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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한 폭의 이미지

단 한 폭이었지만 그것이 잊히지 않을 만큼 강렬하였다.

by 피스타치오 재이

01. 첫 번째 날.

1차로 맥도널드에 갔다. 용훈이는 누굴 기다린다고 했다. 여자 사람이었는데. 맥도널드에 가서 나는 쿠폰을 꺼내 들었고. 때마침 맞는 게 없었던가 그래서 뭔가를 먹었던가, 잠깐 앉아있었나 그랬다가 야외로 나왔다.

거기서 푸드 트럭 발견. 피자도 팔고 핑거푸드도 팔았는데 민경이가 자기 1유로 있다면서 번데기 비슷한 거를 주문. 근데 2유로였어. 번데기 비슷한 거까지 해서 3종류였는데 그냥 3종류 다 시킴. 민경이가 이탈리아어로 시켜서 놀랐다. 아줌마랑 이탈리아어로 소통했다고. 기다리는 동안 푸드 트럭을 둘러보는데 푸드 트럭 안에서 아저씨가 보는 영화를 보고 있었다. 맙소사. <동사서독>이잖아! "이 영화 좋지"하면서 슬쩍 껴서 보고 있었는데 나오는 저 여자 누구냐고 민경이 물어본다. "임청하!!! 너무 예뻐" 아줌마와 내가 동시에 외쳤다. 말이 안 통해도 이쁜 건 어디서든 통한다. 옆에서 보던 민경이를 보고 있자니 스파이에 나왔던 그 주인공 닮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음식은 3개가 동시에 나오느라 몇 개는 나왔는데 아직 주지 않고 있었다. 기묘한 조합이다.



02. 두 번째 날.

샤넬-서태지-지디-공효진-씨엘-한채아-한옥


그의 인생은 너무도 안타까울 만큼 주변의 사람들로 인해, 지인들에 의해 난도질당했어. 그는 잘못이 하나 없는데도 모든 줄을 끊어야 했어.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가엾잖아요.


샤넬의 그레이 화이트 컬렉션이었다. 트위드. 겨울 컬렉션. 금사. 화이트 팬츠.

설원에 조용히 묻혀 있는 자작나무처럼 하얗고 은회색 빛이 감도는 트위드 슈트였다.

길고 가녀린 바디에 올려진 금사로 장식된 트위드 재킷에 화이트 팬츠.

눈 덮인 겨울 숲에 있는 한 마리 은사자 같았다.

그 은사자 같은 모습으로 한옥을 둘러본다. 누군지 얼굴이 안 보인다.

아, 한채아네. 고풍적인 모습이어서 틸다 스윈턴인 줄 알았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성이 나서 한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서태지의 본가 앞에서.

잘못이 없지만 서태지는 사과를 해야 했고. 피해 다녀야 했고.

그 안에는 비어있었지. 씨엘은 가끔 찾아와 손질을 했어. 취하지 않은 눈으로 똑바로 응시하며.

까맣고 긴 생머리. 다듬지 않은 머릿결. 마르고 단단한 몸. 기다란 몸을 감싼 흰색 팬츠의 그레이 트위드 슈트. 마치 백작 혹은 공작의 자세. 까만 눈. 말랗지만 강인한 얼굴. 도도한 태도.

그는 생각했지.

까만 줄 중에 마지막 빨간 줄에는 현음을 그리겠다고.

가장 아래 빨간 줄.



03. 셋째 날.

태선배네 회사인가 이곳은? 나는 놀러 온 건가? 어디서 일하고 있던 애를 어시로 불러들였는데 못하겠다고, 힘들다고 그만둔단다. 어느 회사에서는 1년 넘게 있었으면서,라고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누군가 나한테 심부름을 시켰다. 콘센트에 코드 뽑고 그거 110 볼트로 바꿔 달라고. 나 손님인 거 같은데, 왜 막 시키고 그르냐. 선배는 여전히 바쁘고 여전히 나와 친하고 여전히 사무실에서 만나는 사이였다. 여전히 바쁜 그곳. 내 옆에 있는 선배가 있는 게 너무도 당연하게 느껴져 아무것도 낯설지 않아서 놀라웠다.



꿈에 선배가 나왔다.

아침에 일어나 카톡을 확인하니, 선배도 꿈에 내가 나왔단다.

나와 버스 여행을 하는 꿈을 꿨단다.

우리는 서로 다른 꿈에서 서로를 만났다.



00. RE-SET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꿈을 꾼다.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나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그러는 줄 알았다.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지.



그래서 언젠가부터

일어나 꿈을 적기 시작했다.

나는 매일 몽환을 숲을 거닐다 나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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