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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디아 Sep 29. 2021

엄마의 혼자있는 시간

신데렐라 엄마의 마법같은 시간.


째깍 째깍 째깍 ...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땡!


 밤 12시가 되면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린다. 마법에 풀린 모습을 왕자에게 들킬까 두려워 유리구두가 벗겨질 정도로 황급히 무도회장을 떠났던 신데렐라. 전 세계가 아는 그 안타까운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될 줄이야.


 이 이야기는 매일 같이 나에게 일어난다. 신데렐라는 밤 12시라면 나는 오후 4시에 마법이 풀린다. 그 시간은 바로 우리 아이들 어린이집 하원시간.


 아침에 눈뜨자 마자 아이들을 먹이고, 정신 없이 등원 준비 완료시킨 후 남편 편으로 아이들을 등원시킨다. 남편과 아이들이 나간 뒤 “띠리리” 하고 잠기는 현관문 소리는 신데렐라 속 요정 할머니의 “비비디 바비디 부” 주문과 다름 없다.


(* 비비디바비디부(Bibbidi Bobbidi Boo) : 생각과 소망이 실현되는 희망의 주문. 동화 신데렐라에 등장하는 요정이 호박을 마차로, 누더기 옷을 멋진 드레스로 바꾸는 마법주문을 차용한 것으로,생각과 소망이 실현되는 희망과 믿음의 주문을 의미한다.)


 나는 스스로에게 마법을 건다. 요정 할머니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으니 스스로 마법을 걸어본다. 그 마법은 바로 엄마도, 아내도 아닌 나 ‘홍유진’ 으로 돌아가는 마법이다.



“엄마문화”

엄마 문화라는 말이 조금 생소할 지 모르겠다. 한 마디로 엄마 문화란 우리 아이들과 더불어 배우면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교육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엄마 문화는 따로 떨어져 혼자 배우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이다.(샬롯메이슨 교육을 만나다​ p.525)



 한창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던 시기에 홈스쿨을 고민하면서 ‘샬롯 메이슨’을 알게 되었다. ‘샬롯 메이슨’은 아동교육에 헌신한 영국의 혁신적 교육사상가였고, 그녀의 활동과 사상은 오늘날까지 여러 교육가와 홈스쿨러들에게 유용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녀의 교육 철학 및 원칙들을 저서로 만난 일은 한치 앞이 막막한 새내기 엄마인 나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이 여겨졌다. 책속의 대부분의 내용에서 격한 공감을 하고 앞으로 우리 자녀들을 양육하는 좋은 방향과 지침으로 삼기로 결정했는데, 그 중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았던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엄마 문화’였다.





 샬롯 메이슨은 우리의 삶이 소모적이고, 분주할 수록 더욱 더 우리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 고집스러운 끈기를 가져야한다고 이야기 한다. 예를 들면, 독서, 가드닝, 일기쓰기, 산책, 운동, 여행 등의 시간을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으로 가지면서 엄마의 영혼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보면 낭비이고 비효율적이고, 사치인 것 같은 이러한 시간을 의지적으로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사실 말이 ‘엄마문화’이지 결국 나 자신을 스스로 독대하며 돌보는 시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 시간만큼은 엄마로서 아내로서가 아닌 나의 존재 그 자체를 들여다봐주는 시간이 되어야하는 것이다.



 엄마로서의 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엄마로서의 나도 너무 소중하다. 다만 나의 원초아와 초자아 사이의 균형을 잡아줄 나의 자아를 돌봐줄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의 등원과 하원 사이 주어지는 약 6시간의 시간을 온전히 나의 시간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가 있는 시간 최선을 다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놓아야 한다. 밥을 다 먹은 후에는 미적거리지 않고 바로바로 치우고, 후다닥 빨래와 설거지를 해치우고, 최소한의 청소를 마쳐 놓고 아이들을 등원시킨다. 그러고 나면 곧 바로 진짜 나에게 집중 할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이 등원한 후 집이 널부러져있으면 쉬는게 쉬는거 같지 않다. 이상하게 집안 일과 내가 해야 할 일 둘 다 집중이 되지 않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고, 그 하루를 허무히 그리고 상당히 찝찝하게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모든 엄마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나는 그랬다.


 의지적으로 나의 시간을 떼어 놓기 시작하면서 점점 나 자신을 찾아가는 듯 하다. 나의 일상이 찌들지 않고 날마다 프레쉬 할 수 있게 만드는 나만의 루틴을 서서히 찾아나가게 되었다. 예를 들면 성경 통독이나 필사, 일주일에 한 두번은 서점이나 북카페 들리기, 내가 좋아하는 노들섬에 돗자리 깔고 앉아 음악감상하며 일기를 쓰거나 책 읽기, 아이패드 드로잉, 영화감상, 전시회 관람. 아님 지금처럼 브런치에 글을 쓰는 등... 내가 좋아하는 일로 6시간을 까-득 채우는 것이다. (아 최근엔 블루투스 마이크를 사서 혼자 노래 틀어놓고 부를 때도 있다.)

식물키우기


성경암송학교

  

만다라트 써보기

   

노들서가

  

전시관람




 물론 오후 2시가 넘어서부터 좀 조급해지기 시작할 때도 있다. 신데렐라가 12시 오기까지 얼마나 쫄렸을까 생각해 본다. 아이들의 하원 시간이 다가 올 수록 어떻게 하면 이 시간을 농도 짙게, 효율적으로 보낼까 고민할 때도 있고, 그런데 또 반면 어느날은 정말 흘러가는대로 편하게 보낼 때도 있다. 그치만 어찌 시간을 보냈든 온전히 나를 위한 양질의 시간을 보낸 날은 하원한 아이들을 더 기쁘고 행복하게 맞이 할 수있었다. 나의 성장은 곧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믿는다.


 처음에 ‘안타까운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표현했다. 사실 이전에는 내 자신을 그렇게 여겼던 것 같다. 내가 하고싶은 것도 제대로 못하고, 가고 싶은 곳도 맘대로 못가는 내 신세를 한탄하며 나 스스로가 나를 그렇게 제한하고 있었다. “나는 시간이 별로 없어.” “애들 등원시키고 이거저거 하면 금방 또 하원시간인데 뭘 하겠어.” “다 시간 낭비고, 돈 낭비야.” 하고 말이다.


 그런데 엄마 문화를 의지적으로, 적극적으로 가지고 보니, 결국 내 의지의 문제였던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심지어 나는 최근 그림책 심리지도사 공부까지 시작하게 되었다.)


 예전엔 ‘신데렐라’라는 표현을 다소 부정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그녀의 답답하고 안타까운 모습이 아닌, 마음씨 착한 신데렐라가 묵묵히 힘든 집안일을 도맡아 했던 모습에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가진 나의 모습을 비추어보고 싶다.


 무도회장에서 왕자님과 행복하게 춤추던 신데렐라처럼, 매일 비비디 바비디 부 하고 내 자신에게 마법을 걸어, 행복하게 나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의 다양한 페르소나들까지 건강하고 긍정적이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고 또 그 역할들을 잘 소화해낼 수 있도록 하는 선순환을 일으키는 것 같다.


내일이 기대되는 하루하루 참 감사하다.


- 앞으로 내가 추가하고 싶은 엄마문화 리스트

: 주기적으로 제로웨이스트샵 방문하기

: 본격적인 상담공부

: 문화생활일지 쓰기(영화, 독서, 전시회 관람 일지)

: 성경공부


그림책테라피 스터디


+ 어머, 저의 첫 발행 글을 라이킷 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용기를 얻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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