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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울림 Aug 21. 2017

영화 남한산성

김훈 원작 소설! 47일간의 항전 이야기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유난히 비가 많았던 주말 잘 쉬셨나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시점에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는 것은 올해가 처음인 듯 싶습니다. 이번 한 주도 비가 계속 내린다고 하니 외출하실 때 날이 쨍쨍하여도 꼭 우산을 챙기고 가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오는 9월 개봉 예정인 이병헌, 김윤석 주연의 영화 <남한산성>과 실제 있었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삼전도의 굴욕'이 바로 이 때인데요. 이번 시간에는 소설 남한산성에 대한 소개와 주요 인물들에 대한 소개, 그리고 영화 관련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게요.

1. 소설 남한산성

소설 <남한산성>은 <칼의 노래>, <현의 노래>의 저자인 김훈의 장편소설입니다. 청나라 군대의 침입이라는 거대란 재해앞에 자신의 안위와 입장만을 대변하는 무능한 왕과 사대부들의 담론을 보여주며 이와 별개로 꿋꿋이 살아가는 민중의 삶을 그려나간 걸작으로 문단과 대중의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문학적 함의와 작품성이 워낙 뛰어나 2007년에는 대산 문학상을 수상하고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고 연세대학교 논술문제 지문으로도 출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사관에서 가장 언급하기 꺼려하는 성리학의 허상과 허례허식의 무용함을 지적함으로 실리보다 명분을 추구하다 망국의 위험에 처한 조선과 함께 현실 정치를 비판합니다.

2. 인물 소개

1) 최명길

최명길은 인조반정 이후 집권한 인조를 보필한 문신으로 조선에 대한 청나라의 최초 침입인 정묘호란이 터졌을 때 화친을 주장하여 화의를 성사시킨 주화파의 대표주자였습니다. 허나 이후 청이 황제국을 선포하고 조선을 침공하자 사신으로 찾아가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도피할 시간을 벌어주었고 그렇게 남한산성 전투가 시작됩니다.

최명길은 승산없는 전쟁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항복문서를 직접 작성하였고 스스로 청나라 진영으로 찾아가 협상을 주도하였고 조선이 청나라의 신하국이 됨으로서 병자호란은 끝이 납니다. 이후 최명길은 영의정에 오르며 전후 혼란을 수습하는데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2) 김상헌

김상헌은 병자호란 당시 조선 내 척화파의 대표주자였던 인물로 최명길과는 대척점에 서있던 인물입니다. 청나라와의 결사 항전을 끝까지 주장하였으나 결국 화의가 결정되자 자살을 시도하였을만큼 대쪽같은 성미의 소유자입니다. 다행히도 당시 그의 자살을 발견한 관리가 그를 구해서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고 삼전도의 굴욕 이후 청나라의 거듭된 파병 요청에 반대하다 최명길과 함께 압송되어 심문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최명길과 함께 청에 압송되었을 당시 김상헌은 당당한 모습을 보여 청나라 신하들로부터도 비범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 떄 최명길과도 앙금을 풀고 서로의 진심을 이해했다고 전해집니다. 그의 사후 조선의 노론의 영수들은 그의 집안에서 나왔고 영, 정조 시대 들어서는 충성의 화신으로 평가받았습니다.

3) 이시백

이시백은 조선의 문신으로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의 서쪽 성문을 지키는 임무를 맡고 있었습니다. 청나라 군의 지속적인 기습에도 침착하게 대응하여 남한산성 수성에 큰 공을 세웠습니다. 남한산성 전투 당시 군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신하로 훗날 영의정에 올랐지만 평생 청렴하고 검소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4) 정명수

본래 조선의 천민 출신으로 조선 역사상 대표적인 매국노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광해군 당시 후금과의 전투 때 병졸로 참전하나 포로가 된 후 청나라의 역관이 되어 병자호란에 참전하였습니다. 이 때 조선의 내부사정을 낯낯이 청나라 군대에 알려 청나라 군대가 쉽게 조선을 이길 수 있는데 기여하였습니다.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의 권세를 이용하여 조선에서 사리사욕을 취하였으나 인조사후 즉위한 효종 때 관직을 빼앗기고 죽게 되었고 정명수 덕에 호가호위하던 사람들도 전부 처형을 당하고 맙니다.

3. 작가 김훈

김훈 작가는 독립유공자인 소설가 김광주의 아들로 소설가 데뷔 전까지 한국일보, 국민일보, 한겨레신문, 시사저널과 경향신문 편집국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언론사를 거친 기자 출신입니다. 소설가가 되기 전까지 17번의 사표를 쓴 것으로 유명하고 회사를 나온 것도 전부 외부의 강압이 아닌 자신의 선택이었다고 합니다.

언론사에서 일하는 동안 주로 소설가 황석영의 전담 기자로 활영하였는데 황석영 작가가 원고를 펑크내거나 잠적했을 때 그를 찾아오고 대신 지난 줄거리를 요약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합니다. 이 덕에 황석영 작가와 미운 정, 고운 정이 들면서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다룬 <칼의 노래>로 유명한 작가로, 쉬운 단어와 문장을 주로 구사하여 독자들이 읽기 쉬운 소설을 쓰는 것이 특징입니다. 외래어와 한자를 제외한 순수 한국어를 다루는 능력에 있어서는 현존하는 작가 중 최고라고 평가받으며 직접적인 묘사를 금기하고 허무주의와 세속주의에 관한 글을 주로 씁니다.

4. 영화 관련 이야기

소설 <남한산성>은 영화화되기 전부터 이미 원소스 멀티유즈의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2009년, 2010년에 뮤지컬로 만들어져 호평을 받았으며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은 것인가'라는 원작의 메세지를 잘 표현해내었습니다.

영화를 보실 분들을 위해 말씀드리자면 실제 역사와 원작 남한산성간에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실제 남한산성을 둘러싼 공방전에서는 전투 초기 조선군은 청나라 군대를 상대로 방어전을 훌륭히 수행하였지만 청나라 군대의 포위망이 지속되며 강화도가 함락되고 군량과 사기가 떨어져 항복합니다. 원작에서는 이 부분을 축소하여 조선군이 농성만 하고 청나라 군대는 포위만 한 것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간신으로 나오는 정명수의 가족에 대한 부분도 실제 역사와 다른데 소설에서는 그의 가족이 조선 정부에 의해 죽은 것으로 나오지만 기록으로는 정명수가 득세한 기간동안 조선에서 큰 이득을 누리며 살았다고 합니다.

영화 <남한산성>은 그동안 민족주의, 국가주의에 기반한 작품들(국제시장, 연평해전, 군함도)과는 상대적으로 결을 달리하는 작품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동안 소위 '국뽕'으로 분류되는 영화들은 개인의 희생을 통해 국가의 안위를 지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남한산성>의 주제는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무능한 왕과 신하들은 실체없는 담론과 이상에 갇혀 현실에서 한 발치도 못나가다 이내 항복이라는 치욕을 경험하게 되지만, 남한산성 밖의 백성들은 그들의 전쟁과 상관없이 하루하루 막막한 삶을 이어가며 꿋꿋이 살아갑니다. 전쟁 전에 이미 지옥같은 삶을 살았던 민초들에게는 무능한 조정은 원래부터 없던 것과 같았던 것이겠죠.

이 영화는 김훈 작가의 원작이라는 것만큼 화려한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었는데요. 최명길 역에 이병헌, 김상헌 역에 김윤석, 인조 역에 박해일, 이시백 역에 박희순, 정명수 역에 조우진, 그리고 가상의 인물인 서날쇠 역에 고수가 캐스팅 되었습니다. 특히 박해일은 6년 전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활약했던 '최종병기 활'의 남이와 반대되는 무능한 왕 인조 역을 맡았는데요. 배우 스스로도 만감이 교차할 것 같습니다.

개봉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제작발표회 일정 등을 계산해보면 9월 마지막주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바로 그 다음주가 올해 최대의 황금휴가기간으로 한주 내내 휴일인 것을 감안하면 최대 관객을 동원하는데 적기로 보입니다. 배급사인 CJ가 올 여름 영화 <군함도>의 흥행실패로 망신을 톡톡히 당한만큼 155억 제작비를 드린 <남한산성>에서 만회하려 하겠지만 스크린 독과점 논란으로 크게 곤욕을 치른 상황이라 흥행만을 위한 전략을 짜기도 난감한 처지입니다. 여러모로 이 영화는 영화자체 외에도 생각할 꺼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허나 원작 자체가 워낙 뛰어난 작품인만큼 개봉일이 확정되면 많은 분들이 관람하시길 바랍니다. 아울러 기회가 되시는 분들은 김훈 작가의 원작소설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주전파의 말은 실천 불가능한 정의였으며, 주화파의 말은 실천 가능한 치욕이었다.
-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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