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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디아 Jan 18. 2022

3. 벅찬 현실속에 꿈을 잃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그림책

어른을 위한 그림책 - 키오스크



지난 주 여행을 다녀오면서 글을 자주 올리지 못했다.

그래도 여행 중 틈틈히 책방과 도서관을 다니며 매일 그림책을 읽기를 쉬지 않았다. 여행을 다녀와서 남은 것이 가족들과의 소중한 추억 그리고 그림책이라니, 행복하지 않을수가 없다.

기록해두고 싶은 책을 한아름 품고 돌아와 주말동안 읽었던 그림책을 공부하고 또 다른분들의 서평도 찾아 읽어보았다. 출간된지 얼마 안된 #키오스크는 서평이 쏟아져나왔다. 수려한 서평들을 읽으면서 나도 좋은 서평을 쓸 수 있을까? 그리고 내 서평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약간 의기소침해지는 순간들이 찾아왔지만, whatever. 그저 쓰고 싶으면 쓰면 그 뿐. 더이상 걱정은 접어두기로 했다.


키오스크(kiosks, 2021)
저자  아네테 멜레세
출판  미래아이
발매 2021, 06, 30
수상 2021 피터팬상

*피터팬상: 2000년 IBBY 스웨덴과 예테보리 북페어에서 제정한 상으로, 스웨덴의 아동·청소년 도서 세계를 넓히고 풍요롭게 하는 번역본에 수여되는 상

​​


l 책의 줄거리


올가는 자기 몸 하나 간신히 들어갈 만한 작은 가게에 하루 종일 앉아서 신문이나 잡지, 복권을 팝니다. 길거리의 가판대, '키오스크'가 올가에게는 일터이자 쉼터이고 나아가 자기 인생이기도 하지요. 늘 비슷한 시간에 비슷한 물건을 사는 손님들이 지나가고, 올가는 어떤 손님이 무엇을 살지도 아주 잘 알고 있답니다. 손님이 없을 때, 좁디 좁은 키오스크에서 올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여행 잡지를 읽으며 석양이 황홀한 바다를 꿈꾸는 것뿐입니다. 언젠가는 두 눈으로 직접 아름다운 노을이 지는 바다를 볼 수 있기를 맘속으로 바라면서요.



l 책의 첫문장


올가는 날마다 단골손님들을 친절하게 맞았어요. 손님들이 뭘 사려고 하는지는 말 안 해도 다 알고 있었답니다.

​​


그녀의 전부였던 키오스크이지만, 가끔 키오스크를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 있었나보다. 그럴때면 그녀는 여행잡지를 읽었다. 석양이 황홀한 먼 바다를 꿈꾸면서. 자세히 살펴보면 키오스크 안에는 온통 석양이 황홀한 해변가의 사진들로 가득하다. 키오스크는 그녀의 직장이자, 집인 동시에 꿈을 꾸는 공간이었다. 꿈을 꾸는 올가의 표정이 아주 행복해 보였다.

 결코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던 이 꿈이 어느날 우연한 사고의 모습으로 올가에게 찾아오고 갑자기 올가의 세상이 뒤집히고 만다.


하지만 그 사고를 통해 올가는 스스로 키오스크를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게되고, 늘 한자리에 붙박이였던 올가는 키오스크를 든 채 산책을 나선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찾아온 사고를 통해 올가는 강물에 빠지게 되고, 키오스크와 함꼐 한참동안 강물 위를 흐르고 흘러 머나먼 바다로 떠내려 간다.

​​

이 황당한 여정을 거쳐 올가는 꿈에 그리던 석양이 황홀한 바닷가에 다다르게 되고, 그 곳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면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

​​​



 제 몸 하나 들어가기에도 벅차보이는 답답하고 비좁은 키오스크안에서 먹고 자는 그녀가 처음에는 게을러보이고 답답해보였다. 원작 애니메이션을 보면 그녀가 키오스크 안에서 과자를 먹는 소리로 애니메이션이 시작되는데, 그저 일상에 안주하며 게으르고 미련한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런 그녀가 우연한 사고로 결국 자신이 꿈꾸던 것을 이루는 장면을 보았을 때는 뭔가... 그저 운이 좋은 경우일 뿐이라고 생각했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밤낮 애쓰며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이러한 스토리가 허무맹랑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림책의 첫문장을 다시 읽고는 생각이 바꼈다.  

올가는 날마다 단골손님들을 친절하게 맞았어요. 손님들이 뭘 사려고 하는지는 말 안 해도 다 알고 있었답니다.


올가는 키오스크 속에서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그녀의 키오스크를 자신의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사랑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는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항상 친절할 수 있었고, 그녀의 일에 능숙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녀의 인생이 어쩌면 말 그대로 무인 단말기와 같이 기계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질 수 있고, 그 속에서 꿈을 품고 사는 올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삶에 자족하며 만족하며 사는 동시에 그 속에서 행복한 꿈을 꾸며 사는 사람이었다.


​​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바다에 가고 싶으면 키오스크를 잠시 문닫고 바다에 다녀오면 되지? 왜 꿈만꾸고 현실적인 노력은 하지 않는거지? 그녀가 키오스크를 들고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난생처음 산책을 나서는데, 신기하게도 올가는 키오스크를 들고 산책을 나선다. 나는 또 키오스크를 나오면 되지 왜 굳이 키오스크를 들고 산책을 가지? 생각했다. 올가는 키오스크를 떠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



​​

키오스크는 올가와 마치 한 몸 같다. 분명 그림책에서 올가는 키오스크를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 있다고 나온다. 그러나 그럴때면 올가는 여행잡지를 읽었다. 키오스크는 그녀에게 벗어나고 싶으면서도 벗어날 수 없는 그런 공간인 것 같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에게도 그런 키오스크가 존재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올가를 이해할 수 있었다.


​​

나의 키오스크는 나의 가정이다. ​​


내가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올가의 키오스크 같은 존재는 바로 나의 가정, 나의 가족이다. 나는 가정을 통해 공급 받고, 쉼을 얻는다. 그 속에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내게 주어진 일들을 하며 산다. 다람쥐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올가처럼 가끔 키오스크를 벗어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처음에는 마냥 답답했다. 답답하고 끝이 없을 것만 같은 독박육아의 일상 속에서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가장 힘든 것은 나의 꿈들이 희미해져가는 것이었던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의 존재까지 희미해져가는 것 같아서 슬프기까지 했었다. ​


감당하기 벅찬 현실속에서 꿈을 붙들고 있기란 참 쉽지 않다. 그래서 올가가 대단해보였다. 어쩌면 올가가 결국 꿈을 이루게 된 것은 그녀의 간절한 바람, 열망 때문 아니었을까. 그 간절함이 올가를 꿈에 다다르게 해주었다.



가장 많은 것을 이루는 자들은 아마
가장 많은 꿈을 꾸는 자들이다.
​- Stephen Leacock

​​


키오스크를 읽으면서, 키오스크를 벗어나지 않아도 꿈을 이루었던 올가의 모습에 뭔가 모를 위로가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계속 꿈을 꾸는 것이라는 거...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

올해 나는 문예창작과 학사편입을 지원했고, 어제 합격문자가 왔다. 작가라는 꿈 ... 아이들을 양육하면서 예전에는 꿈 조차도 꾸지 못했었는데, 그림책을 접하면서 나 자신에게 많은 질문을 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조금씩 소망이 생겼고 꿈을 꾸게 되었다. 여전히 내가 그어놓은 한계들 속에서 머뭇거리기도 했다. 아이들 키우면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나에게 그만한 소질이 있을까? 그렇지만 나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나의 키오스크인 가정, 나의 집에서 그림책을 읽고 공부하며 계속 꿈을 꾸었다. 언젠가 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하면서. 그러며 글을 조금씩 쓰기 시작했고 브런치 작가가 되면서 조금의 용기를 얻었다. 점점 더 명확한 꿈을 향해 가고 있는 것 같다.


올가가 키오스크와 함께 꿈을 이뤘던 것 처럼, 나도 나의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며, 내게 주어진 상황과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자족하며 마주하는 현실에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리고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 다짐해본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왔을 때, 과감히 발을 떼고 그 기회에 나를 맡겨야지. 올가가 키오스크를 들고 과감히 산책을 나서고, 강물에 흘러가는 것에 자신의 몸을 맡겼던 것 처럼...


책의 마지막장면, 올가의 왼편에 놓인 새로운 여행잡지.



​* 키오스크(kiosks)의 원작 애니메이션

https://vimeo.com/258238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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