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라마바드 골프장 방문
우리 가족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2021년 8월) 골프장을 방문했다. 파키스탄에 주재원으로 오는 한국사람들은 대부분 골프를 배운다.
일단 골프 비용이 한국에 비해 1/10 정도로 매우 저렴하고(가장 큰 이유), 다른 것을 배울 수 있는 문화시설이 별로 없고, 안전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않고 특정한 장소에만 가는 분위기인데 골프장은 안전하기 때문이다.
이슬라마바드 골프장은 파키스탄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서 가장 큰 골프장이고 주로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이용한다.
우리 가족이 골프장에 처음 갔더니 이미 와서 연습하고 있는 한국 사람들 몇몇이 보였다.
골프장에 가면 코치가 굉장히 많다. 미리 소개받아 예약할 수 도 있고, 가서 직접 고를 수도 있다. 보통은 괜찮은 사람을 섭외하기 위해 먼저 배운 한국인들에게 소개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남편이 미리 연락해 둔 코치에게 배우기로 했다. 코치에게는 시간당 금액을 얼마 주기로 하고 그때그때 금액을 지불한다. 보통 1,000루피~2,000루피(당시 약 7,000원~ 14,000원) 정도 지불한다.
우리가 처음 방문했을 때는 연습장 1층에는 사람이 꽉 차서 2층으로 이동했다. 이미 연습하고 있는 한국인 분들과 서로 인사를 하며 올라갔다. 그리고 약 1시간 동안 남편과 나, 아이들이 번갈아가면서 코치에게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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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안에는 산책할 수 있는 곳도 있어서 우리는 골프장에 처음 왔을 때 골프 연습을 하고 나서 산책로를 따라 산책을 했다. 산책하던 중, 나무에 있는 달팽이를 보았는데.. 너무 컸다. 징그럽게 컸다. 파키스탄 달팽이가 다 이렇게 큰 줄 았았다. 하지만 그때 본 달팽이가 특이한 거였다. 나중에 애들 학교에서 본 달팽이는 우리나라 달팽이처럼 작고 귀여웠다.
골프 연습을 1시간, 산책을 몇십 분 하고 나니 배가 고팠다. 그래서 산책 후, 우리는 식당에 가서 야외에 앉아 음식을 주문해서 먹었다. 음식은 샌드위치 등 여러 가지 먹을 만한 간단한 서양식 음식들이 있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은 아니어서 가족과 함께 오기에 좋았다.
그 이후, 우리는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골프를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몇 주 동안 주말에 골프장에 갔었다. 남편과 나, 아이들 골프채도 현지에서 구매했었다. 한국 것만큼 체계적이고 좋지는 않지만, 이곳에서 연습용으로 치기에는 괜찮았다.
남편은 원래 어떤 운동이든 잘했었고 우리가 파키스탄에 오기 전 남편이 먼저 왔을 때, 계속 골프를 쳤었기에 이후에도 가끔 골프를 쳤다.
하지만 나와 아이들은 몇 주 배우고 안 배우게 되었다. 나는 시간이 없어 골프를 배우지 않게 되었다. 나 또한 운동을 못하지는 않지만 내가 운동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닌 데다가, 나중에는 무엇보다 아이들 영어를 위한 플레이데이트가 우선이어서 플레이데이트 어레인지해서 주말에는 플레이데이트에 집중하였고, 평일에는 약속이 많이 잡히는 등, 따로 시간을 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골프를 치지 않게 되었다.
다만 나중에 평일날 정기적인 모임이 생겨 그 모임의 멤버가 되었는데, 그때 모임에서 이슬라마바드 골프장에서 브런치를 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골프를 치진 않지만 식사하고 산책하러 의외로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이슬라마바드 골프장 안에는 골프 시설 외에 복합시설이 있다. 수영장, 영화관, 식당 몇 군데, 이발소, 승마장 등이 같이 있다.
이슬라마바드 골프장 회원권을 끊으면 식당도 50% 할인이 되고, 수영장 및 기타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슬라마바드 골프장 회원권이 1년에 30만 루피(당시 약 210만 원) 정도로 싼 가격이 아니었다.(물론, 한국에 비하면 엄청 싼 가격이긴 하다)
이에 비해 다른 골프장 회원권은 1년에 7만 5천 루피(당시 약 60만 원 정도)였는데, 다른 골프장 회원권을 구매해도 이슬라마바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칠 때 한 달에 4번 정도는 많은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남편은 다른 골프장 회원권을 구매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우리는 다른 골프장 회원권을 구매한 것도 후회하게 되었다. 우리 가족은 처음 몇 주를 제외하고 그 이후 골프를 안쳐서 회비만 내고 거의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 나의 평일 모임을 제외하고 우리 가족이 이슬라마바드 골프장을 가장 많이 이용한 케이스는 이발소 때문이었다. 파키스탄에 오면 한국 남자들은 거의 이발소를 이용하는데, 머리를 자를 때 미용사 마음대로 자르는 경향이 있어 아무 말도 안 하면 대체로 머리가 이상하게 잘려서 헉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사진을 갖고 가서 보여주고 이렇게 잘라달라고 해야 그대로 잘라준다.
하지만 이슬라마바드 골프장에 있는 이발소는 사진이 없어도 설명하면 대체로 괜찮게 자르는 데다가 가격도 한국에 비해 훨씬 저렴한 500루피(약 2,500원)여서 남편과 아들은 머리를 자를 때 이곳을 많이 이용해 왔다.
나와 딸은 남편과 아들이 머리를 자르는 동안, 이발소 앞 놀이터가 있어서 거기서 놀면서 대기했었다. 아이들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딸은 혼자 놀기는 했지만 그래도 놀이터가 있어서 기다리는 동안 덜 심심해 했던 것 같다.
이렇듯 이슬라마바드 골프장은 한국에서 주재원으로 나온 사람들에게는 골프를 치는 공간이기도 하고, 누구나 다 즐기는 보편적인 문화놀이공간이기도 해서 위험국가인 파키스탄에서 사람들이 안심하고 산책하고 운동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