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시골, 가을 머금은 북한산
가벼운 발걸음, 등산하기 좋은 10월
by peacegraphy Oct 13. 2019
아마도 홍은동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아파트는 우리 아파트가 아닐까 싶다. '무려' 서대문구에 있지만 시골이다. 밤이면 조용해진다. 지나다니는 차도 얼마 없다. 맑은 날엔 하늘에 별도 보인다. 물론 시골집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신선하다.
자랑거리야 많지만,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자면 아파트 단지 바로 뒷편에서 시작되는 북한산 자락길이다. 오래지 않은 시간 전에 설치된 등산로가 편안하고 쉽게 산으로 이끌어준다.
10월 둘째주 토요일. 더할 나위 없이 맑은데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주는 날씨다. 얼마만인지 아무런 약속이 없는 날이다. 넉넉히 늦잠을 자고 드라마를 보며 오전을 보냈다. TV 위 수납장에 있던 카메라가 보인다. 냉큼 들고 북한산으로 향했다.
등산로 덕분에 가파르지 않게 산을 오를 수 있다. 그다지 두텁지 않은 외투를 입었는데 이내 체온이 올라온다. 외투를 벗고 반팔 티셔츠만 입어도 적당한 온도다.
가을은 열매의 계절이지만, 소멸이 시작되는 계절이기도 하다. 도토리 알이 떨어진 채 껍데기만 남아있는 나무를 보니 다키운 아들딸을 보내고 시골에 홀로 남은 노부부가 떠오른다. 사시사철 푸르름을 강요(?)받는 침엽수에도 갈색 물이 들 때가 있다. 떠나야 할 때인가보다.
가을에도 피는 꽃이 있다. 봄처럼 화려함을 과하게 뽐내지 않아도 된다. 적당한 수수함으로, 그 존재 자체로 등산객의 눈길을 끌어들인다. 이름은 몰라도 상관없다.
사진을 찍으면서 좋은 점이 있다. 스쳐 지나가는 사소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관심을 갖고 의미를 부여한다. 걸음이 조금 늦어져도 좋다. 한걸음 한걸음이 소중한 기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