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울림 Jul 24. 2017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원작 완결 후 10년, 뮤지컬로 부활한 웹툰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다들 지난 밤 꿈 잘 꾸셨나요?


오늘은 <신과 함께>, <찌질의 역사>에 이어 웹툰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시리즈 3번째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번 포스팅에서 소개해드릴 작품은 <위대한 캣츠비>로 웹툰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작품의 시초가 되는 공연입니다.

1.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원작은 개와 고양이 등의 동물들을 의인화시켜 남녀의 만남, 헤어짐에 관한 정서를 그려내었는데 뮤지컬에서는 이 부분을 덜어내고 인물간 사건과 감정을 묘사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무능하고 아무 스펙도 없는 캣츠비, 그의 대학친구이자 학원강사인 하운두, 캣츠비의 전 여친인 페르수,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버려진 여인 선. 이 네 명의 사랑과 우정, 상처를 그립니다.

2. 줄거리

친구 하운두의 달동네 자취방에 얹혀사는 캣츠비. 그에게는 사랑하는 여자친구 페르수가 있는데 어느날 페르수는 캣츠비와 여느 때와 같이 잠자리를 함께한 후 그에게 넥타이를 선물합니다. 

갑자기 왠 선물이지하며 좋아하던 캣츠비는 넥타이 뒤에 있는 청첩장을 보게 되고 순식간에 실연의 아픔을 경험하게 됩니다. 6년의 연애생활동안 힘들고 슬픈 일도 많았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이별이 찾아올 줄 몰랐던 캣츠비는 큰 충격을 받습니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캣츠비가 살아갈 힘을 잃고 무의미하게 세월을 보내고 있을 때, 캣츠비의 앞에 선이라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실천하는 선을 보고 캣츠비는 어느새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아직 페르쉥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스스로를 빌견하며 망설입니다.

선과 은은한 사랑을 키워가던 캣츠비 앞에 어느 날 페르수가 갑자기 나타납니다. 그리고 자신이 캣츠비를 아직 사랑하고 있음을, 그리고 자신이 왜 캣츠비와 헤어져야 했는지에 대해 토로하기 시작하는데...(이후 내용은 스포라서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3. 공연 후기

웹툰 <위대한 캣츠비>가 나온지도 어느덧 10년이 되어갑니다. 지금은 없어진 엠파스라는 포털에서 연재하다 중단된 후 다음에서 완결된 웹툰으로 당시 보기 힘들었던 감성적인 로맨스를 자극한 작품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영화의 내용을 간략히 압축하자면 20대에 겪는 패배감과 좌절을 극복하기 위한 성장통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데니 안, 심은진, 엠씨몽 등이 주연한 2015년 작품은 혹평이 많았는데 단행본으로 4권에 이르는 방대한 원작의 분량을 2시간 남짓한 공연에 맞추기 위해 지나치게 생략하거나 빨리 지나간 부분이 많았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이야기를 빼는 수준이 아니라 시공이 바뀌는 연출을 무대적 장치로 가볍게 넘기려한 부분에서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원작의 대사를 최대한 무대에 맞게 차용하여 사용한 점은 좋았습니다. 서정적인 이야기는 과감한 비약과 생략, 압축을 통해 진행한 것은 무대화에 피할 수 없는 과정으로 보이는데 이 공연의 성패는 후반부 반전을 어떻게 살리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허나 앞부분의 소홀한 전개는 후반부 진실이 밝혀진 후 감정을 고조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되려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에게는 아리송한 의문을 남긴 채 막을 내리는 상황마저 연출하였습니다. 초연의 이러한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모르지만 이번 재연에서는 공연 시간 자체를 더 줄이고 과거와 현재 사이를 오가는 서사구조를 보다 단순화시켰습니다. 

웹툰을 뮤지컬로 옮기면서 제작진이 봉착한 첫 번째 난관은 고양이와 개로 의인화되었던 캐릭터들이 사람으로 돌아온 순간 이야기의 어색함을 어떻게 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을 것입니다. 원작인 웹툰은 뒤에 밝혀진 진실과 결말의 상당히 무거운 내용을 의인화된 캐릭터로 희석시켜 제3자의 입장으로 차분히 볼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사람이 직접 연기하는 뮤지컬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같은 내용, 같은 캐릭터라도 보는 이에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전혀 달랐고 그 차이만큼이 이 뮤지컬이 원작만 못하다는 평가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아무도 행복해지지 않는 원작의 무거운 결말을 살린 것은 음악과 배우들의 호연입니다. 노래가 끊기지 않고 라이브로 연주하는 밴드의 뮤지컬 넘버는 캐릭터의 감정과 극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완벽히 수행합니다. 4명의 주인 공 중 특히 페르수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중요한데 매몰차게 캐츠비와 헤어졌다가 다시 찾아온 사연을 고백할 때 얼마나 설득력있게 관객들의 감정선을 건드릴지가 전적으로 배우에게 달려있거든요. 다행히 강웅곤, 양서윤 배우는 그 역할을 십분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2017년 6월 23일부터 10월 1일까지 공연이 진행됩니다. 배우 천지, 김지휘가 캣츠비로 정태우, 김지철이 하운두로 강웅곤, 양서윤이 페르수로 김주연, 유주혜가 선으로 출연합니다. 대학로 유니플렉스관에서 진행됩니다. 2,30대 같은 세대의 친구 또는 연인과 관람하시길 추천드립니다.

겨울이 아주 길고 깊어도 결국 봄은 온다.
- 캣츠비 / <위대한 캣츠비> 中

* 뮤지컬 관람을 같이할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뮤지컬'을 검색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뮤지컬 찌질의 역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