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골프장으로 향했다. 공을 넉넉히 챙겨야 하는지도, 골프화가 따로 있는지도 몰랐다. 티나 마커가 필요한지도 당연히 몰랐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동반자들에게 너무 민폐였다. 죄송한 마음뿐이다.
명문 구장으로 유명한 홍천 블루마운틴 CC. 고급스러운 클럽하우스부터 신세계였다. 동반자들을 따라 락커에 짐을 두고 스타트하우스로 이동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골프장에 발을 올린 순간이다. 감탄이 나왔다. 한국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 그야말로 장관이 펼쳐졌다. 거친 산을 이렇게 다듬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후 100번 넘게 라운딩을 다녀봤지만 코스가 블루마운틴CC만큼 아름다운 곳을 찾긴 쉽지 않았다.
실력은 형편없었다. 드라이버가 너무 어려웠다. 아이언을 칠 땐 자꾸 머리가 들리면서 공 윗부분을 쳤다. 떼굴떼굴 굴러가는 내 공을 보며 부아가 치밀었다. 어프로치가 가장 어려웠다. 조금 가거나 멀리 가거나 아주 제 맘대로였다. 퍼터는... 마구마구 구겨놓은 명문구장의 그린, 그린 위에서 티샷(티펏)을 하더라도 더블파를 기록할 것 같았다.
그럼에도 종종 지면을 벗어나 하늘로 날아가는 공을 보면 뿌듯했다. 자식이 성공한 모습을 보는 부모의 기쁨이 이런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덧 18번째 홀을 마치고 게임이 종료됐다. 헤맸지만, 아쉬웠다. 그날, 첫 라운딩의 끝은 이후 수많은 라운딩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