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이렇게 바쁜 일이 많은지, 한 달 넘게 시골집에 가지 못했다. 가야지, 가야지 생각했는데 시간이 안났다.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 통화의 요지는 우리 강아지 깐순이가 몇시간 동안 사라지는 해프닝이 있었다는 것이다. 마당에도 뒷산에도 없어 어디로 갔나 했는데, 깐순이는 본가에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깐순이네민박'에 혼자 있었다고 한다. 나와 함께 산책하며 자주 이용한 동선이다. 깐순이는 평소엔 웬만하면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집순이'다. 그럼에도 용기를 내 그리운 나를 찾으려 간 게 아닐까.
'이제는 진짜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시간이야 어떻게든 만들 수 있다. 오랜 시간은 아니더라도 '시골파워'와 '깐순파워'를 충전해야했다. 어머니께 가겠다고 전화를 드렸다.
"오는 길에 수산시장 들러서 도다리좀 사와~". 아, 어느덧 봄이구나. 도다리, 광어와 닮았지만 뭔가 더 고급스럽고 맛있는 듯한 그 생선이 제철인 계절이다. 시골집으로 향하는 길에 노량진수산시장에 들러 도다리와 광어를 샀다.
마당에 들어서는 내 차를 보고 나인줄 알아챈 깐순이는 두 앞발을 들고 격렬히 나를 환영한다. 시골집은 완전한 봄의 한가운데 있었다. 화려한 복숭아꽃이 흐드러졌다. 매화꽃, 배꽃, 자두꽃이 마당을 가득 채웠다. 발밑에선 이름모를 들꽃들이 발에 밟혔다. 향수처럼 강한 향은 아니지만 오이향 비누처럼 은은한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 완벽한 봄의 향연이다.
깐순이못지 않게 나를 애타게 기다린 일곱살짜리 조카가 밖에 나가 놀자며 내손을 잡아 이끈다. 쑥이 뭔지 최근에야 알았나보다. 먹을 생각도 없으면서'쑥! 쑥!'하며 쑥을 가리킨다. 이 쑥과 도다리의 조합이 엄청난 음식을 만들어낼지 상상이나 했을까.
오늘의 요리사는 아버지. 엄마 말로는 아버지는 봄만 되면 도다리쑥국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이제서야! 드디어! 아버지의 도다리쑥국을 맛보게 됐다.
우선 도다리에서 살을 발라낸다. 제철답게 알이 풍성하다. 잘게 부서진 살과 뼈를 함께 냄비에 넣고 푹 고운다. 양념을 따로 하지 않아도 군침이 돌게 하는 향이다. 어느 정도 익었을 때 아까 밖에서 조카와 함께 딴 쑥을 넣는다. 국물은 오래 끓일수록 맛있다. 기다림 끝에 '진국'이 완성됐다.
이정도까지는 기대하지 못했는데, 예상치를 뛰어넘는 맛이다. 몸에 쌓인 모든 독소가 빠져나가는 느낌. 일주일은 아무것도 먹지도 않아도 될만큼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다. 아버지는 곧바로 턱걸이를 평소보다 두 개 정도는 더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1일 도다리 쑥국 전문식당을 찾은 손님(?)들의 감탄사에 요리사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핀다. 밖에서 사먹으면 한그릇에 2만원은 할것이라며 아버지의 어깨가 으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