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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Apr 02. 2018

첫글, 글을 쓰고 싶은 이유

 #열네살 가을-내가 기억하는 내 첫글은 2000년, 열네살 가을에 쓴 수필이다. 중학교 1학년 실기평가 과제였다. 제목은 '가을'이었던가. 원고지 6~7매 정도 분량이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계절의 쓸쓸함을 담아냈던 것 같다.


 그때 살던 집은 시골이었다. 지금도 본가는 그 근처. 얼마나 시골이냐면 뭔가를 살 수 있는 곳은 동네 구멍가게 한 곳이 전부였다. 갓 졸업한 초등학교는 폐교 위기를 벗어났지만 학생 수가 적어 '분교'로 전락했다. 읍내(도심지)까지 가는 버스는 2시간에 한 대 정도 있었다. 그래서 귀가 시간이 일정했다. 읍내에서 오후 5시20분 버스를 타면 집에는 6시쯤 도착했다.


 그 버스는 어두워지면 실내등을 켰다. 해가 짧아지면서 하루가 다르게 실내등을 켜는 시간이 점점 빨라졌다. 느낀 그대로, 뭐가 뭔지도 모르고, 느낀 그대로 글을 썼다. 그런데 국어 과목 담당이던 담임선생님이 극찬을 해주셨다. 아직까지 생생한 기억이다.


 #첫기억-이 좋았는데 한동안 잊고 살았다. 국어보다 수학이 좋았다. 아예 쓰질 않으니까 자신감도 없었다. 그 다음 쓴 글이 아마도 수능 끝나고 입시 논술 시험 때였던 것 같다. 꾸역꾸역 썼던 기억이 난다.


대학교에서 학보사에 들어갔다. 글을 많이 쓰진 않았다. 사진기자였으니까. 그래도 캡션(사진 설명)으로 짧은 글을 쓰는데 그 매력을 그때 쫌 느끼게 됐다. 글의 멋스러움과 맛스러움을 동경하게 됐다. 이때도 '올인'은 아녔다. 그냥 좋았을 뿐이다.


 #차선책, 기자-2012년 경제신문사 펜기자가 됐다. 스물다섯때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한 첫 직업을 스물여섯 11월에 갖게 됐다.


 사진기자가 되려고 했었다. 사실은 사진가가 되고 싶었는데 예술가는 배가 고플거란 생각에 우회로를 택했다.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면서 사진도, 혹은 예술도 할 수 있는 직업이 사진기자라고 생각했다.


 사진기자 시험-소위 언론고시라 불리는-에 합격하려면 사진을 잘 찍어야 한다. 여기에 글도 잘써야 한다. 펜기자 입사 시험에서 평가하는 '자기소개서+논술+작문+토론+면접' 세트에 '실기'가 추가된 게 사진기자 전형이었다. 어쩔 수 없이 글도 준비했다.


 언론사 입사 시험은 지하철 2호선과 비유되곤 한다. 한바퀴를 뱅뱅 돌다가 열리는 문에 내려야 한다고. 워낙 문이 좁아서 나온 얘기다. 사진기자-펜기자 입사시험을 같이 보다 펜기자 시험에 먼저 합격했다. 그래서 기자가 됐다.

 그렇게 5년6개월째 글을 써서 먹고 살고 있다. 아직도 잘 쓰는진 모르겠다. 익숙해지긴 했다. 한가지 일에 이렇게 오래 집중해본 적이 없으니까.


 #내글-사회부, 경제부, 증권부, 정치부를 거치면서 여러 분야 여러 주제로 기사를 썼다. 기사와 글은 약간 다르다. 글을 쓰고 싶어졌다. 언젠가는 책도 내보고 싶다는 생각도 생겼다.


 관심 분야가 다양하다. 틈만나면 카메라를 들고 여행을 떠난다. 개와 고양이가 좋아서 반려동물관리사 자격증을 땄다. 요리에 꽂혀 일주일에도 몇번씩 부엌칼을 잡는다. 이런 일들을 글로 쓰면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내 글쓰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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