 더 이상 날아오르지 못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나비는 자신이 처음 올랐던, 애벌레 기둥 앞에 떨어지게 된 것이었다.
거센 비바람과 우박에도 애벌레 기둥은 견고했다. 수많은 애벌레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기둥의 옆부분에 노출되어 있는 애벌레만 젖어있을 뿐이었다.
나비는 더 이상 날아오르지 못했다. 먹이를 더 이상 자유롭게 구할 수 없었다.
나비는 애벌레 기둥을 바라보았다. 나비의 몸이 점점 애벌레로 다시 변했다. 나비의 선택은 하나뿐이었다. 다시 애벌레 기둥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애벌레 기둥에는 정기적으로 먹이를 공급해 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애벌레 기둥에 있는 애벌레들은 지쳐있고, 서로의 가시에 찔려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몸은 통통했다. 나비는 생각했다.
'애벌레 기둥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싫어.'
하지만, 나비였던 애벌레의 몸은 말라있었다. 몸이 통통해져야 나비 고치도 만들 수 있다... 애벌레는 훗날을 기약하며, 다시 애벌레 기둥으로 기어갔다.
그리고, 애벌레 기둥의 가장 하단으로 다시 합류했다. 예전보다 더 많은 수의 가시 돋친 애벌레들이 있었다. 하지만 애벌레들 중에는 포근한 털을 가진 애벌레도 몇몇 있었다.
'내가 다시 나비가 될 수 있을까?'
애벌레는 그렇게 생각하며 애벌레 기둥을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후기>
네. 아마 눈치채신 분들이 있으시겠지만, 꽃들에게 희망을. 패러디입니다.
오늘 새벽에 일어났는데 문득 생각이 나더라구요..그래서 썼습니다.
'꽃들에게 희망을'은 초등학교 때 읽고 그 이후로는 보지 않았기에 기억을 더듬어 생각나는 부분을 패러디했습니다.
소설에서 애벌레 기둥은 회사입니다. 나비가 된다는 것은 투자를 통한 경제적 자유이지요. 거센 비바람과 우박은 외부충격. 나비의 날개 꺾임은 자산폭락입니다. 통통한 애벌레의 몸은 투자 시드머니입니다. 가시 돋친 애벌레는 까칠하고 무례하고 이기적인 회사직원, 포근한 털을 가진 애벌레는 따뜻하고 좋은 인성을 지닌 회사 직원을 의미합니다. 중간에 떨어진 애벌레는 회사를 다니는 도중 자살하거나 과로사한 직원을 의미합니다.
새드 엔딩으로 끝난 것 같지만 열린 결말입니다.
애벌레가 다시 치열한 애벌레 기둥으로 돌아가 통통한 몸이 되어서 다시 애벌레 기둥에서 나와 나비가 되길 소망합니다ㅎㅎ
새벽에 일어나 소설을 다 쓰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네요^^ 덕분에 애들 학교 준비 시키느라 바빴지만, 그래도 썼다는 게 뿌듯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