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울림 Sep 14. 2017

영화 튤립피버

17세기 네덜란드 튤립파동을 배경으로 한 역사소설의 영화화!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다들 오전 시간 잘들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오는 10월에 개봉하는 영화 <튤립피버>와 그 원작소설을 다뤄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본래 9월에 월드와이드 동시 개봉하려던 작품인데 9월 말일에는 킹스맨이, 10월 초에는 남한산성이라는 대작 영화가 개봉하는 등 대작들의 전쟁에 뭍힐 수가 있어 10월로 개봉일정을 조정했다고 하네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튤립 피버에 대한 소개와 줄거리, 작가 데보라 모가치에 관한 이야기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실제 있었던 튤립 파동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게요.

1. 튤립 피버

<튤립 피버>는 영국 작가 데보라 모가치가 쓴 동명의 장편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에 실재 있었던 '튤립 파동'이라는 사건을 배경으로 17세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였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당시 투기의 수단으로 활용되던 튤립과 해상패권을 갑자기 거머쥐어 신흥부자들이 속출한 네덜란드의 역사적 상황도 훌륭히 고증하였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2. 줄거리(스포있음)

배경은 17세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당시 전성기를 누리던 네덜란드는 해상과 무역 패권을 장악하여 여러 신흥부자들이 배출되던 시대입니다. 갑작스럽게 증가한 부유층들은 두 가지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하나는 넘치는 부를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하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돈을 버는 것 외에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 때 투자의 대상이 된 것이 바로 튤립이고 입지와 명예를 다지는 방법으로 유행하던 것은 바로 초상화 그리기였습니다.

네덜란드의 거상인 코르넬리스(크리스토프 왈츠)는 아름다운 아내 소피아(알리시아 비칸데르)와 함께 행복한 삶을 살아갑니다. 어린 시절 가난한 삶을 살다 갑자기 크게 부를 얻은 코르넬리스는 늙어서야 아내를 갖게 되었는데 나이 차이가 무려 20살이 넘었고 본인은 노쇠하여 결혼한지 3년이 넘도록 자식을 갖지 못하였습니다.

그가 손댄 해상무역과 투자는 날마다 성공을 거듭할수록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더 갈급함을 느낀 부부는 일급 화가를 불러 자신들의 초상화를 그리며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해서 초대한 사람이 바로 얀 판 로스라는 청년화가입니다. 얀 판 로스는 코르넬리스 부부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하고 자신을 둘러싸는 성공들에 취해 코르넬리스는 어느덧 소피아와 관계가 소원해집니다. 그 틈에 얀과 소피아는 몹시 가까워지게 되고 둘은 코르넬리스를 떠나 둘만의 행복을 찾기 위한 음모를 꾸미기 시작합니다.

한편 소피아의 하녀인 마리아는 결혼을 앞둔 사람과 헤어지고 자신이 임신한 사실에 두려워하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소피아는 마리아와 얀과 함께 짜고 소피아 자신이 임신한 것처럼 코르넬리스를 속이기로 합니다. 이들의 계획은 마리아가 출산하는 날, 소피아가 아이를 낳다 사망한 것으로 위장하고 마리아의 아이는 코르넬리스의 아들로 입적하여 마리아가 키우며 그 사이 얀이 모은 돈을 밑천으로 튤립 투기로 한몫벌어 사랑의 도피를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예정된 출산일까지 소피아는 임산부인 것처럼 연기하고, 마리아는 소피아를 돌보며 출산을 준비하고, 얀은 평소처럼 그림을 그리면서 그동안 모은 모든 돈을 튤립에 투자하며 때가 오길 기다립니다.

마침내 출산일이 다가오고, 셋의 계획대로 소피아는 아이를 출산하며 페스트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코르넬리스를 속입니다. 계획대로 코르넬리스는 감쪽같이 속아넘어가고 소피아는 몰래 관에서 나와 얀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그날, 튤립 공황이 발생하여 얀이 투자한 모든 돈은 휴지로 변해버리고 얀은 소피아에게 사실을 설명하며 같이 빈손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호소합니다. 허나 소피아는 일이 이렇게 된 것이 부도덕한 자신의 속임수 때문이라 자책하고 얀을 떠나 어디론가 가버리며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3. 작가 데보라 모가치

데보라 모가치는 1948년 런던 출신으로 소설가이자 TV 및 영화 각본가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를 졸업한 영재로 교사 자격을 획득한 후 옥스포드 대학에서 출판부를 다니는 등 일찍부터 글쓰는 능력에 대해 인정을 받았습니다.

데보라 모가치가 쓰는 글의 소재는 이혼, 갈등, 현대인의 삶, 가족 문제 등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어두운 것들에 관한 것입니다. 총 12권의 소설을 출간한 그녀는 영국뿐 아니라 헐리우드에서도 순위권에 지명되는 작가로 성장하였고 이렇게 그녀의 소설이 이번에 영화로 나오게 된 것입니다. 

소설 뿐이 아니라 각본가로도 유명한데 <안네 프랑크의 일기>, <오만과 편견>, <고글 아이즈>는 각각 BAFTA 각본상, 작가협회 상등을 수상하였습니다. 학사졸업생인 그녀가 작가로서의 인지도가 올라가자 그녀의 모교인 브리스톨 대학교에서는 그녀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였습니다. 현재 그녀는 문학 왕립 학회의 연구원이자 PEN 진행위원회 소속으로 영국 문학의 중추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4. 튤립 파동

1648년에 독립한 신흥국 네덜란드는 건국과 동시에 수도인 암스테르담이 금융중심지로 도약하며 부자와 전문가들이 모이는 경사를 맞습니다. 이에 더해 종교적 박해를 피해 도망온 유대인 부자들까지 합세하여 금융업은 날로 발전하였고 네덜란드 정부는 너무 빨리 돈이 돌자 은행, 증권, 주식, 외환, 신용대출까지 손을 안대는 곳이 없을 정도로 경기가 과도하게 팽창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불어난 자본은 다른 투자대상을 찾기 시작하는데 이 때 선택된 것이 바로 튤립입니다. 당시 튤립은 부호나 식물애호가만 알고 있던 꽃이었으나 경제팽창과 함께 부유층과 서민에게까지 유명해져 희귀종으로 잘 키우면 비싼 돈에 팔 수 있을 정도로 가치가 있었습니다.

때문에 네덜란드 전역에서 더 좋은 튤립을 얻기 위한 경쟁이 벌어졌고 튤립의 품종을 정하는 알뿌리의 가격은 하늘높은 줄 모르고 계속 올랐습니다. 당시 가장 비싼 튤립의 씨앗은 한 가정이 평생 먹고 살 수 있을 정도의 가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1636년을 기점으로 시작됐던 튤립 버블은 불과 이듬해인 1637년 2월에 폭락하기 시작하고 4개월만에 95%이상 가치가 하락하며 네덜란드 경제 전역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 여파로 곳곳에서 소송과 싸움이 일어났고 정부는 1636년을 기점으로 이전 계약을 무효로 하고 그 이후 계약은 투자자가 생산자에게 계약금의 10%를 보상하는 것으로 합의되었습니다.

데인 드한이 연기한 얀은 얀 판 로스는 이 당시에 실존했던 화가 얀 반 호이엔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라고 합니다. 이 얀 반 호이엔은 튤립 투기에 빠져 그림 그리는 일도 잊고 지내다 튤립 공황과 함께 엄청난 빚을 안고 살았습니다. 이 때문에 죽을 때까지 2000점에 가까운 그림을 그리고 팔아 간신히 다 갚았다고 하네요. 그 덕이라 해야할지 모르지만 그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다작한 화가로 기록되었습니다.

5. 영화 관련 이야기

소설이 출간된 후 <튤립 피버>를 영화화하려는 영화관계자들의 움직임은 치열하였다고 합니다. 본래 이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하기로 하고 주드 로와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으로 만들어질 예정이었으나 영국의 영화제작에 대한 세금규칙 변경으로 제작이 중단되었습니다. 

이후 제작자 앨리슨 오언과 하비 웨이스틴이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함께 제작하는 것으로 진행하고 여주인공으로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일찌감치 캐스팅되어 제작진행이 빨라졌습니다. 이후 크리스토퍼 왈츠, 데인 드한, 카라 델레바인 등이 캐스팅되며 최고의 기대작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원작의 작가인 데보라 모가치 역시 영화에서 카메오로 출연하며 이 영화가 흥행하길 기원했습니다. 

제작진의 진용 역시 화려한데 <튤립 피버>의 영화 감독은 에릭 바나, 스칼렛 요한슨,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영화 <천일의 스캔들>로 유명한 저스틴 채드윅,  각본가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 <안나 카레니나>를 각색한 톰 스토파드입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어벤져스> 등 무려 92개의 영화음악 프로듀싱을 맡은 데니 앨프만이 음악을 맡아 제작진 자체로는 드림팀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의 진용을 갖추었습니다.

2014년 여름에 촬영하여 2015년 5월 칸느 영화제에 초청되어 첫 공개된 <튤립 피버>는 어떻게 된 일인지 작품이 무려 개봉 횟수를 7~8회나 연기되며 영화 관계자와 관객들로 하여금 불안한 마음을 안겨주더니 올해 여름에야 2017년 9월 1일 북미 개봉으로 확정되었습니다. 

무려 2년이나 지연되어 상영하게 된 결과는 참담한데 미국의 유명 영화 평점사이트인 로튼토마토에서 신선도 8%라는 최악의 성적과 함께 흥행성적도 제작비 2500만불에 비해 첫주 성적이 북미 기준 190만불, 그외 국가 250만불에 불과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이후 1주만에 75%의 관람객 수 저하를 기록하며 흥행실패는 현재 확정되는 분위기입니다.

여러 사람들이 지목하는 <튤립 피버>의 흥행 실패 원인은 어색한 대화와 작의적인 연출을 꼽았습니다. 2014년에 촬영하여 시대적 트렌드와 유행이 한참 지난 2017년의 감성에 맞게 조율되지 않은 부분이 일반인들 눈에도 적나라하게 노출되어 관객들의 관심을 끌지도, 호평을 받지도 못하고 퇴장하게 되었습니다. 영화가 다루는 '튤립파동'과 같은 가치 하락을 영화 자체가 받게 되었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네요.

국내에서는 10월에 개봉 예정인데 크게 성공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 무대인 북미에서 실패하고 외부 시장인 한국에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시대극을 좋아하시는 분이나 데인 드한,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팬분들이 아닌 관객들에게 추천하기 조심스럽습니다. 

지금껏 나는 남편의 기대를 저버렸다. 물론 나는 착실한 아내인데다 항상 남편에게 고마워하기 때문에, 순순히 그의 품에 안긴다. 세상은 불안하기 그지없으며 그런 세상에서 남편은 나를 구해 주었다. 둑을 쌓아 바닷물을 막고 물을 빼내고 그 자리를 메워 이 나라가 생겨났듯이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남편을 사랑한다.
- 소피아/본문 중
C : 이 튤립들이 아름다움의 무상함을 상기시켜주지 않소? 이렇게 아름다운 것도 언젠가는 죽는다는 것을 말이오.
Y : 그래서 그 아름다움을 손에 넣을 수 있을 때 즐겨야 하는 것이겠지요.
코르넬리우스와 얀 판 로스 / 본문 중

* 영화를 같이 볼 모임을 찾으신다면 소모임 어플에서 '영화'를 검색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투 이즈 어 패밀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