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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cegraphy Apr 30. 2018

평화력, 강대국의 조건

평화, 새로운 시작

‘평화’라는 이름을 갖고 30년을 살았다. 이름 덕(탓?)에 성격이 무던해진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름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평화’라는 단어가 심심했다. 의미 자체에서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5년여 기자 생활을 하면서도 그랬다. 취재원과 명함을 주고받을 때 얘깃거리가 되고 잘 기억될 수 있다는 작은 장점만 느꼈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 이름의 ‘힘’이 느껴진다. 명함을 받은 사람은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나를 본다. 바야흐로 ‘평화의 시대’다. 남과 북의 정상이 평화를 언급하며 손을 맞잡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도 안 되는’ 그림이었는데 말이다.


정치부 기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골칫거리’였다. 김 위원장이 시도 때도 없이 핵실험을 하고 핵미사일을 발사하면 기자들의 시와 때도 사라졌다. 그런 김 위원장이 평화를 얘기한다. 그는 ‘판문점 선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냉면드립’을 치는 등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 뒤 호감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 ‘악의축’ 등 전세계적인 비난을 한몸에 받았던 인물인데 평화를 얘기하면서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정치인 호감도 여론조사를 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보가 높은 지지율이 나올거란 농담까지 들린다.


이제 ‘평화’는 새로운 강대국, 선진국의 조건이다. 국방력이나 경제력에 못지않은 ‘소프트 파워’다. 얼마 전 사석에서 만난 한 여당 의원은 “남북 평화가 실현된다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며 “평화 그 자체가 외교에서 무시못할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평화의 위상은 남북정상회담에 쏠린 전세계의 폭발적 관심에서 확인된다. 전세계 기자들은 분단, 전쟁 등을 취재하려던 나라에서 평화를 타전했다. 평화력을 갖춘 국가는 안전하다. 안전한 곳엔 해외 자본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 갈등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일단 첫단추는 잘 뀄다. 좋게만 보자면, ‘분단의 상징’ 판문점이, ‘평화의 상징’이 되는 날도 머잖았다. 이 꿈이 실현되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평화강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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