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격리해제 'D-13' 서핑·석양, 고요한 '핫플'

한산한 발리

by peacegraphy

발리 격리가 3월14일부터 조건부 해제된다. 3박4일동안 격리호텔에 머물면서 외출은 자유롭게 해도된다고 하니 사실상 격리가 풀린 셈이다. 수천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 그중에서도 첫손가락에 꼽히는 휴양지 발리.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다. 그만큼 코로나 태풍이 휩쓸고 간 상처가 컸다.


아직 격리해제가 2주일 정도 남은 3월1일 현재 시점, 발리는 한산하다. 응우라이국제공항에서 7km 정도 가까운 거리인 꾸따 숙소까지 택시를 타고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평소(코로나 이전)같으면 1시간이 걸리는 거리라고 한다. 우붓까지도 한시간이면 간다. 원래는 4시간 거리라고 한다. 그만큼 관광객들이 항상 붐비는 곳이 발리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난주 토요일 오후에 도착해 짐을 풀고 곧바로 발리의 가장 유명한 해변 중 하나, 꾸따비치로 향했다. 비도 오는 흐린 날이었지만, 발리는 내게 석양을 허락했다. 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에서 태양이 있는 부분만 맑았다. 달걀 노른자처럼 찐한 석양을 첫날부터 볼 수 있었다. 배고픔을 잊고 한시간 정도 해변에서 멍하니 석양을 바라봤다. 주말인데도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대부분 현지인이었다.


요즘들어 발리에 외국인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꾸따에서 조금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르기안, 스미냑, 짱구 해변이 이어진다. 스미냑과 짱구는 '패피' 외국인(서양인)들이 여유를 즐기는 곳이다.


밤이 되니 시내 클럽에서 시끄러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발리는 영업시간 제한도 없다고 한다. 마스크를 쓴 사람 비중은 70% 정도. '리오프닝'을 천천히 준비하는 모습이다.


발리 서쪽 지역인 꾸따, 스미냑, 짱구 해변은 서핑으로 유명하다. 해변을 걷다보면 어눌한 한국말로 '서핑강습?'을 묻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리 관광객이 적다고 해도 관광업이 생업이라 희망을 놓진 않았다.


서핑을 하는 사람이 많진 않지만 없지도 않다. 하지만 수십키로미터가 전부 서핑명소다. 한국 양양이나 제주도에선 보기 힘든 1~2m 높이의 서핑하기 적당한 파도가 항상 밀려온다. 원한다면 독점할 수 있는 파도가 항상 있다는 뜻이다.


공항 아래쪽, 석양으로 유명한 짐바란에 갔다. 짐바란 수산시장은 여전히 붐빈다. 노량진 수상시장 시스템이다. 저렴한 가격에 해산물을 사서 '초장집' 같은 곳에 갖다주면 요리를 해준다. 랍스터 1kg, 타이거새우 700g, 조개 600g을 샀는데 3만원 정도밖에 안한다. 해산물을 사들고 바로 옆 '석양맛집' 초장집으로 갔다. 어떤 식당에 들어가든 석양 뷰가 황홀하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훌륭한 요리와 함께 석양을 볼 수 있다.


호텔과 리조트 가격은 말도 안되게 싸다. 원래가격 1박 60만원짜리 5성급 리조트를 5만~6만원만 내면 묵을 수 있다. 4성급에 전용 발코니 있고 수영장 딸린 숙소도 2만원이면 충분하다. '코로나 price'라고 불리는 가격이다. 밀려드는 전세계 관광객을 받았던 호텔이나 리조트가 팬데믹 기간동안 문을 닫을 순 없으니 고육지책을 낸 것이다. 수요-공급-가격, 철저한 시장주의 논리가 적용된다.


코로나 공포가 끝나는 분위기다. 2년간 유례없는 침체를 겪은 발리, 이렇게 한산한 발리가 또 있을까. 나로선 행운이다. 어딜 가든 지체없이 발리를 만끽할 수 있다. 처음 온 발리지만 발리에 대해 남을 인상이 남들과는 조금 다를 것이다.


발리는 지난달 국제선 도착을 허용시켰다. 싱가포르 직항이 이미 뚫렸다. 조만간 한국행 비행기도 뜨겠지. '한산한 발리'의 끝자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