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갈과 다윗 1화

미갈과 다윗의 결혼이 성사되다.

by 평안한 삶

그날도 미갈은 궁궐의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저 멀리서 군사들이 입궁하는 것이 보였다. 이번에도 블레셋 군대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었다고 하더니 화려한 입성을 하고 있나 보다. 미갈은 드레스를 손으로 잡고 큰길로 우아하게 걸어갔다. 군사들의 선두에 선 남자가 미갈이 있는 곳과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남자는 선이 곱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아름다운 얼굴에 웃음을 띤 채 미갈에게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미갈 공주님. 여기에 나와계셨군요."

"네. 다윗장군. 산책을 하고 있는 중이었어요. 승전 축하드려요."

다윗의 웃음 띤 눈이 미갈의 눈과 마주쳤다. 미갈의 얼굴이 붉어졌다.

"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공주님."

다윗은 미갈에게 고개를 숙여 짧게 인사하고서는 군사들을 이끌고 궁으로 들어갔다. 다윗은 지금 이스라엘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었다.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 사울이 가장 총애하는 인물이며 그 무시무시한 골리앗을 작은 돌 하나로 쓰러트린, 이스라엘의 영웅이었다. 아름답게 생겼지만 용맹하기로는 이스라엘 제일이라 많은 여성들이 흠모하는, 최연소 장군 직위를 받은 자였다.




"그게 무슨 소리냐 다윗."

이스라엘의 첫 번째 왕인 사울이 왕좌에 앉아 그 앞에 한쪽 다리를 굽혀 무릎 꿇은 다윗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사울은 무척 기분이 좋았다. 다윗이 이끄는 군대가 또 승리한 것이다. 승리, 승리, 또 승리.. 전쟁에 나가기만 하면 계속 이스라엘의 승리였다. 이번 전쟁은 꽤 큰 타격을 블레셋에게 주었다. 이웃나라 블레셋은 이방신을 믿는 국가로, 항상 이스라엘을 괴롭혀 온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다윗이 블레셋의 거인장군 골리앗을 돌멩이 하나로 완전히 제압한 후, 블레셋 군대는 다윗만 출전하면 기세가 꺾여 이스라엘이 손쉽게 남은 전투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 전쟁을 마치고 온 다윗에게 사울은 거하게 공을 치하하려 했었던 것이다. 그런데...

"미갈 공주님과 결혼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폐하."

"그건 안된다, 다윗. 미갈은 이웃나라에 시집보낼 거야."

사울이 거만하게 다윗을 쳐다보았다. 감히 시골평민출신 따위가 귀한 공주를 넘봐? 사울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다윗은 형형한 사울의 눈빛이 두려웠지만, 가까스로 사울을 쳐다보며 말했다.

"폐하, 제가 공주님께 한참 부족한 사람인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저는 공주님을 흠모하고 있고 공주님도 저와 같은 마음입니다."

"혼인이 마음만으로 되는 것이더냐?"

사울은 끓어오르려는 화를 간신히 누르는 듯이 보였다. 미갈을 이웃나라의 왕세자에게 시집보낼 예정이라는 말은 다윗도 들었다. 탄생한 지 얼마 안 된 이스라엘 왕국은, 이웃나라와의 화친이 필요했다. 미갈은 사울의 딸들 중 가장 아름다우며 우아했다. 이웃나라의 왕세자가 미갈의 초상화를 보더니 매우 마음에 들어 해서 혼인을 진행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다윗의 귀에 들려왔다.

한편, 사울은 다윗과 미갈이 서로 좋아한다는 걸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었다. 둘이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만나곤 한다는 것을 사울은 알고 있었다. 다윗은 이스라엘의 영웅이요, 훌륭한 장군이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평범한 집안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예로 다윗은 백성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지만, 왕실의 일원이 되기에는 부족했다. 다윗이 부마가 되려면 무언가 더 백성들에게 내세울 것이 필요했다.

"폐하, 제가 다음 전투에서 블레셋 정예부대들의 포피 100개를 폐하께 바치겠습니다."

다윗이 비장하면서도 자신에 찬 목소리로 사울에게 말했다.

"적들의 포피 100개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거라. 그들은 정예부대야. 아무리 다윗 너라지만 안된다. 나는 훌륭한 장수를 잃고 싶지 않아."

"저는 골리앗도 물리쳤습니다. 두렵지 않습니다. 이웃나라와 혼인을 하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안전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과, 그리고 저와 함께 하십니다. 저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폐하. 제가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사실, 사울은 원수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들은 블레셋 정예부대로, 예전에 사울을 습격해서 사울이 죽을 뻔 한 전력이 있는 이들이었다. 사울은 보복을 원했지만 마음뿐이었다. 적들의 포피 100개는커녕 10개를 베어오기에도 무척 위험한 블레셋 정예부대였기 때문이었다.

"만약 네가 블레셋 정예부대의 포피 100개를 베어온다면 미갈과의 결혼을 생각해 보지."

사울은 근엄하게 이야기했지만, 속으로 웃었다.

다 내 계획대로 되고 있군.



"그게 정말이에요?"

미갈이 기뻐하며 다윗에게 말했다. 둘은 왕궁에 있는 미갈의 방에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만나고 있었다. 바위처럼 꿈쩍하지도 않게 보였던 사울의 마음이 움직였다는 점에서 기뻐하던 미갈은 곧 그 위험성에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네. 공주님. 폐하께서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반드시 전리품을 가지고 돌아오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물론이지요. 다윗.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 하지만 매우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는 당신이 다칠까 봐 걱정돼요. 당신이 안전하다면 저와 결혼하지 않아도 좋아요"

"걱정 마십시오. 저는 수많은 전투를 겪었습니다. 이때까지 그랬듯,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 하실 것입니다."

"부디 무사히 돌아오세요. 당신을 위해 매일매일 기도하고 있어요. 더욱 하나님께 기도할 것입니다. 사랑해요 다윗."

다윗은 무릎을 꿇고 미갈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저도 사랑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미갈 공주님."




다윗은 부하들을 이끌고 블레셋에 진입했다. 과연 블레셋 정예부대는 강했다. 그러나 다윗이 더 강했다. 다윗이 죽을힘을 다해 싸웠기 때문이다. 그는 칼을 휘두르며 사정없이 적들을 공격했고, 포피를 베었다. 블레셋 정예부대에게 다윗은, 마치 지옥에서 온 사신과도 같았다. 다윗의 아름다운 얼굴과 갑옷에는 사람의 피가 마구 튀어 덧입혀졌다. 다윗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퇴각하자."




"200개라고?"

사울이 블레셋 정예부대를 무찌르고 돌아온 다윗을 보며 저도 모르게 왕좌에서 벌떡 일어났다.

"예. 포피 200개를 가지고 왔습니다"

"....!"

사울은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아무리 애써도 안되었던 일을 다윗이 이룬 것이다. 그것도 요구한 것의 두 배를 가져왔다. 과연 사람들에게 사울은 천천이요 다윗은 만만이라는 노래가 유행할만했다. 이 정도면 차고 넘친다. 사울은 다윗에게 강렬한 질투를 느꼈다.

"약속대로 미갈 공주님과 결혼시켜 주십시오."

"장하구나, 다윗. 여봐라, 앞으로 다윗장군은 내 사위가 될 사람이다. 결혼 준비를 하도록 하라."

사울은 얼굴에 웃음을 띠며 말했지만, 속으로는 다윗이 두려웠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계획이 성공한 것에 대해 만족해했다.

사실은 미갈이 먼저 다윗을 사랑했다. 그것을 사울은 부하에게서 전해 듣고 다윗을 사위로 삼을 계획을 세웠다. 사울은 자신을 넘어서는 다윗의 명성과 날로 국민들에게 높아지는 인기에 시기심과 두려움을 느꼈고, 딸의 남편으로 삼아 다윗을 자신의 발아래 두려 했다. 하지만 이웃나라에서 미갈에게 혼인 요청이 들어왔고, 거절할 명분이 별로 없어서 고민하고 있던 터였다. 마침 그 사이 다윗이 미갈을 좋아하게 되었다. 다윗의 성격상 힘들게 얻어야 더 귀한 법. 일부러 사울은 다윗이 사윗감으로 못마땅한 듯 연기했었다. 예상대로 다윗은 미갈을 차지하기 위해 위험한 전장에 나가 악명 높은 블레셋 정예부대를 제압하고 전리품을 가지고 온 것이었다.

원수도 갚고, 딸 결혼도 시키고, 다윗에게도 올무를 씌우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두려움도 경감시키고.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뜯어 불태우고 깃털 뽑아 장식하고였다.

이렇게 간절하게 한 결혼이니 아마 미갈은 결혼 후에도 더 사랑받고 살겠지. 사울은 속으로 생각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채.



- 다음 편에 계속-




<후기>


성경 패러디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몇 가지 인물을 생각해 놓긴 했는데, 미갈의 이야기를 먼저 쓰고 싶었습니다. 성경에서 대표적인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인물이자 시편을 쓴 이스라엘에서 가장 존경받는 왕 다윗. 사실 미갈은 성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모를 수도 있는 다윗의 주변인물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저는 미갈이 불쌍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미갈의 관점에서, 미갈을 주인공으로 해서 써 보고 싶었습니다. 반면 좀 비딱한 시선으로 다윗을 바라보자면(저 다윗 싫어하지 않습니다. 돌 던지지 말아 주세요ㅠㅠ), 다윗은 성경에서 하나님을 잘 섬긴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인물이지만, 과연 자신의 주변 사람에게도 그렇게 느껴질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동이'라는 사극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숙빈 최 씨였는데, 보통 숙종때 숙빈은 그저 주변인물일 뿐이고 장희빈이 부각되어 많은 작품들이 만들어졌었습니다. 그런데 엑스트라인 숙빈을 주인공으로 한 사극이 만들어졌고, 그런 측면에서 저는 그 작품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갑자기 저도 엑스트라인 미갈의 인생에 꽂혀, 미갈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써 보자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일단, 글쓰기에 대해 어디에서도 배우지 않았던 글쓰기 왕초보인 제가 소설을 썼다는 것 자체만으로 스스로 뿌듯하게 느껴집니다. 왕초보라 다른 분들이 보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요..(땅 파고 들어간다..ㅠㅠ)



아래는 참고했던 성경구절 및 설정입니다.

이에 사람을 보내어 그(다윗)를 데려오매 그의 빛이 붉고 눈이 빼어나고 얼굴이 아름답더라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이가 그니 일어나 기름을 부으라 하시는지라(사무엘상 16장 12절)
소년 중 한 사람이 대답하여 이르되 내가 베들레헴 사람 이새의 아들을 본즉 수금을 탈 줄 알고 용기와 무용과 구변이 있는 준수한 자라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 계시더이다 하더라(사무엘상 16장 18절)

네. 그렇습니다. 다윗은 굉장한 꽃미남이었던 것입니다. 성경에는 웬만하면 사람의 외모가 기록되어있지 않은데, 외모가 정말 뛰어나거나 특이한 경우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수금을 잘 타고 골리앗을 물리친 꽃미남. 그 당시 엄친아였습니다. 다윗 스스로 가난하고 천한 사람이라고 했으니 개룡남엄친아 정도 되었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뭐야. 소설 주인공으로 딱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미갈의 외모는 성경에 언급되어있지 않으나 미갈이 주인공이므로 주인공 버프 좀 썼습니다.ㅎㅎ


사울의 딸 미갈이 다윗을 사랑하매 어떤 사람이 사울에게 알린지라 사울이 그 일을 좋게 여겨 스스로 이르되 내가 딸을 그에게 주어서 그에게 올무가 되게 하고 블레셋 사람들의 손으로 그를 치게 하리라 하고 이에 사울이 다윗에게 이르되 네가 오늘 다시 내 사위가 되리라 하니라 사울이 그의 신하들에게 명령하되 너희는 다윗에게 비밀히 말하여 이르기를 보라 왕이 너를 기뻐하시고 모든 신하도 너를 사랑하나니 그런즉 네가 왕의 사위가 되는 것이 가하니라 하라 사울의 신하들이 이 말을 다윗의 귀에 전하매 다윗이 이르되 왕의 사위 되는 것을 너희는 작은 일로 보느냐 나는 가난하고 천한 사람이라 한지라 사울의 신하들이 사울에게 말하여 이르되 다윗이 이러이러하게 말하더이다 하니 사울이 이르되 너희는 다윗에게 이같이 말하기를 왕이 아무것도 원하지 아니하고 다만 왕의 원수의 보복으로 블레셋 사람들의 포피 백 개를 원하신다 하라 하였으니 이는 사울의 생각에 다윗을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죽게 하리라 함이라 사울의 신하들이 이 말을 다윗에게 아뢰매 다윗이 왕의 사위가 되는 것을 좋게 여기므로 결혼할 날이 차기 전에 다윗이 일어나서 그의 부하들과 함께 가서 블레셋 사람 이백명을 죽이고 그들의 포피를 가져다가 수대로 왕께 드려 왕의 사위가 되고자 하니 사울이 그의 딸 미갈을 다윗에게 아내로 주었더라 여호와께서 다윗과 함께 계심을 사울이 보고 알았고 사울의 딸 미갈도 그를 사랑하므로 사울이 다윗을 더욱더욱 두려워하여 평생에 다윗의 대적이 되니라(사무엘상 18장 20절~29절)


그리고 원래 황제에게 쓰는 칭호인 폐하를 왕인 사울에게 썼습니다. 왕=전하, 황제=폐하인 것을 알고 있지만, 사극에서 고려 왕을 황제라고 칭하듯이 (우리들은 왕으로 부르지만) , 전하보다는 폐하가 자연스러울 듯하여 폐하라고 표기하였습니다. 그리고... 전하라고 쓰면 우리나라 사극 같은 느낌이 살짝 나서 ㅠㅠ


원작인 성경의 내용에 벗어나지 않게하려 애썼으나, 혹시나 오류가 있다면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